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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Nov 03. 2016

커넥티드 카
어서 타, 달리자, 어디든 괜찮아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5년 11월 발행) 

머지않아 우리는 ‘컴퓨터’를 운전하게 됩니다. 컴퓨터를 운전한다니 무슨 말이냐고요? 통신이 가능한 미래의 자동차, 커넥티드 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한 영화 <코스모폴리스>에는 엄청난 리무진이 나옵니다. 젊은 재벌 로버트 패틴슨은 그의 리무진에서 모든 일을 해결합니다. 투자전문가, 회계전문가, 경제전문가를 태워 업무 미팅을 하고, 그림 모으는 것이 취미라 큐레이터를 태워 그림을 주문합니다. 사적인 행동을 하는데도 스스럼없습니다. 여자를 초대하기도 하고 건강검진을 받기도 합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자신을 방해하지 않는 운전기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어디론가 이동하는 리무진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하루를 보냅니다.


영화는 ‘더러운 자본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리무진 역시 ‘더러운 차’로 상징되고 있습니다만 커넥티드 카에 대한 설명에 앞서 이 영화에 나온 리무진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곧 현실이 될 미래의 카, 커넥티드 카에선 젊은 재벌 로버트 패틴슨이 아니더라도 그 일을 모두 할 수 있거든요. 운전기사도, 각각의 일을 위해 사람을 부르지 않고도 말이죠.


스마트폰처럼 ‘늘 연결되어 있는’

커넥티드 카는 이름 그대로 ‘연결되어 있는’ 차를 말합니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기능을 차가 지원한다는 의미를 넘어 차 자체가 스마트폰처럼 온라인에 연결돼 있다는 뜻입니다. 차가 온라인에 연결돼 있는 게 단순해보인다고요?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기능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궁무진합니다. 먼저 커넥티드 카의 운전자가 되어봅시다. 기상까지 관측해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기능은 기본입니다. 배가 고프거나 차에 기름이 없으면 주변 맛집과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안내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음성지원을 하듯 커넥티드 카에서도 말로 주문이 가능합니다. 이메일을 읽어달라고 할 수도, 주식 시황을 물을 수도,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서 물건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놀면서’ 할 수도 있습니다. 커넥티드 카의 상급 버전(?)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길을 찾아가는 무인·자율주행이니까요.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음악을 듣거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커넥티드 카의 승객이 되었다고 상상해볼까요? 차 안에 있는 와이파이를 공유해서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에 있는 노래를 틀 수 있습니다. 차에 화면이 있다면 다른 승객들과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수도 있겠지요. 전기차 업체 테슬러는 지난 7월 중국의 통신회사 차이나유니콤과 합작해 17인치 터치 스크린을 장착한 커넥티드 카를 선보였습니다. 차에서 이렇게 놀 수 있다는 사실, 콘텐츠를 가진 많은 기업들에게 또 다른 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일입니다. 구글이나 애플이 커넥티드 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들은 차 안에서 사람들이 놀면서 그들의 콘텐츠와 서비스에 돈을 쓰기를 기대하고 있거든요.

커넥티드 카 비즈니스의 승자는 현대나 벤츠 같은 자동차 제조회사보다는 구글이나애플 같은 ICT 기업이 될 것입니다.

한편 커넥티드 카는 탑승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충직한 비서로 보이지만 자기관리에 아주 철저한 친구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커넥티드 카에 기대하는 가장 큰 변화는 ‘차량 자체를 위한 기능’일 거라고 말합니다.


먼저 자동차가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리합니다. 차량 내 부품이나 엔진 등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진단을 스스로 내리고 정비 일정을 잡거나 정비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자동차에 대해 잘 몰라서 카센터에서 바가지를 쓰는 일 같은 것은 사라지겠지요. 가장 듬직한 전문가가 내 옆에 있으니까요.


