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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Dec 08. 2016

꿈을 빌려주는
책의 달인들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5년 3월 발행)

세상에서 제일 넓은 곳은 도서관이라고 하죠. 책이, 책 속에 담긴 지식이 만들어내는 상상이 우주만큼 크니까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 우주를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 사람이 혼란스럽지 않게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도서관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사서에 대해 소개합니다.


사서 (司書)

직무개요

도서관 및 자료실에서 도서 및 자료를 관리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를 대출 및 수납하는 업무를 한다.

수행직무

책, 비디오, DVD, 연간물 등 이용자가 희망한 자료나 신간자료를 구입한다. 구입한 자료에 등록번호인 바코드를 붙이고 책 윗면, 아랫면에 도장을 찍는다. 자료명칭, 저자, 출판사항, 분류 및 주제명 등을 확인하여 컴퓨터에 입력한다. 자료에 숫자와 문자의 기호체계가 적힌 각각의 라벨을 붙인다. 관련 코너로 운반하여 서가상에 배열한다. 이용자에게 자료를 대출하고 반납된 자료를 확인하여 정리한 후 배열한다. 대출 및 반납자료의 현황을 파악하고 주제별, 자료형태별로 이용률을 계산하여 장서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작성한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자료를 찾아주는 참고봉사를 하며, 모든 자료들이 배치되어 있는지 장서점검을 한다.



도서관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기한을 엄격하게 지킨다는 조건으로 책을 무상으로 빌려 주고, 편안한 독서를 위한 집중의 공간 또는 휴식의 공간을 마련해줍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밤새 시험공부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놀며, 공부하며 책을 읽습니다. 

오래된 도서관은 고건축물이라는 문화를, 고서는 정신을 담은 그릇으로,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므로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또한 도서관 수를 따져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가 하면, 여행객들에게 도서관은 랜드마크가 되기도 합니다.


도서관의 역사, 사서의 역사

도서관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요?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농작물을 보관할 그릇이 생겨난 것처럼, 문자가 만들어지면서 도서관도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고대 초기의 도서관은 기록을 보존하는 장소 역할을 했습니다. 주로 귀족들만 이용할 수 있었지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고대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 도서관은 BC 3세기 초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만들어 오랜 세월에 걸쳐 유지해 왔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 급료는 왕이 직접 지급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도서관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의미 있는 곳이라는 뜻이었겠지요.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이 사서 월급을 직접 챙겨준 것과 다름없다고 봐야 할까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도서관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실수로 불태웠는다고전해집니다. 그후 2002년 이집트는 옛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고 이에 필적할 만한 도서관을 세우기 위해 새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도서관의 역사가 긴 만큼 사서의 역사도 유서 깊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서는 지식의 보고인 책을 다루고 있는 만큼 학력이 높은 편입니다. 역사 속 위인들 중에는 유독 사서 출신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도교의 시조 노

자는 왕실의 장서각 관리를 담당했고, 중국 공산주의 혁명가 마오쩌둥은 베이징 대학 도서관에서 보조사서로 일을 했습니다. ‘듀이 십진분류법’이란 도서관 분류체계를 만든 멜빌 듀이 역시 도서관에서 근무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도 사서는 등장합니다.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2001)의 셰스카, 영화 <러브레터>(1995)의 여주인공 후지이 이츠키,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2001)의 베로니카도 사서죠. 개인적으로 사서가 등장했던 작품 중 최고를 고르라면 기무라 타쿠야가 출연한 일드 <뷰티플 라이프>를 꼽고 싶습니다. 휠체어를 탄 도서관 사서와 미용사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인데, 담백한 스토리와 감동을 더하는 OST… 네네, 기무라 타쿠야 때문입니다. ^^ 


한국에서 사서로 일하기

사서는 도서관의 모든 업무를 담당합니다. 도서관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며, 보존합니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는 것도 사서의 몫입니다. 사서가 하는 일은 도서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국공립도서관 등 비교적 큰 규모의 도서관에서는 자료수집, 자료 관리, 이용자서비스 등을 관리하는 사서가 구분돼 있고, 학교나 기업의 자료실 등에는 대체로 한 명의 사서가 모든 업무를 처리합니다. 또 학생들에게 올바른 독서방법을 지도하는 사서교사도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면 사서로 일할 자격이 주어지지만 한국에서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 또는 사서교육원 등에서 관련교육을 이수하고 사서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전문대학의 문헌정보 관련학과를 졸업하면 준사서 자격을, 4년제 대학교의 문헌정보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2급 정사서 자격을 받을 수 있어요. 이 외에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일부 대학의 사서교육원을 통해 1년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사서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정부는 2018년까지 1100개의 도서관을 확충하고 지역특성과 주민수요를 반영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만들며,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도서관 건립과 운영에 대한 부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도서관 수는 적지만 매년 꾸준하게 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서가 되긴 공무원만큼이나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도서관이 늘어나는 만큼 사서도 많이 필요하고 그만큼 역할도 중요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서의 꿈을 키워 봅시다!



문헌정보학과가 설치된 학과

(4년제) 강남대, 건국대, 경기대, 경북대, 경성대, 경일대, 계명대, 공주대, 광주대, 나사렛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진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동의대, 명지대, 부산대, 상명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신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천대, 전남대, 전북대, 전주대, 중부대, 중앙대, 청주대, 충남대, 한남대, 한성대

(2년제) 대림대, 동원대, 부산여대, 숭의여대, 창원문성대



MINI INTERVIEW

이륜희(한국은행 도서관 사서)


Q 사서라고 하면 대학이나 국공립도서관이 먼저 떠오르는데, 은행에 계시네요.

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따라 크게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대학도서관, 전문도서관으로 나뉩니다. 병원, 은행 등 일반기업에도 도서관이 있어 사서들이 직원들에게 책뿐만 아니라 업무에 필요한 전문정보를 제공합니다.


Q 왜 이 직업을 택했는지 궁금해요. 어떤 준비를 했나요?

어릴 때부터 집 근처 공공도서관을 자주 다니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진로를 선택할 때 사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문헌정보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여러 도서관에서 인턴을 하면서 기업 내 있는 도서관에서 특수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사서가 되고 싶어 전문분야에 대한(예를 들어 의학, 경영, 금융 등) 공부도 병행했습니다.


Q 사서는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알아야 하는 직업인가요?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을 다루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는다면 도움이 됩니다. 이용자들로부터 “요즘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 뭐예요?”, “금융공학과 관련된 읽을 만한 책이 뭔가요?” 등 책 추천과 관련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다양한 책을 알고 있다면 그만큼 적절한 답변을 해줄 수 있겠죠?


Q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병원 내에 있는 도서관에서 근무했을 당시 한 이용자 분이 막연히 ‘IT기술을 이용한 비뇨기과 의료기기’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신 적이 있습니다. 대학 때 특허수업을 들었는데, 그 경험 덕분에 찾는 자료에 대한 검색을 도와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용자의 업무에 도움이 되었을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Q 어떤 성향의 사람이 사서를 하면 좋을까요?

지금이야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하지만 과거에는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고 사서에게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진짜 중요한 정보는 인터넷이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인 ‘사람’에게서 찾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서는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로 어디에 어떤 정보가 유용한지 판단하는 기술과 이용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런 사서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하며 무엇보다 도서관에 애정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 정신이 있는 사람이 사서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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