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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Dec 09. 2016

시민단체 간사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5년 4월 발행)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이 비장한 문구는 ‘참여연대’ 창립선언문의 일부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이익집단의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이들의 갈등을 조율하고 집단과 개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존재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시민단체의 일꾼인 간사에 대해 소개합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문제 또한 필연적으로 생겨나게 됩니다. 서로 다른 계층과 이익집단, 다양한 개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선 이런 문제들을 조율해주고 대화의 장을 마련해 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시민단체입니다. 


시민단체는 사회 이모저모의 불편하고 부당한 일을 해결하고 집단 간 갈등을 풀며 정책제안과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들을 고쳐나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를 민주주의 사회의 보석과 같다고 말하지요.


보이지 않는 곳을 주시하다

우리의 일상의 편리하고 합리적인 일들은 그냥 이루어진것이 아닙니다. 은행에서 새로 통장을 만든다고 생각해

봅시다.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하고 신분증을 통해 확인된 실명으로만 개설이 가능합니다. 금융거래의 안정성을유지하고 불법자금유통을 방지하기 위해서지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지지만 1993년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이름을 빌리거나 도용해 통장을 개설하거나 거래할 수 있었고 그로인해 비자금 축적이나 로비활동 등 불법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고치기 위해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가 나섰습니다. 이 단체와 제도권 인사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은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명령’에 의거, 모든 금융거래에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1990년 이후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동안 발전을 명분으로 무시되거나 소외되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입니다. 환경단체들의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 역시 정부의 개발사업에 맞선 시민단체의 힘을 보여주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인터넷이 확장되던 시기와 맞물렸던 이 반대운동은,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동강의 아름다운 사진을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사람들을 모아 실제 동강을 방문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혔고, 이런 동력이 모아져 결국 동강댐 건설은 무산됐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생활을 만들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근래 회자되고 있는 청소년인권조례, 무상급식에 관한 사안들도 다양한 청소년 시민단체와 인권단체에서 함께 연구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여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주변의 모든 것을 주시하며 우리의 삶을 보다 낫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시민단체의 존재감을 좀더 느껴볼까요?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해결사

시민단체는 공공이익(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된 단체를 말합니다. 시민의 정치 참여 활성화로 정부가 가진 정치 민주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3년마다 시민단체(비영리법인기관 하위조직) 조직현황을 집계하는 <한국 민간단체 총람>을 펴내고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가장 최근호인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만2750개의 민간단체가 있습니다. 추이를 보면 전년대비 60% 증가했고, 현재 추정으로는 약 1만5000개의 민간단체가 각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힘써 줄 사람들, 간사들이 꼭 필요하죠.


참여와 인권을 두 개의 축으로 하는 희망의 공동체 ‘참여연대’여러 시민단체 중에서도 ‘참여연대’를 대표적으로 소개하면서 시민단체와 간사의 역할에 대해 좀더 알아봅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창립 초창기 멤버한 이 단체는 1994년 9월 ‘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 건설을 목표로, 모든 권력을 감시하고 전문적인 개혁운동을 펼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2016년 12월 9일자 참여연대 홈페이지 메인. 멋지네요 :)

참여연대의 ‘참여’는 국가권력의 남용과 재벌의 횡포, 그밖의 모든 권리 침해를 용납하지 말고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권리와 정의를 찾아 나서자는 뜻을, ‘연대’는 학연·지연·국경을 넘어 공익과 정의를 위해 협력하되 특히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뜻합니다.


참여연대는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며, 실천적인 시민행동을 통하여 자유·정의·인권·복지가 바르게 실현되는 참여민주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목적에 동의하여 가입한 회원들로 구성되며,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됩니다.


2000년 이후의 대표적인 활동을 보면 ‘부패정치인 낙천낙선운동’(2000, 2004), ‘이동통신요금인하운동’(2001), ‘돈선거 추방 선거자금 감시운동’(2002),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2003~2008), ‘한미FTA 체결 반대운동’(2006~2011), ‘천안함 진상조사를 위한 정보공개운동’(2010~), ‘반값등록금 도입운동’(2010~), ‘론스타시민소환운동’(2011~), ‘유권자 표현의자유 확대운동’(2011~),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2011~) 등이 있어요. 이 밖에도 2004년에는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인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자격 단체’가 되어 유엔과 협력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쓸 땐, 세월호 사태 이전이었습니다. 참여연대의 세월호 활동 또한 잊으면 안되겠죠.) 


2014년 12월 기준으로 회원은 1만 5천여 명이며, 독립적인 활동을 위해 1998년부터 정부로부터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 회원의 회비와 시민들의 소액 후원금으로 재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복궁에 가볼 일이 있다면, 안국동의 참여연대 사무실에 가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사무실 1층에 ‘통인카페’를 오픈해 소소한 담소가 오가는 시민들의 네트워크 공간을 마련해두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우리들의 슈퍼파워

사회는 앞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복잡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갈수록 시민단체의 역할은 중요해집니다.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 이것이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며, 시민의 자격으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 시민단체에 꼭 들어가지 않더라도, 시민활동을 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그리고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어 조금씩 내 주변의 세상부터 하나 둘 바꿔보는 것이지요. 그런 경험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와 국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 일이 적성에 잘 맞았다면 본격 시민단체의 간사로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고요! 


세상은 어쩌면 눈에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목소리 내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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