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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Dec 23. 2016

호텔 카푸치노
여행의 낭만, 공유가치와 즐기다

문화기행,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6.03 발행) 

에스프레소에 우유 조금과 거품을 올리면 카푸치노다. 여기에 계피나 코코아가루를 뿌리면 맛이 더욱 진해진다. 이런 카푸치노의 이름을 딴 호텔이 있다. 강남구에 위치한 호텔 카푸치노. 청소년 잡지에 호텔이라는 소재가 약간 어색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나눔이 있는 이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호텔 카푸치노에 도착했다. 지하 3층, 지상 18층이라는 규모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꽤 커 보인다. 전면 통유리로 된 카페도 있고, 서울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레스토랑도 있고, 옥상엔 바(Bar)도 있으니, 크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하다. 날은 아직 쌀쌀한데 로비 밖으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의 속도에서 온기가 전해져오는 느낌이다. 이들의 분주함을 바라보며 한껏 여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예약한 방에 올라갔다.


View 1 업사이클링 룸

번호로 구분되는 다른 방들과 달리 이 방은 ‘업사이클링 룸’이라 불린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물건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큼지막한 기호가 여전히 흔적으로 남아 있는 나무판. 이것을 가공해 침대와 책상을 만들고 쇠파이프를 깨끗하게 닦아 의자 다리를 만들었다. 하얗고 반짝반짝한 호텔만 봐왔던 터라 인테리어가 꽤 거칠게 느껴졌지만 낯설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푸근함과 안락함이 있다. 손때 묻은 오래된 것들이 늘 그렇듯이. 언젠가 나도 이런 업사이클링 가구를 만들어보리라 마음을 가져본다.



View 2  자연스럽게 공유가치를 안내하는 곳

호텔 카푸치노에 다른 이름을 붙여보라면 ‘환경을 생각하는 호텔’이라 하고 싶다. 업사이클링 룸뿐 아니라 곳곳에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자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 호텔의 매력은 바로 이것. (물론 다양한 술을 갖췄고, 야경이 끝내주고, 침대가 푹신하다는 것도 있다) 그리고 투숙객들도 호텔에 묵음으로써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 이것을 공유가치(shared value)라 부른다. 수익을 좋은 곳에 기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이 호텔은 다시 호텔을 찾은 손님들과 나누는 방법으로 공유가치를 실천한다. 버린 물건으로 가구를 만들고, 손님이 물건을 아끼면 호텔이 이를 다른 곳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2015년 12월에 문을 연 이 호텔은 호텔 이름을 짓기도 전에 이미 호텔의 운영을 새롭게 해서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소가 될 목표를 세웠고, 이를 실천할 방법들을 고민했다고 한다. 공유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이런 담백한 호텔은 이곳이 처음이다.


우리가 호텔에, 그것도 도심 속 호텔에 갈 일은 별로 없겠지만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호텔을 추천해줘야 할 일이 있다면 이 호텔을 추천해보면 어떨까. 호텔을 추천해주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기부에 동참하게 되는 셈이다.


View 2  E&G 박스

호텔의 모든 객실에는 수건과 로션, 면봉 등 편의를 위한 각종 물품이 제공된다. 부족하지 않게 늘 넉넉히 준비돼 있다. 모두 객실 요금에 다 포함돼 있을 테니 흥청망청 써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다. 수건을 다시 빨고, 새것으로 준비하고, 비닐이 뜯겨 사용하지도 않는 면봉을 버리는 일은 환경오염을 부른다. 그래서 호텔은 E&G박스를 준비했다. 

E&G는 Earn&Giveaway의 약자. 준비돼 있는 여분의 물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엔젤쿠폰’이 지급되고 이 쿠폰으로 개발도상국에 식수를 공급하는 ‘워터파트너인터네셔널(WaterPartnerInternational)에 기부하거나 카페에서 음료를 교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카페나 레스토랑의 ‘엔젤메뉴’를 주문해도 수익금 중 일부가 워터파트너인터네셔널에 기부된다.


View 3 옷을 공유하는 쉐어 유어 클로즈

여행객들에겐 짐의 크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짐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온라인에서 공유되는데 그 중 하나가 안 입는 옷들을 머무는 나라나 도시의 호텔에 하나씩 버리고 오는 것이다. 이런 여행자들의 팁에, 호텔은 다른 방식으로 응답했다. 이왕 옷을 버릴 거라면 기부하자는 것. 로비에 마련된 쉐어 유어 클로즈(share your clothes) 박스에 입지 않는 옷을 넣으면 제3세계에 옷을 기부하는 ‘옷캔(Otcan)’을 통해 필요한 곳에 옷이 전달된다.


View 4 동물을 돕는 특별한 룸, 바크룸

강아지 투숙이 환영받는 호텔은 드물다. 호텔 카푸치노는 아예 강아지를 동반한 투숙객을 위한 전용 룸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묵으면 나도 강아지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반려견을 위한 룸서비스 메뉴와 생일 케이크 등 반려견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면 호텔은 수익금 중 일부를 동물보호단체인 ‘카라(KARA)’에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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