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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Dec 22. 2016

청운문학도서관
한옥과 바람과 별과 詩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6. 02월 발행) 

종로구 자하문로 36길, 인왕산 자락. 이곳이 청운문학도서관의 주소다.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청운이란 이름 대신 한옥도서관이라 불린다. 산자락에 한옥 그리고 책들이라니. 이 조합만으로도 흐뭇하다.


2002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 인상적인 장소가 나온다. 고무라 기념 도서관이란 곳인데 전통 있는 가문의 부자가 자기 집 서고를 개축해 만든 사립도서관이다. 건축물과 정원 그리고 장서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응접실같이 우아한 열람실과 큼직한 소파에 대한 묘사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이 주지 못하는 안락함을 가져다주기 충분해 보인다.


주인공 다무라는 집을 떠나 이곳을 찾는다. 그는 이 도서관을 “세계의 움푹 파인 데와 같은 은밀한 장소”라고 말하며 이곳에서의 삶은 “다정한 구름을 내 마음 속에 자리잡게 하는 것”이라 표현한다.


하루키는 고무라 기념 도서관이 실재하진 않지만 어쩌면 다카마쓰에 이런 곳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을 사랑하고 또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행가방을 꾸려 일본에서 가장 작은 현 가가와의 대표 도시 다카마쓰로 향했다. 작품 속 기묘했던 그 도서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소설 속 운치를 지닌 도서관

경복궁역에서 내려 30여분을 걷는 동안 고무라 기념 도서관을 찾아 다카마쓰를 찾아갔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사람들은 소설에 나올 법한 도서관을 찾았을까, 도서관에서 지낸다면 어떨까, 만약 한국의 어떤 부자가 도서관을 짓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저런 생각들도 함께. 조금은 오르기 벅찬 언덕길을 올라야 비로소 청운문학도서관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맞은편에는 새하얀 현대식 건물의 윤동주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표지판을 따라 나무 계단을 내려가니 비로소 한옥이 보였다. 주변이라곤 산과 인근 주택뿐으로 작지만 웅장한 느낌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세워진 도심의 여느 공공도서관과는 느낌이 다르다. 마치 절 같기도 하고 미술관 같기도 하다.


목적지를 찾자 다시 재미있는 상상들이 뒤를 잇는다. 다무라가 떠나 온 곳이 다카마쓰가 아닌 한국이었다면? 한국의 어느 도서관에서 몇 달을 머물러야 한다면? 내가 아주 부자여서 도서관을 지어볼 생각이라면? 어쩌면 이 질문에 청운문학도 서관이 답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청운문학도서관은 ‘문학적’이었다.



하늘을 품은 열람실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구가 한옥 공공도서관으로 지은 문학도서관으로 지난 2014년 11월 개관했다. 한옥으로 지은 도서관은 이 청운문학도서관이 최초다. 몇해 전 유행했던 드라마 대사처럼 ‘한땀 한땀’ 장인이 정성껏 제작한 기와를 지붕에 올리고, 돈의문 뉴타운 사업으로 철거된 기와를 이용해 담장을 만들었다. 이런 정성 때문일까. 사람들은 이곳을 청운이란 이름 대신 한옥도서관이라 부른다.


도서관은 두 층으로 나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옥 두채가 먼저 보이는데 이곳에선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한옥 안에는 작은 방들도 있다. 이 방들은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으로 빌려줄 예정이라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책을 빌리거나 책상에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이 나온다. 문학도서관이기 때문에 책의 종류가 일반 도서관처럼 많지 않아 열람실이 크지 않다. 


하지만 열람실의 큰 창으로 들어오는 하늘이 넓은 쾌적함을 더한다.


생각난 김에 《해변의 카프카》를 빌려보고 싶었지만 이미 누가 대여했다. 다른 책을 골라 한옥 위층에 올라갔다.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더없이 푸근했다. 춥지 않은 겨울이라지만 이곳에선 겨울의 입김이 더욱 빗겨간 듯하다. 청운문학도서관을 방문해볼 이들이라면 ‘문학둘레길’을 추천한다. 인사동의 한용운 가옥부터 이상 옛집, 윤동주 하숙집 터, 세종대왕 생가 터를 지나 청운문학도서관까지의 코스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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