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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Nov 02. 2016

한국 진출 선언넷플릭스, 잘 풀릴까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5년 10월 발행) 

인터넷 기반 VOD 서비스 넷플릭스가 내년 초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을 통해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 하는 웹사이트이자 기업 이름입니다. 글쎄요, 여기까지만 봐서는 특별한 게 없어 보입니다만 넷플릭스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넷플릭스(Netflix)의 탄생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종종 넷플릭스를 두고 애플만큼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말합니다. 넷플릭스의 설립자 리드 해스팅스(Reed Hastings)는 한때 수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영화 <아폴로 13>을 보려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를 빌렸습니다. 그러다 약속한 반납일을 지키지 못해 연체료를 물게 됐지요. 연체료는 40불. 빌리는 값보다 더 많았습니다. 비디오대여점 입장에선 그 기간만큼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주지 못했으니 비싼 연체료는 당연한 것이지요.


그러나 연체료를 내는 입장에선 속이 상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따져 보니 대여점에 가서 비디오를 빌리고, 다시 반납하려고 대여점에 가야 하는 과정이 상당히 번거로웠습니다. 늦으면 벌금을 내야 하고, 또 빌려 보려고 마음 먹은 작품을 누군가 빌려갔다면 허탕이고요! 당시 대세는 온라인이었습니다. 리드 해스팅스는 비디오 대여 과정을 온라인으로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웹사이트에 타이틀 목록을 올렸고 선택한 타이틀 대여비용을 결제하도록 했습니다. 때는 DVD가 생산되던 터라 종이봉투에 DVD를 넣어 우편으로 넣어 보내주었습니다. 이 종이봉투는 반납용이기도 했는데, 다 본 DVD를 다시 그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반납할 수 있도록 했지요. 대여료는 우편 요금을 포함해 6달러. 반납 기한을 따로 정해놓지 않았으니 (그가 그렇게 질색했던) 연체료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서비스를 좋아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은 멀고 인터넷과 우체통은 가까웠으니까요. 또 보고싶은 영화를 찾아 발품 파는 일도 없어졌고요. 넷플릭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듬해인 1999년에는 저렴한 가격의 월정액을 선보이며 한 달 동안 제한 없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국 비디오 대여 대표 체인이었던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넷플릭스가 성장할수록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한때는 종업원만 6만 명이었던 기업이지만 2010년 결국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승승장구. 2002년 5월 주식 시장에 상장했고, 2003년 사업이 괘도에 오르며 2억 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2005년에는 소장하고 있는 작품 수만 해도 3만 5000편에 달했습니다.


2007년 10억 번째 DVD 발송을 마치고 지금의 메인 서비스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초고속 인터넷이란 순풍을 타고 고객들에게 안착했습니다. 당시 넷플릭스를 비롯해 훌루(Hulu)나 유튜브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던 서비스 사업자들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케이블TV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코드 커팅(Cord Cutt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했지요.


오바마도 빠져 든 <하우스 오브 카드>_흥행은 예견되어 있었다?

불평을 사업으로 이끌어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 CEO 리드 해스팅스는 앞으로 콘텐츠가 중요해질 것을 알고 콘텐츠를 사들이는데 주력했습니다. 어느 정도 콘텐츠를 확보하자 콘텐츠를 직접 만들기도 했는데, 정치 드라마로 유명한 미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가 넷플릭스의 작품입니다.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를 정말 파격적인 방법으로 선보였습니다. 기존 미국 드라마가 한 주에 한 번 방송되는 불문율을 깨고 한 시즌의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공개한 것이죠. 정해진 시간에 방송되는 것이 아니니 놓칠 걱정을 안 해도 되고, 광고도 없고, 중간에 시나리오가 바뀌어 극의 흐름이 어색하지도 않았습니다. 미국인들은 이 신선함에 극찬했습니다. 물론 스토리도 좋았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즌 2가 공개되기 전 날, 트위터에 ‘스포일러 금지’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지요.


