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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Dec 07. 2016

브랜드 메이커, 네이미스트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5년 2월) 

‘브랜드 메이커’라고도 불리는 네이미스트에 대해 알아봅시다.


네이미스트 (Namist)

직무개요

시장상황과 유행을 고려하여 기업명이나 상표, 도메인, 인명 등의 이름을 짓는다.

수행직무

이름을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특징과 수요층을 파악한다. 제품에 어울릴 만한 이름의 안을 만든다. 다른 네이미스트와 함께 2~3개의 후보작을 고른다. 후보작들과 같은 이름으로 등록되지는 않았는지 등록 여부를 확인한다. 의뢰자와 협의를 통해 최종 이름을 결정한다.



페이스북의 탄생을 다룬 영화 <소셜네트워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페이스북의 역사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한 마디였습니다.

“Drop the ‘The’. Just Facebook

It’s cleaner.”

음악공유 사이트 스냅쳇의 창립자이자 페이스북의 초대 사장인 숀 파커는 마크 주커버그에게 지나가듯이 말합니다. 

“‘’를 빼. 그냥 ‘페이스북’으로. 그게 더 깔끔하잖아?” 

페이스북이 처음 만들어질 때 이름은 ‘더 페이스북(The facebook)’이었습니다. 숀 파커의 한 마디로 페이스북은 ‘더’를 빼고 페이스북이란 이름으로 다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이름은 현재 2014년 말 기준 세계에서 29번째로 유명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인터브랜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100’ 조사)


이름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일

어떤 서비스나 상품, 또는 기업의 이름을 정할 때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의 의중이 가장 많이 담깁니다. 창조의 열매를 뜻하는 ‘애플’은 스티브잡스가 고심해 지은 이름이고, ‘코카콜라’ 역시 창업자 펨버톤이 이름을 고민하고 있을 때, 그와 함께 일하던 프랭크 로빈슨이라는 인물이 코카잎과 콜라열매의 합성어인 ‘코카콜라’를 제시하죠. 또 샤넬이나 켈로그 등 창업자의 이름이 그대로 브랜드의 이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랜드와 관련해 한국에도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요,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어린 딸이 혀 짧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 것을 듣고 ‘깡’이란 말에 묘한 재미를 느껴 개발 중인 스낵에 모두 깡을 붙였습니다. ‘새우깡’, ‘양파깡’, ‘고구마깡’.


친구의 별명을 지어보거나 글의 제목을 붙여본 일이 다들 있을 겁니다. 이름을 짓는 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알겠죠. 세상에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탁월한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네이미스트(Namist)입니다.


최근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네이미스트 또한 각광받고 있습니다. 현대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죠. 네이미스트들은 그런 가치들을 파악해 이름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이름만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와 부합하고, 타깃 소비자가 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며, 제품의 특성과도 걸맞은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센스는 필수, 법 공부는 더 필수!

브랜드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말을 했습니다. 같은 사양의 제품이라도 브랜드가 좋으면 값어치가 더 올라가는 경우는 참 많습니다. 또한 소비자가 한번 듣고도 각인되는 이름으로 많은 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네이미스트의 업무는 점점 전문적인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네이미스트가 되려면 어떤 자질들이 필요할까요? 이름을 짓는 일이므로, 뛰어난 언어감각,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 그리고 예리한 관찰력을 필요로 합니다. 마케팅에 대한 이론을 겸비하고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배울 것이 있으니 바로 상표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미스트의 업무를 브랜드의 이름을 짓는 일에 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름을 짓는 일 다음에는 상표등록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상표등록까지 마쳐야 시장에 브랜드를 내놓을 수 있지요. 네이미스트는 타인이 모방해서 같은 이름 또는 유사한 이름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도록 고유한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상표등록을 해야 합니다. 이미 정한 이름이 다른 회사의 상표로 등록되어 있다면? 다른 이름을 알아봐야겠죠! 상표등록까지 마치면 네이미스트의 일은 마무리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이소 VS 다사소

같은 이름일 때만 상표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종업계의 유사한 이름도 상표권에 의해 제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 있다’는 뜻이 연상되는 생활용품전문업체 ‘다이소’. 다이소가 인기를 끌자 ‘다사소’라는 가게가 생겼습니다. 다이소와 다사소는 물론 다른 이름이지만, 느낌이 매우 비슷합니다.

다이소를 운영하고 있는 (주)다이소아성산업은 유사 브랜드 다사소에 서비스표권 침해금지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두 회사의 등록서비스표가 외관상 유사해 다이소의 서비스표권 침해를 우려할 만하다”며 다이소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공판에서는 “두 회사의 서비스표는 외관과 관념에 있어 서로 달라 서비스표권을 침해한다고볼 수 없다”며 엇갈린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이소가 항소하자 법원은 최종적으로 다이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다사소는 그 서비스업의 출처를 오인·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1억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MINI INTERVIEW

설경환 (네이미스트)

Q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일을 하게 되었나요?

처음엔 카피라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였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했고 신입으로 광고회사에 입사하기엔 그 벽이 너무 높았어요. 그때 우연히 신문 기사를 통해 브랜드라는 분야를 접하게 됐습니다.


Q 네이미스트란 직업은 언어감각이 있어야 하잖아요. 어릴 때부터 언어 에 재능이 있었나요?

재능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요. 말장난이라고 하죠? 같은 말이라도 더 듣기 좋게, 더 얄밉게 하는 그런 언어유희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Q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완성된 브랜드가 광고나 매스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제가 술 브랜드를 만든 일(부산의 ‘예’ 소주), 고가라 감히 구입할 수 없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현대자동차 제네시스)를 만들 때의 간접적인 경험, 그리고 상상만으로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Q 네이미스트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미리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요. 이름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미리 맛보거나 미리 구경하거나 때로는 미리 사용해볼 수 있죠. 네이미스트가 가진 여러 가지 매력 중 하나입니다.


Q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이 일에 가장 적합할까요?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면 좋습니다. 또한 상품, 서비스, 회사의 가장 근본이 되는 핵심 아이덴티티를 끄집어 낼 수 있고, 짧고 간결하게 응축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상표적인 업무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법률적인 지식이 풍부할수록 네이미스트란 직업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네이미스트는 단순이 작명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브랜드 전략을 기획할 줄 알고 그 전략에 맞는 이름을 만들되 상표등록이 가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변리사에 준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아무쪼록 이 일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혹시나 필드에서 저를 만나게 되면 아는 체라도 해주세요. 밥이라도 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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