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해정 Nov 23. 2016

IT 혁신가들, 우주로 출발하다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6년 06월 발행) 

지금까지 우주개발은 정부의 몫이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국방과도 연관돼 민간이 접근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지고 있고 세상 밖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개발은 이제 정부에서 IT 혁신가들에게 바통이 넘어갔습니다.


스푸트니크 1호, 우주로 가다 

스푸트니크 1호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인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R-7 로켓을 활용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인류가 만든 인공물체를 우주에 올린 것입니다. 지금의 인공위성에 비하면 스푸트니크는 그저 긴 안테나가 달린 알루미늄 공처럼 보이지만, 이 공을 지구 중력장 너머 우주로 보낸 사건은 인류가 새로운 차원의 세상을 여는 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소련은 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보냈고 인류는 우주를 개척하는 우주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소련과 경쟁체제에 있던 미국 역시 같은 시기 우주시대를 향한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1958년 나사(NASA, 국립항공우주국)가 문을 열었고 케네디 대통령은 60년대가 지나기 전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의 말대로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세계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겼고 70년대 이후에는 화성탐사선, 우주왕복선 등을 우주로 보내는 기록을 남

겼습니다.


소련과 미국 외에도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영국, 이탈리아 등도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우주개발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미국과의 냉전 종결, 막대한 비용에 비해 적은 성과라는 우주개발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여러 나라의 우주개발 활동은 주춤했습니다.


크게 생각하라 You Have To Think Big

어렸을 적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일론 머스크.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인 그는 ‘장차 인류의 미래에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민하다 인류의 화성이주계획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인터넷 결제 서비스 페이팔과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 이베이를 매각하고 남은 돈으로 2002년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했습니다. 스페이스 엑스의 미션은 저렴한 로켓을 개발하는 것. 화성으로 사람을 이주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로켓이 비싸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까지 우주개발은 정부 주도 하에 이뤄졌지만 냉전 이후 우주개발에 대한 세계 정부의 관심은 시들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 나사는 예산탓에 민간과 우주개발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2006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와 2.8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스페이스엑스는 펠콘9이라 부르는 로켓을 개발했고, 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 국제우주정거장)에 식량과 의류 등 우주인을 위한 보급품을 보내는 일을 성공시켰습니다.


‘크게 생각하라(You Have To Think Big)’. 이는 일론 머스크가 강조하는 말입니다. 현실의 토니 스타크영화 <아이언 맨> 시리즈의 주인공의 인물이라 불리는 그에게 전기자동차 개발 역시 ‘크게 생각’ 한다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포석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전기자동차는 환경오염을 늦춰 화성으로 이주할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나사보다 더 빨리 202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2030년에는 화성과 지구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한 일론 머스크. 전에 없던 인터넷 결제,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 그리고 전기자동차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의 도전이 우주에 닿았습니다.


한 단계씩 맹렬하게 Gradatim Ferociter

일론 머스크가 SF소설을 보고 우주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미국원자력위원회 출신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다섯 살에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을 TV에서 보고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을 찾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고등학교 졸업 연설로 우주 공간에 호텔과 놀이공원, 인류의 생활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소년의 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론 머스크에게 테슬라 역시 우주를 향한 계단 중 하나였듯, 제프 베조스에게 온라인 최대 전자상거래 아마존 역시 “(우주 탐사라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한 로또”였습니다. 그는 2000년 자신의 사비를 털어 블루 오리진이라는 민간 우주 개발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난 3월에서야 블루 오리진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는데, 회사의 슬로건이 ‘한 단계씩 맹렬하게(Gradatim Ferociter; 라틴어)’이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한 단계씩 그러나 맹렬하게, 블루 오리진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엑스와는 둘도 없는 경쟁 상대이고요. 내년 시험비행을 거쳐 2018년 우주 관광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뉴 셰퍼드’에 탑승하면 100㎞ 밖 우주로 올라가 무중력 상태로 와인을 마시며 지구를 즐길 수 있다고 하네요.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가 땅으로 착륙하는 모습

로켓의 재활용 … 지구 밖 혁신을 만들다 로켓 재활용 시대의 도래

실리콘벨리의 혁신가로, 억만장자 거부(巨富)로 통하는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 정부도 감히 나서지 못하는 우주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이들은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들이 우주를 모험하는 이유는 어릴 적 꿈도 작은 이유가 되겠지만, ‘대박’ 블루오션인 우주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 투자 정보 웹사이트인 모틀리풀은 스페이스X나 블루 오리진의 우주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상업화된다면 지금의 애플이나 구글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답니다.