<하우스 오브 카드>의 흥행을 보면서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얼마나 영민한 기업인가를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넷플릭스는 과감한 콘텐츠 투자와 함께 소비자의 행태에 대해서도 탐구했습니다. 회원 수가 많아지면서 넷플릭스의 온라인 장부에는 이른바 ‘빅데이터’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로그인을 했고, 몇 살이고, 어떤 장르를 좋아하고, 어떤 배우를 선호하는지, 이런 정보들 말입니다. 넷플릭스는 이런 정보가 큰 자산이라는 점을 깨닫고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VOD 추천서비스를 마련한 것이죠. 사람마다 각각 다른 영화를 추천해주기 위해 2006년 개발자를 대상으로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비디오 추천 시스템 알고리즘 경진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영화 추천 서비스는 획기적이었고 성공적이었습니다. 넷플릭스의 75%가 추천받은 영화를 본다고 답했을 정도로요.

<하우스 오브 카드> 역시 빅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시리즈 홍보를 위해 ‘맞춤형’ 예고편을 제작했는데요, 주인공 케빈 스페이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가 주로 등장하는 예고편을, 여성이 나오는 영화를 주로 봤던 사람들에겐 여성이 등장하는 예고편을, 심각한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런 정황이 잘 드러난 예고편을 만들어 보여줬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더 놀라운 건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됐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특정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보고, 스킵하는지 모두 넷플릭스는 기록해놨으니까요.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좋지 않을 리 없죠. 지금이야 빅데이터란 말이 흔하지만 그때는 빅데이터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때였습니다. 넷플릭스의 이 사례는 오늘날 빅데이터를 활용한 좋은 사례로 꼽힙니다.


넷플릭스 한국 상륙 작전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습니다만 드디어 내년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온라인 서비스지만 넷플러스가 진출한 국가를 인식, 그동안 한국에선 이용할 수 없었거든요.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하면 온라인에 연결되는 스크린 기기를 통해 넷플릭스에 접속해 저렴한 월정액 요금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상 가격은 10불 정도. 광고는 물론 없습니다.


사실 넷플릭스의 이런 서비스는 특별할 게 없어 보입니다. 이미 온라인으로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게 어렵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넷플릭스만한 서비스는 없었습니다. 저렴한 이용료를 바탕으로 ‘미드’나 ‘영드’까지 챙겨볼 수 있고요. 또 넷플릭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앞서 말한 영화 추천 서비스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넷플릭스의 한국진출이 ‘찻잔 속 태풍’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우세합니다. 한국은 TV이 용료가 비싸지 않고 미드나 영드는 (불법이라해도)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었거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성패를 가늠할 순 없지만 똑똑한 기업답게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을 겨냥한 ‘킥’을 숨겨두고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넷플릭스의 담당자라면 어떤 기획이나 마케팅을 해보고 싶은가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

넷플릭스 서비스 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입니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들여다봅시다.


1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우리가 정말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판단, 커뮤니케이션, 영향력, 호기심, 혁신, 용기, 열정, 정직, 사심 없음이 넷플릭스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것들이다.

2 훌륭한 직장이란 뛰어난 동료들이 있는 곳이다.

3 자유와 책임을 강조한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번성한다. 또 그런 사람만이 자유를 누릴 가치가 있다.

4 지시(Control)하기보다는 상황(Context)을 중시한다.

5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으나, 강하게 정렬된 조직을 지향한다.

조직 간 미팅을 최소화하고 암묵적으로 서로를 신뢰한다. 전략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팀 간에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6 시장에서 최고의 연봉을 제시한다.

이것이야말로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 문화의 핵심이다. 뛰어난 직원 한명이 어중간한 두 명의 직원보다 비용은 적게 들고 높은 성과를 낸다. 그러므로 높은 연봉으로 인재를 뺏기지 않는다.

7 능력에 따라 승진하고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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