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2017년 4월 발행)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모바일 월드 콩크레스(MWC) 2017’이 열렸다. MWC는 모바일 기기 시장 트렌드와 기술 변화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행사로 올해 12회를 맞았다. 2017년 MWC 주제는 ‘모바일, 그 다음 요소(Mobile, The next element)’로 디바이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제도(Regulation) 등 모바일 기술이 일상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다뤘다.
MWC는 ‘세계 최대 모바일 쇼’로 불리며 IT 트렌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자리다. 올해 트렌드는 MARS. MARS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넘은 혼합현실(MR·Mixed Reality), IT 업계의 가장 뜨거운 승부처 인공지능(AI),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스마트 로봇(Robot) 그리고 5G를 향한 속도(Speed) 경쟁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MWC 현장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은 대표적 MARS 서비스와 기술을 소개한다.
증강현실 기반의 홀로그래픽 통화 솔루션으로 멀리 떨어진Tele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에 존재(presence)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통화 기능이다. 음성에서 영상으로 발전한 통화 기능이 홀로그래픽으로 진화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고글을 쓰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면 통화 상대방의 아바타를 마주보고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패션 브랜드 마르체사는 IBM AI 왓슨의 조언으로 드레스를 완성해 선보였다.
사람과 닮은 로봇, 페퍼가 업그레이드 돼 다시 MWC를 찾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2040년이면 스마트 로봇이 전 세계 인구보다 많은 100억대 수준이 될것”이라고 밝혔다.
AR·VR·MR·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5G통신기술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일본 NTT도코모, 우리나라 SK텔레콤·KT, 스페인 텔레포니카, 카타르 우레두 등 각 국가 통신업체들이 기지국 네트워크 인프라와 기술을 시연했다. 중국 ZTE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우리야 인터넷이 숨쉬는 공기와 같은 것이지만, 세계엔 분명 인터넷을 기대할 수 없는 나라가 있다. 그런 나라가 있냐고 반문할 테지만 온라인에 접속하지 못하는 인구가 세계 3분의 2나 된다. 이것은 심각한 정보격차를 초래하는 일이다.
구글은 2013년 6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을 공식 발표했다. 2011년부터 비공개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쉽게 설명해 글로벌 Wi-Fi로, 커다란열기구 안에 Wi-Fi 공유기를 넣어 성층권에 띄우는 것이다. 열기구는 태양 전지 패널로 작동하며, 영하 82℃까지 견딜 수 있는 비닐 소재의 헬륨 풍선으로 만들어졌다.
본격적인 사업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구상만으로 많은 사람이 환호했다. (이동통신사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닐 테지만) 프로젝트 룬 덕에, 필요한 곳곳에 기지국을 세우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 사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 룬은 어디까지 진행되었을까. 이 일을 책임하는 구글 X연구소는 최근 인공지능 덕분에 프로젝트 룬의 실현이 “몇 년 더 가까워졌다”고밝혔다. 3월 16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일종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으로 바람을 예측해 열기구의 움직임을 훨씬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열기구를 무작위로 띄워 하늘을 끝없이 떠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열기구를 인터넷이 필요한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지역에 필요한 열기구 수는 현격히 줄어들며, 그에 따라 경제성이 높아진다.
X 연구소는 실제 이용자를 상대로 한 인터넷 풍선 테스트가 “몇 개월 안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해 페루 실험에서 일부 풍선을 3개월까지 한자리에 두는 성과를 보였다.
유럽여행을 계획한다면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 유트립(Utirp)은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업체로, AI를 활용해 이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①여행지를 선택한 후
②첫 번째 여행, 저렴한 여행, 기존 방문자, 추천, 럭셔리 여행 등 6가지 타입의 여행을 선택하고
③세부 항목으로 꼭 봐야할 장소, 문화, 음식, 여행, 예술, 엔터테인먼트, 역사, 박물관, 자연, 휴식, 쇼핑, 스포츠의 중요도를 조절하고
④여행기간을 입력하면
유트립이자세한 여행 일정을 만들어준다.
캐나다 토론토 여행을 가상하고 계획을 짜보니 호텔부터 아침 식사를 먹을 곳, 운동해야 할 곳까지 정해준다. 기자처럼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건 좋아하면서 계획 짜는 건 귀찮아하는 여행자에게 이처럼 좋은 서비스가 없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애플과 코스트코 같은 업체로부터 4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한 ‘스타 스타트업’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인공지능(AI)에게 여행 코스를 추천받았다면 이제 음악을 추천받아보자. 사용자가 기존에 자주 플레이한 음악 목록을 기반으로 하는 ‘주크박스’가아닌, 사용자의 뇌파를 분석해 지금 기분과 딱 맞는 음악을 만들어주는 AI 음악 작곡 서비스다.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는 3월 7일 일본 오시카대학 산업과학연구센터와 도쿄수도대학 공동 연구진이 이런 내용의 AI 헤드폰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AI 헤드폰에는 사용자의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장착돼 있으며, 이 뇌파에 따라 적절한 음악을 작곡해 들려주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사용자가 특정 음악을 들을 때 변화하는 뇌파의 기록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학습 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뇌파 정보만으로 ‘맞춤 작곡’이 가능하다. 또 뇌파 데이터를 토대로 기분을 파악하고, 기분을 더 북돋아 주거나 혹은 가라앉게 해주는 음악을 창작해 들려준다. 사용자는 자신의 기분과 감정 상태에 맞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맞춤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때
AI가 만들어내는 것은 미디(MIDI, 컴퓨터와 신시사이저 등을 연결해 디지털 사운드를 만들고 합성하는 전자 악기) 디지털 인터페이스 형태의 음악이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0곡 정도의 음악을 들려준 뒤 뇌파와 기분 변화 등을 조사했다. AI에게 이 데이터를 학습하게 한 뒤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음악과 기분을 더 가라앉게 하는 곡을 만들게 했다. AI가 1분 만에 작곡한 음악 중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음악’을 들은 참가자들은 실제로 음악을 들은 뒤 “기분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AI 시스템이 단순히 사용자의 편의를 높여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사카대학의 누마오 마사유키 박사는 사이언스데일리와 한 인터뷰에서 “사람의 감정을 분석할 줄 아는 이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서 “예컨대 뇌파 분석을 통해 만들어낸 음악을 이용해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싶게 만들거나 혹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을 낮추고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등 멘탈 헬스 케어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러분은 어떤 행동을 위한, 어떤 음악을 듣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