예전 소련과 미국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집행하며 우주 경쟁 레이스를 펼쳤다면, 이들의 레이스는 누가 더 비용을 줄이느냐가 포인트입니다. ‘로켓 재활용’이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민 절약 카드인데요, 스페이스 엑스, 블루 오리진 모두 로켓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비용을 낮추고 있습니다. 또 두 사람 모두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혁신적인 경영방법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 그 경영방법을 우주개발에도 응용해 비효율적 관행을 깨나가며 기존 우주산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엑스와 블루 오리진을 선두로 많은 IT 혁신가들이 우주로 향하는 날갯짓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민간 우주여행 회사 버진 갤러틱을 설립한 버진그룹도 있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 세계에 인터넷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죠.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래리 페이지는 우주개발기업 플래니터리 리소스를 만들어 2022년부터 소행성에서 여러 광물을 채취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그동안 국가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우주개발에 많은 혁신가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인류가 최초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올린 지 이제 60여 년. 우주개발은 우리 지구, 또는 생명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인류기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외에 향후 도래할 환경이나 에너지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비한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IT 혁신가들이 지구에서의 삶을 바꿔놓았듯 지구 밖에서의 삶도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미래는 어디로 향할지, 이들의 도전이 기대됩니다.



로켓 재활용 시대의 도래

로켓은 연료 탱크, 산화제 탱크, 그리고 그 둘이 연소하여 가스를 분출하는 엔진 및 노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연료를 다 사용한 로켓은 우주선과 분리되어 고속으로 추락하면서 대기에 의해 산화된다. 이때 분리되기 전에 연료를 다 사용하지 않고 여분의 연료를 남겨서 지상으로 떨어질 때 추락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조절하여 추진 로켓을 지상에 무사히 착륙하게 만들고 이를 재사용하는 것이다.


로켓 재활용은 우주산업의 핵심인 로켓 가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켓 발사 비용에서 연료 비용은 많이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추진로켓을 회수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크게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 실제로 팰콘9의 연료 가격이 20만 달러로 전체 발사 비용의 0.3%에 불과하다. 물론 착륙한 로켓을 수리하여 무한정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페이스 엑스의 경우 사용한 로켓을 10번 정도 재사용할 계획인데, 이럴 경우 단순 산술적으로 현재 6천만 달러 수준의 팰콘9 발사 가격을 1/10로 줄일 수 있게 된다. 1억 달러가 넘는 기존 로켓가격을 생각해보면 우주산업의 경제성이 크게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높이 산 ‘블룸버그’는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 재착륙 성공을 ‘새로운 우주시대의 이정표(Moon walk for new space age)’로 논평하고 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기술적 문제도 남아 있다. 우선 로켓 엔진도 재활용에 맞추어 새롭게 개발될 필요가 있다. 캐로신(등유)과 액체수소의 중간인 액체메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로켓이 필요한데, ULA(Unite Launch Alliance,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 미국 군사 시장을 독점해오고 있는 기업)와 블루 오리진이 2017년까지 공동 개발하기로 한 BE-4 로켓엔진이나 스페이스 엑스의 차세대 로켓엔진인 Raptor는 모두 액체메탄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 지금은 1단 로켓만 회수할 수 있는데, 2단 또는 3단 로켓에 대한 회수 방법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비록 1단 로켓이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라 할 수 있다.


발췌_LG경영경제연구원 리포트, ‘IT혁신가들, 정체된 우주산업 재점화’




작가의 이전글 OTO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