또한 차끼리 통신을 합니다. 마치 무전기를 치듯, 다른 차에게 전방에 발생한 문제를 경고해주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유럽연합 내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에 ‘이콜(eCall)’ 장착을 의무화했습니다. 이콜은 차끼리 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교통사고는 없어도 해킹사고는 있다

멋진 미래, 드림카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커넥티드 카 시대의 개막으로 교통사고도 현저히 줄어듭니다. 볼보의 예를 들어볼까요. 볼보의 ‘드라이브센서(Drive Sensor)’ 시스템은 운전자 머리의 위치와 각도, 시선, 눈꺼풀의 개폐 등을 모니터링해 운전자의 피곤 상태까지 측정한다고 합니다. 자동차가 강제력을 가지게끔 미리 설정해둔다면 피곤한 상태나 술을 먹은 상태에선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킹입니다. 통신이 되는 자동차인만큼 보안이 허술하면 언제든지 표적이 될 수 있고, 큰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와이어드>는 두 명의 해커가 수 km 떨어진 곳에서 자동차 OS를 해킹해 마음대로 차를 조작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들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에어컨과 라디오는 물론이고 엔진까지 꺼지게 하는 해킹 시연 장면을 공개했죠. 해킹당한 자동차 회사 체면이 단단히 구겨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구요.


전문가들은 커넥티드 카 시대의 숙제는 보안이라고 말합니다. 커넥티드 카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상상보다 많듯, 해킹된 커넥티드 카로 할 수 있는 일 역시 어마어마할 테니까요. 테러 이야기는 하지도 맙시다. 내 차가 누군가의 컨트롤로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지네요. 하지만 커넥티드 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CNN이 선정한 ‘미래 자동차 기술 10선’

어떤 기술로 커넥티드 카가 ‘커넥티드 카다워지는지’ CNN이 지난해에 선정한 ‘미래 자동차 기술 10선’으로 살펴봅시다.

빅데이터

빅데이터 기술은 커넥티드 카에서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차에 탑재된 컴퓨터가 탑승자의 운전습관 선호 경로를 파악해 운전자에게 알맞은 조언을 합니다. 실제 벤츠는 운전자의 스케줄과 기호, 심지어 기분까지 파악하는 차내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은 도로까지 점령해 ‘차대차’(V2V)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내 차와 타인의 차가 서로를 인지해 최소한의 접촉사고 정도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생체정보인식

지금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내 주인이 맞는지, 음주운전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핸들과 각종 손잡이로부터 얻은 지문정보, 심박수, 안구 운동 등을 감지하는 것이죠.


외부 에어백

이젠 에어백이 밖에서도 터집니다. 외부 에어백은 차체와 보호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교통안전기술 전문업체인 TRW오토모티브는 현재 초대형 외부 에어백을 개발 중입니다. 차량이 레이더로 충돌을 감지하는 순간, 이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0.03초라고 합니다.


수소연료전지차

불과 5년 전만 해도 먼 미래의 얘기로만 여겨졌던 수소차가 곧 등장합니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혼다의 수소차 개발이 막바지라고 합니다. 수소차는 한 번 충전으로 600km 이상 달릴 수 있고, 충전 시간이 분단위로 짧아 전기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앞섭니다.


인포테이너 시스템

터치스크린을 통해 각종 오락물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속도계나 내비게이션 등 교통 관련 정보는 이제 앞 유리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동되는 것도 인포테이너 시스템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BMW i3 컨셉트 카는 삼성 갤럭시 기어 스마트와치와 완벽 호환된다고 하는군요.


레이저 헤드라이트

헤드라이트는 LED를 넘어 레이저로 진화합니다. 레이저 헤드라이트의 최대 장점은 가시거리. 평균 400m가량으로 기존 LED 헤드 라이트의 두 배 거리를 비추면서도 에너지 소모는 더 낮습니다.


인공지능 - 무인 주행

무인주행은 이미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인주행은 기술이 마련되더라도 실제 도로에 오를 수 있도록 관련법이나 규칙 등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합니다.


카메라와 센싱 기술

카메라와 센싱 기술이 발달하면 주차가 쉬워집니다. 초보운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네요. 작년 혼다는 와이파이 기술을 활용한 셀프 발렛 파킹 시스템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집광시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습니다. 포드는 단 하루 동안 모은 태양광으로 1000km를 달릴 수 있는 차량을 개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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