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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Dec 28. 2016

영화, 이곳에서 기억되다

한국영상자료원의 품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도시가 하나 만들어졌다. ‘디지털 미디어 시티’라 불리는 바로 상암이다. 그 이름처럼 이곳에는 방송국들과 신문사들 그리고 콘텐츠관련 기관들이 빼곡하게 지도를 그리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필름 아카이브인 한국영상자료원 역시 이곳에 있다.



“기억의 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손바닥만한 디지털 공간에 영화 한 편과 스틸컷이 빼곡하게 저장되지만,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엔 두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데 무려 3000m나 되는 필름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상영을 마치고 난 뒤 이 필름을 보관하는 일은 꽤 거한 일이었다. 수집자의 애착이 없는 영화 필름은 이동하면서 버려지거나, 조각조각 잘려 밀짚모자가 되거나(가볍고 튼튼하니 밀짚보다 유용했던 모양이다), 은을 추출하기 위해 녹여지는 일이 허다했다.


1974년 한국필름보관소가 처음 문을 열었다. 필름 역시 보존돼야 할 문화재란 인식이 확산되자 더 이상 필름이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만든 곳이다. 한국필름보관소는 30년이 지나 지금의 한국영상자료원으로 남았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필름뿐 아니라 영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고, 서비스하는 국내 유일의 영화 아카이브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슬로건은 영화와 그 속에 담긴 역사를 보존하는 ‘기억의 집’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만들어진 1919년 이후 기록으로만 남아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영화가 여전히 많다고. 오래된 필름을 발굴하고 극장에 걸린 영화포스터 하나까지 온전히 보관해 기억하는 것이 이 한국영상자료원의 목적이다


시네마테크 KOFA

2007년 예술의 전당에서 상암으로 자리를 옮긴 한국영상자료원에는 영상도서관과 한국영화박물관 그리고 시네마테크KOFA가 있다. 특히 KOFA는 국내외 고전, 예술, 독립영화상영관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얼마 전에는 <킬빌> <헤이트풀8>로 알려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기획전이 이곳에서 열렸고, 현재 김기덕 감독의 대표작이 상영 중이다. 관람료가 없다는 것도 큰 매력! 멀티플렉스 극장 나들이 에 질렸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자.



이 글은 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에 2016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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