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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Oct 12. 2016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유레카> (2014년 2월 15일 발행)

가끔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냉장고에 휴대폰을 넣어둔 엄마들이 등장한다. 

그러면 젊은 딸은 “엄마, 그거 치매 초기 증세야!”라고 타박한다. 

막상 TV를 함께 보는 엄마는 호호호 하고 웃는데, 정작 나는 웃기지가 않다. 나도 저런데… 해야 할 일을 까먹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려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만 있자, 저 배우의 이름은 또 뭐였더라. 나 아무래도 치매 초기인 것 같다.


그래서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만큼 조예가 깊고, 친절한 네이버 지식인에게 말입니다. 네이버는 제게 몇 가지를 더 질문했습니다. 외우는 번호가 5개 미만인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나요? 네비게이션 없이는 운전하는 것이 두려운가요? 모두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병명은 치매, 그러나 알츠하이머(퇴행성 뇌질환)가 아닌 ‘디지털 치매’ 라고 합니다. 디지털 치매는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디지털에 중독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꼭 치매 초기 증상처럼 기억력이 감퇴되고, 건망증이 생기지요.


디지털 중독이 심해지면, 더 많은 질환이 찾아옵니다. 스마트폰을 하루 16시간 동안 150번 들여다 보는가 하면 열에 일곱은 울리지 않는 단말기에서 진동이나 벨소리를 느끼는 ‘유령진동 증후군’이 생기고, 수면 중에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지적 능력은 갖췄지만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응력이 떨어지는 ‘아스퍼거 증후군’, 팝콘이 튀어오르는듯 스마트폰의 즉각적이고 강한 신호에만 반응을 보이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도 디지털 중독의 증상들입니다.


무서워하는 저에게 네이버는 물리적인 처방약 대신, 생활습관을 조절해 디지털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 digital detox’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다음부터 몸이 아프면 인터넷 검색이 아닌 진짜 의사를 찾으라고. 


이렇게 인터넷 검색결과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디지털 중독의 한 현상이라고 말입니다.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한 방법

‘디톡스’는 흔히 독소라 부르는 인체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빼내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독소라는 것은 인간이 신진대사를 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배출이 되는데, 현대인들의 경우 플라스틱과 방부제 사용이 많고 운동량은 적어 독소가 쉽게 쌓이고 쉽게 배출이 되지않습니다. 그런 독소를 빼내기 위해선, 금식이나 단식을 해야 합니다. 독소를 빼내는 동안 독소를 섭취하면 안 되니까 최소한의 영양분만을 섭취하며 독소를 빼내야 합니다. 그래서 디톡스는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먼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디톡스는 무엇일까요?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을 끊어봄으로써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디지털 단식, 디지털 금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SNS의 등장으로 많은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중독에 빠지게 됐습니다. 지하철에는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이 사라졌으며, 식당에서도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TV를 보면서도 스마트폰을 본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단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행위에 대해, 시카고대학교 윌헴 호프먼 교수는 “스마트폰의 중독성이 담배나 알코올보다 강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휴대전화가 소리를 내며 반짝이면 사람들은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신경 전달물질 ‘도파민’의 세례를 받는다고 합니다. 아마 옆 사람의 ‘카톡’ 소리에,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쳐다보고, 실망감을 느꼈던 친구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쾌락들이 앞서 말한 정신적 질환을 가져오는 것이죠.


디지털 디톡스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디톡스는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스마트폰과 SNS에 몰두하던 시간을 줄이고, 대신 빈 시간을 다른 긍정적인 활동으로 채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일이고 삶을회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해독주스를 만들어볼까

그렇다면 디지털 디톡스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2012년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고 대화하라.” 이것이 바로 디지털 디톡스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당장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고 인터넷을 끄는 것이 어색하다면, 간단한 생활습관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유레카가 준비한 해독주스입니다.


1 인터넷 휴(休)요일을 만든다. 

2 디지털 기가와 단절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뭐 하고 시간을 보내나?’하는 생각을 예방하기 위해 우선 할 일을 정한다. 

3 카톡을 보내는 대신 전화한다. 

4 줄을 서는 도중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한다. 

5 지하철에선 무조건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6 SNS나 블로그에 무언가를 자꾸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공책에 쓴다.


디지털 디톡스로 돈을 버는 사람들

한편 이러한 디지털 디톡스를 새로운 수요 창출의 기회로 삼는 회사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디지털 디톡스의 일환으로 호텔이나 리조트, 여행사들이 디지털 기기를 끄고 완전한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행사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메리어트 르네상스 피츠버그 호텔은 디지털 디톡스 여행 상품 ‘Zen & the Art of Detox’를 선보였는데, 투숙객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맡기면 숙박료를 할인해준다고 합니다. 대신 가족과 함께 하는 보드게임이나 고전 도서 등을 제공하고 스파 치료, 카약 강습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디톡스를 적용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 성인 사이트나 특정 게임을 차단할 수 있는 앱, 향균 소재의 스마트폰 액세서리, 안구마사지 기계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통계청은 디지털 디톡스를 올해 새롭게 주목받을 블루슈머로 제시하기도 했지요.


초조하다면 당장 필요하단 증거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꺼둬야 한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초조한가요? 그것이 바로 지금 디지털 디톡스가 절실히 필요하단 증거입니다. <유레카>를 읽는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어봅시다. 요요는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소중한 우리의 건강.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에도 다이어트와 해독은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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