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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Dec 05. 2016

공정무역업
빈곤없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5년 8월 발행)

2000년대 중반 ‘착한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착하다’고 하면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말하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착하다’는 말은 공정무역을 통해 거래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키는 말이었죠. 착한 커피 또는 착한 여행처럼 말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공정무역과 그 일을 하는 ‘착한’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료 도움_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2015년  4월과 5월에 있었던 두 차례의 강력한 지진은 네팔의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8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수십만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세계의 보물이라 불리던 네팔의 유구한 문화재도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지금은 지진이 멈추고 복구가 진행 중이지만 곧 우기가 찾아와 폭우와 산사태 등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름다운커피’는 2006년부터 네팔에서 커피를 수입해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곳 중에는 이 커피의 생산지도 있었습니다. 커피 열매가 쌓여있는 창고가 무너졌고 커피생산협동조합에 가입한 주민의 일부가 사망했습니다. 아름다운커피는 이번 사태로 계획대로 커피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만약 드라마 <미생>의 영업3팀이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어땠을까요? 초비상사태였을 것입니다. 손해를 계산하는 손놀림이 빨라지고, 피해를 입지 않은 네팔의 다른 지역을 수소문해 최대한 비슷한 향의 커피를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영업3팀뿐 아니라 일반적인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손해를 메우기 위한 대안을 찾기 위해 분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커피는 네팔의 복구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6월 한 달간 커피 매출 10%를 네팔 커피 생산지의 재건을 위해 후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커피 값으로 지난해 미리 지급한 선수금은 당장은 손해를 입더라도 탕감해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커피의 결정은 일반적인 기업의 생리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정무역단체로써 네팔의 농부들과 오랜 인연을 맺어 온 아름다운커피는 이익보다는 생산자들의 삶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지켜질 때에 생산자와 소비자 서로를 위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아름다운커피뿐 아니라 우리가 아는 모든 공정무역 단체와 기업들은 모두 이런 비즈니스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익이 아닌 생산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무역. 그리고 이런 무역 방식이 세상의 빈곤을 몰아낼 수 있다는 믿음. 이것이 공정무역이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이익을 보다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

공정무역의 반대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가 공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무역은 모두 불공정한 무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은 이익을 원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생산자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에 속해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시하는 낮은 가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함에도 대부분 생계를 위해 적은 임금을 받아들입니다. 적은 임금의 문제는 아동 불법 노동과 환경파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구조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시키는 고리가 됩니다.


기존 무역의 이런 불공정한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공정무역입니다. 공정무역은 경제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업이자 시민운동입니다. 공정무역이 추구하는 원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상품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는 관계자에게 그 이익이 보다 공평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한편으로 소비자는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이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그들의 삶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과 함께 일해보기

2015년 5월 9일 덕수궁 일대가 떠들썩했습니다. 덕수궁 대한문 옆으로 난 돌담길에는 아기자기한 부스들이 늘어섰고 무대에는 어쿠스틱 밴드의 공연도 있었습니다. 이날은 2015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정무역단체, 기업 및 학생동아리 등 24곳이 모여 시민들과 함께 풍성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나누며 공정무역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고 그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이나 성북구 등 지자체별로 공정무역도시나 공정무역자치구 등이 생겨나고 있으며 공정무역의 대표 상품인 커피를 시작으로 설탕, 올리브유, 홍차, 견과류와 같은 식품부터 수공예품, 의류 및 패션소품, 장난감 등과 같은 다양한 제품들도 한국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단체와 기업은 무역업을 하는 일반 기업과 하는 일이 비슷합니다. 시장조사부터 수입, 판매, 생산자 관리, 마케팅, 홍보 및 다양한 직군을 필요로 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익보다는 빈곤 없는 삶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겠지요. 세상에 빈곤이 사라지는 것. 어려운 일 같아 보이지만 공정무역은 이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과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발걸음에 우리도 동참해보면 어떨까요.



공정무역의 정의

“공정무역은 대화와 투명성, 존중에 바탕을 둔 무역 파트너십으로써 보다 평등한 국제무역을 추구한다. 특히 남반구의 소외된 생산자들과 노동자들에게 더나은 무역조건을 제공하고 그들의 불리한 여건과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소비자들로부터 지지 받는 공정무역 단체들은 생산자 지원, 인지 강화, 그리고 기존 국제 무역규칙과 관행의 변화를 위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FINE, 2001)



공정무역은 어떻게 생산자들을 도울까

직거래와 장기거래 소비국에 있는 구매자와 소매업체들이 생산자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입합니다. 중간의 중개인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산자들에게 보다 많은 몫이 돌아갑니다. 또한 장기거래를 통해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며 생산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생계를 보장합니다.

공정한 가격 세계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생산자에게 공정한 가격을 보장합니다. 공정한 가격은 앞으로의 수입을 예상할 수 있게 해주어 생산자들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합니다.

지역공동체발전 공정무역 인증제품에는 공동체 발전기금이 더해집니다. 이 기금은 의료서비스, 학교교육, 소액대출, 기술훈련과 같이 생산자 가정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에 사용됩니다.



MINI INTERVIEW

이강백 대표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Q 대표님은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되셨나요?

아름다운가게라는 비영리단체의 사무처장을 하면서 한국에서 최초로 공정무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든 것이 아름다운커피입니다. 지금은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공정무역업에는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가요?

세계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도전정신과 세상을 좀더 나은 세상으로 바꿔보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지식은 배울 수 있지만 태도와 감각은 배울 수 없습니다. 뜻하는 바가 있으면 나머지는 다 배울 수 있습니다.


Q 전공에 제한이 있나요?

없습니다. 다만 영어를 잘하면 좋습니다. 그렇지만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영어가 필요 없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Q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면?

공정무역은 빈곤과 싸우는 운동이자 사업입니다. 돈보다 인간의 가치가 더 중요하고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세상은 변합니다. 우리의 소비를 통해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공정무역으로도 비즈니스에 성공할 수 있다는 증명을 할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Q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조직에서 경쟁의 문화 대신에 협력의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힘들죠. 학교에서 경쟁하는 것만 배우고 왔기 때문에 협력할 줄을 모릅니다. 그러면 망해요. 자기도 망하고 조직도 망합니다. 타인의 성공을 도와줘야 내가 성공한다는 사실을 몰라요. 타인의 실패가 자신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가정이 뇌리에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인생은 힘들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사는 게 기본적으로 힘든 겁니다. 인생이 고통의 바다라는 걸 알면 오히려 힘들지 않습니다.


Q이 직업과 관련해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공정무역은 운동이면서 사업이고, 국제개발이면서 문화운동이기도합니다.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이나 공무원보다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되고

자기 성장도 빠릅니다. 좋은 직장보다 힘든 직장을 선택하시고 도전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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