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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Jul 27. 2017

대변을 돈처럼, 인공지능을 의사처럼

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2017년 05월 발행) 

시시각각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정리해보는 시간이다.

재미있고 낯선 이름 두 개가 등장한다. 똥본위화폐와 에이브릴.

똥본위화폐와 에이브릴이 만들 미래를 잠시 상상해보자.


똥본위화폐 똥으로 만든 에너지, 똥으로 바꾼 돈

200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청소년 관람불가). 인간의 ‘똥’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이 된 미래 도시에서 똥을 싸고 뺏는 일을 코믹하게 그린다. 똥이 에너지이자 화폐여서다. 영화의 상상력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사월당 비비화장실 (ⓒ유니스트 매거진)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경영관 앞에는 육각형 야외 실험실이 있다. 사어인스 월든 파빌리온 혹은 사월당이라 불리는 곳이다. (‘사이언스 월든’이란 이름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따왔다.) 사월당 안엔 무엇이 있을까. 놀랍게도 화장실이 있다. 비비Beevi라 불리는 변기다. 비비란 이름은 벌bee과 비전vision의 첫 음절을 따 만들었다.


비비 화장실은 똥을 에너지와 돈으로 만든다. 이곳에서 대변을 누면 그 똥은 바이오에너지로 변환되는데, 미생물의 소화를 통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의 분리, 미세조류 배양기술과 바이오 디젤 생산 기술 등이 이 과정에 숨어 있다. 에너지는 화폐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한 번 화장실을 이용하면 사이버머니 10꿀이 지급된다. 이를 식당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10꿀의 현재 가치는 500원 수준이다.


똥과 오줌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이를 화폐처럼 사용하는 것. 이를 똥본위화폐本位貨幣라 부른다. 똥본위화폐는 인분의 경제적인 가치를 화폐로 환산해낸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평을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똥을 돈으로 사용하는 똥본위화폐란 개념을 제시한 유니스트의 이 프로젝트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연구비 100억원을 지원한다고 9일 발표했다. 연구 책임자인 조재원 유니스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워낙 이례적인 연구 아이디어라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100억원짜리 국가 연구프로젝트에 선정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인분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이를 화폐나 에너지로 사용함으로써 인분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며 “세계 최초로 제시된 똥본위화폐는 환경 순환 경제의 원동력은 물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가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똥본위화폐의 개념을 보다 정밀하게 설정하고, 시범운영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론 똥본위화폐를 마을과 도시로 확대해 취약층의 사회복지와 청년층의 기본소득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조 교수는 “사이언스 월든만의 새로운 도시계획 디자인을 제시해 똥·에너지·삶이 순환하는 환경 경제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연구팀에는 환경공학뿐 아니라 철학·미술·경제학·디자인·도시공학 등을 전공한 다양한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어 융합을 통한 창의적인 연구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똥이 에너지가 된다니, 그 변기 위에 앉아 아무 거부감 없이 변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끊임없이 만들고 버리면서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곤 ‘똥 싸는 것’ 밖에 없는 인간이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구글광고 보이콧 구글, AI에 미묘한 뉘앙스 가르친다

구글 유튜브가 극단주의 동영상에 광고를 게재되며 구글 광고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3월 22일 기준 AT&T, 맥도날드 등 250개가 넘는 유명 기업이 유튜브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4월 3일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기업의 유튜브 광고 보이콧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광고 배치 시스템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광고를 배치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콘텐츠의 미묘한 뉘앙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판단했다. 달리 말해 아직 AI가 IS조직원이 총을 흔드는지, 할리우드 스타배우가 총을 흔드는지 구별하기 어렵단 뜻이다.


구글의 엔지니어와 제품 관리자, 정책담당자는 광고를 자동으로 배치하는 AI에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판별 능력을 강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AI의 개선 노력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건수가 이미 5배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상품운반 드론 월마트 특허내다

미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매장 안을 날아다니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을 운반해주는 무인기(드론)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해당 특허 기술이 상용화되면 마트에서 카트나 장바구니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드론 스스로 센서와 3D 지도 기술을 이용해 고객이 주문한 물품이 있는 곳까지 정확히 움직이고, 물품이 맞는지 확인한 후, 고객이 있는 곳까지 물건을 배달한다. 위험하진 않을까? 이 드론은 사람, 선반, 각종 진열상품을 피해 높이 날도록 하되, 안전을 위해 사람 머리 위로는 다니지 않게 이동 경로를 설정할 계획이다.


드론을 쓰는 유통업체는 월마트가 처음은 아니다. 아마존 역시 드론을 이용해 물건 배송에 나섰다. 하지만 월마트에서 쓰는 소형 실내용 드론은 택배 배송을 하는 아마존 실외용 드론과 다르게 항공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 아마존의 드론보다 훨씬 빠르게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월마트는 자율주행 카트 특허를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IT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아예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스토어 넘버8Store No.8을 설립했다. 스토어 넘퍼8에선 증강현실에서부터, 자율주행 카트, 드론 배송, 개인 맞춤형 쇼핑 등에 이르기까지 전체 월마트 매장에서 활용 가능한 신규 기술을 검증하고 연구할 예정이라고. 앞으로 IT 신기술을 경험해보기 위해선 애플이나 삼성 매장이 아니라 월마트를 방문해야 하지 않을까.


에이브릴 맞춤형 AI 의료 도우미 서비스

국내 최대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키메스KIMES 2017이 열렸다. 이 전시가 주목받은 이유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기술이 헬스케어와 접목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개하고 싶은 아이템은 건양대학교병원이 도입한 SK C&C의 인공지능‘에이브릴’이다. 의료진과 환자를 위한 맞춤형 AI로, 왓슨에 기반한 AI 플랫폼이다. 에이브릴은 AI와 Brilliant의 합성어로 지식이 자라나 찬란한 꽃을 피우는 인공지능이라는 의미라고.


최근 광고에는 TV 옆이나 테이블에 놓인 작은 기계에게 영화를 추천해달라, 치킨을 배달시켜달라고 주문하는 AI 디바이스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에이브릴도 그와 비슷하다. 건양대는 먼저 의료 인프라에 에이브릴 도입 후 점차 의료진과 환자를 위한 의료 도우미로 대중화할 예정이라고.


대형병원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병원은 매우 복잡하고 소란스럽고 떠들썩하다. 의사와 간호사는 일손이 부족해보이고, 환자들은 애가 타 의료진에게 한 마디라도 더 묻고 싶어 한다. 에이브릴 같은 AI가 이런 대형병원의 고질병을 해결해줄지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론 에이브릴과 같은 AI에게 치료법을 듣거나 일생 생활과 관련한 것을 추천받는 일이 낯설기도 하다. 영화 <빅 히어로>가 떠오른다. 영화 속 베이맥스는 에이브릴과 같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인데 치료 받는 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말랑한 고무 소재에 둥글둥글한 몸매를 갖추고 있다. 우리가 기대한 AI나 로봇은 바로 이런 느낌인데. 어째 알 모양에 대고 이야기를 하고,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니 확실히 낯설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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