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6년 2월 발행)
정보검색사란 직업이 있습니다. 어떤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긴한데 쉽게 감이 오지 않습니다. 정보검색사란 인터넷 정보를 뒤져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보검색사가 되려면 자격증이 필요했지요. 1급은 인터넷을 검색해 시험 문제의 답을 찾고 특정 자료 출처를 찾아 url을 시험지에 적어내는 시험을 봅니다. 정보검색사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해 정보검색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인터넷 검색을 시험으로 보다니요. 저 정도면 초등학생 동생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보검색사는 인터넷 태동과 맞물려 정보화시대란 말이 쓰이기 시작한 1990년대에 선망 받던 직종이었습니다. 신문과 뉴스에 종종 ‘최고의 미래 유망 직업’으로 소개되곤 했죠. 야후에는 하루 종일 웹서핑을 하면서 고품질의 웹사이트를 골라 분야별로 추천을 하던 ‘웹서퍼’라는 직종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일상이 되면서 정보검색사도, 웹서퍼도 모두 사라졌죠. 2005년 한 기사에선 취득 후 가장 후회하는 IT관련 자격증으로 정보검색사 자격증이 꼽히기도 했습니다.
직업은 기술 발전, 정부 정책, 기업(시장) 변화 등 많은 것들로부터 영향받아 새로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한의사, 변호사, 의사 같은 꽤 역사가 깊은 직업군도 시기별로 가치가 달라집니다. 요즘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3이 크게 는 것도, 소위 SKY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으로 지방 교대를 택하는 수험생이 많아졌다는 것도 공무원이란 직업이 좋아서가 아니라 장기불황 속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겠죠.
이렇듯 세상의 변화에 따라 직업들은 움직입니다. 우리나라의 직업은 몇 개나 될까요? 매년 정부에서 발행하는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직업의 수는 1만1440개입니다. 많은 수는 아닙니다. 일본(2만5000개), 캐나다(2만개)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적은 편입니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3배 이상이나 차이가 납니다.
고용노동부는 국내 직업의 다양화를 위해 새로운 직업군 17개를 선정해 ‘新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17개의 직업군은 정부의 지원으로 관리될 예정인데요, 17개의 직업이 세상의 변화를 여실이 담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 중 몇 개를 골라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어쩌면 ‘내 일’이 될지도 모르는 직업이니까요. (또는 정보검색사처럼 곧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업재난관리사, 의약품규제과학전문가, 주택임대관리사, 레저선박전문가, 대체투자전문가, 해양플랜트기본설계사, 방재전문가, 미디어콘텐츠크리에이터, 진로체험코디네이터, 직무능력평가사, 3D프린팅 매니저, 상품/공간스토리텔러, 타투이스트, P2P대출전문가, 의료관광경영상담사, 크루즈승무원, 테크니컬커뮤니케이터
재해나 재난으로 기업 업무가 중단됐을 때 빠른 시간 안에 핵심 업무를 복구하고 2차 피해 방지를 돕는 전문가입니다. 기업재난관리사는 미국에선 흔한 직업군입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사건인 9.11 테러 이후 많은 기업들이 재난관리사를 채용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해 경감(輕減 덜어서 가볍게 함) 관리가 확산되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기업재난관리 특성화 대학원을 지정해 재해와 재난에 대처할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입니다.
한편 방재전문가(Emergency Management Director)는 재해와 재난으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수습과 복구를 컨트롤하고 재해와 재난 발생을 대비한 준비 훈련을 제공하는 전문가입니다. 기업재난관리사가 기업에 한정되어 있다면 방재전문가는 정부, 병원 등 다양한 공공 및 민간기관에 근무합니다.
마리나운영원(Marina Operator) · 레저선박운항사(Leisure Boat Operator)
레저선박정비수리원(Leisure Boat Maintenance & Repair Man)
레저선박전문가는 마리나marina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시설과 계류장, 해안의 산책길, 상점 식당가 및 숙박시설 등을 갖춘 항구 운영원, 레저선박운항사, 레저선박정비수리원 등으로 나뉘어 육성됩니다. 마리나운영원은 마리나 시설을 통제하고 고객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레저선박운항사는 요트·보트 등의 항해사 및 기관사로 고용돼 레저선박을 운영하거나 렌탈 등 대여업으로 이용되는 레저선박의 운항을 대행합니다. 레저선박정비수리원은 마리나 시설과 보트 등 모든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를 책임지지요.
국내 요트·보트 보유척수는 2007년도와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늘었지만 해양스포츠레저에 대한 운영·운항·정비 법규의 부재로 관리체계가 미비하고 전문인력은 더욱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법규를 정비하고 레저선박전문가 양성에 힘쓸 계획입니다. 다시는 세월호 사태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 안 되겠죠!
레저선박전문가와 함께 바다를 누빌 크루즈 승무원(Cruise Staff)이란 직업도 있습니다. 크루즈 여행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105만명, 소비 규모가 1조원 수준이라고 하니,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루즈 승무원 역시 유망한 직종으로 꼽혔습니다. 전 세계 크루즈관광객은 2098만명으로, 시장 규모는 36조 2000억원(2013년 기준)에 달하며 매년 4% 이상 성장을 한다고 합니다. 해외 기업의 크루즈 승무원이 돼보는 것도 멋진 일이겠네요!
‘대도서관’, ‘벤쯔’, ‘최군’ 등 흔히 BJ라 불리는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기존에는 이런 미디어 제작이 취미활동으로 인식됐으나 현재는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정부 역시 이들의 재능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미디어콘텐츠크리에이터는 정부뿐 아니라 미디어 기업에서도 다양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직종입니다. 자신만 의 콘텐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관심을 가져보세요.
타투(문신)의 도안을 만들거나 신체에 문신을 시술하는 예술가를 말합니다. 타투이스트는 새롭게 등장한 직업은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국제대회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의료인의 문신시술행위가 법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에 음성적인 문신 시술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문신이 예술행위라는 점을 감안해 문신의 합법화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타투가 합법이 되면 곧 미용대학 내 타투관련학과도 생기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