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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Oct 31. 2016

바야흐로 ‘핀테크’ 시대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5년 8월 발행) 

가까운 미래에는 현금으로 결제하는 일이 거추장스러워질지도 모릅니다. 세계는 빠르고 간편한 결제를 외치는 핀테크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2015년 6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현금이 사라지는 시대, 모바일 결제 기업들의 낙원 눈앞’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우크라이나 혁명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IT 전문가인 마크 하워드는 TV를 보다가 한 시위자가 들고 있는 포스터를 보게 됩니다. 포스터에는 비트코인 로고와 함께 QR코드가 있었습니다. 그는 화면을 정지시켜 QR코드를 스캔해 시위대에게 10달러의 비트코인을 전송했습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의 모든 은행 업무가 마비된 상황에서도 시위대가 싸움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이뤄진 비트코인 전송에 든 비용은 단돈 2센트에 불과했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이 사례는 현재 글로벌 핀테크 산업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국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연대하고 싶은 단체나 기업에 후원하는 일이 단 몇 초 사이에 이뤄집니다. 게다가 수수료는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저렴합니다. 온라인 상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이제 복잡한 보안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뒷사람을 위해 잔돈과 영수증을 급하게 챙기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모바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매우 쉽고 빠르게요! 핀테크의 발전은 은행에 가서 돈을 송금하고 가게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일을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뒷주머니엔 지갑을, 손에는 스마트폰을

뉴스나 신문에서 ‘핀테크’라는 말을 자주 들어봤을 것입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뜻합니다. 용어가 낯설 뿐이지 ‘금융+기술’ 의 조합은 익숙합니다. 다른 기술 분야에서도 그래왔듯, 금융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현금보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일반화됐고, 편의점에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ATM이 있습니다. 온라인 상태면 언제 어디서나 금융 서비스를 손 안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핀테크가 화두인 이유는 ‘붓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이 더 이상 은행(금융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 금융기술이 금융권에서 IT를 활용하는 정도였다면, 이제 IT가 금융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마트폰으로 결론짓는 모바일의 혁신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메인인 금융, 이 ‘캐미’가 우리에게 더 빠르고 간편한 금융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는 제도적 장벽과 보안 문제 등으로 핀테크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통령의 이른바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 정부의 정책적 기조가 바뀌었습니다. 모바일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비율은 빠른 속도로 느는데, 이를 뒷받침할 지급결제 방법이 너무나 낡았다는 것을 정부도 받아들인 것이죠. 그동안 몸풀기를 하던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입장 변화에 기다렸다는 듯 적극적으로 그라운드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글로벌 시장은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2011년 1059억 달러였던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4년 3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이 카운터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을 연상시킨다면, 한국 핀테크 시장은 뒷주머니엔 지갑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쥔 사람을 연상시킵니다. 한국은 바야흐로 핀테크로의 전환기에 서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과 한국 핀테크 어디까지 왔나

핀테크는 인터넷·모바일 공간에서 결제·송금·이체, 인터넷 전문은행, 크라우드 펀딩, 디지털 화폐 등 금융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 지급결제 수단으로써의 핀테크가 가장 적극적입니다. 모바일 지급결제는 모바일 속 신용카드 또는 계좌정보를 입력해놓은 후 간단한 절차를 통해 결제를 마무리 하는 방법입니다.


핀테크의 전통적 강자인 페이팔을 제외하고 애플과 구글은 일찌감치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애플은 2014년 10월 ‘애플페이’를 미국 시장에 선보였고 구글은 5월말 구글 개발자 회의(I/O)에서 ‘안드로이드페이’를 공개했습니다. 페이스북 역시 2014년 6월 페이팔의 데이비드 마르쿠스 전 사장을 영입해 자체 메신저에 송금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오가는 돈도 많은 법! 중국 IT 기업의 기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의 전 세계 회원 수는 8억 2000만여명으로 중국 내 결제 점유율은 48.8%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곳은 다음카카오입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9월 ‘카카오페이’를 출시했습니다. 네이버 의 자회사 라인도 지난해 말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라인페이’를 선보였습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삼성입니다. 삼성은 오는 9월 ‘삼성페이’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은 “1차적인 목표로는 올해까지 1700만명 가량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보안 기술이 가장 큰 경쟁력

모바일로 돈을 주고받고, 단말기에 모바일을 대는 것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미래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되시나요? 우리들은 모르겠지만 중장년층에게 이 상상은 어려운 일입니다. 기술에 대한 인식이 젊은 사람들보다 낮은 점도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금융에 대한 신뢰가 낮습니다. 특히 피싱이나 스미싱 등의 보안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런 낮은 신뢰는 거부감으로까지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4년도 온라인 결제 이용자들의 ‘인터넷결제 및 모바일 결제 미사용 이유’로 ‘정보유출 및 보안우려’을 가장 크게 꼽았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페이팔을 예로 들어볼까 합니다. 페이팔이 198개국 1억 4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며 제1의 핀테크 기업으로 성공한 요인은 철저한 보안 덕입니다. 페이팔의 에뉴 나야 상무는 “페이팔이 진출한 20개국에 500여명의 정보유출방지 전담 인력이 배치됐다”면서 “보안과 리스크 관리 등 인력을 합치면 세계 17개 센터 직원 7000명”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페이팔처럼 인력 확충만으로 모든 보안 문제가 해결될까요? 

IT기술의 특성상 완벽한 보안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뛰는 보안 위에 나는 해킹이 있으니까요. 한 번 뚫린 보안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지고 사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페이팔은 지난해 기준 매일 0.33%에 해당되는 3만 3000건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굳건하고 성공적인 핀테크 기업이라 평가받습니다. 소비자의 이해가 지금의 페이팔과 같은 편리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힘입니다.


각양각색 핀테크 서비스들

심플 Simple, 민트닷컴 Mint.com

필요 이상의 지출을 막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심플이나 민트닷컴은 소비자의 은행계좌 입출금 내역이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오스퍼 Osper

오스퍼는 10대를 위한 은행이라 불립니다. 오스퍼는 청소년을 위한 직불카드를 만들어주고 부모가 자녀의 지출 내역을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이들에겐 좋은 서비스일까요? 나쁜 서비스일까요? 부모들은 환영입니다.


벤모 Venmo

더치페이가 익숙한 미국인들은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어떻게 할까요? 각자 돈을 걷을까요? 이제 그런 풍경은 없어졌습니다. 모바일 송금 앱인 벤모때문입니다. 벤모를 이용해 친구들과 대화하듯 대화창에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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