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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Aug 07. 2020

왜 락페를 사랑하냐면

락페 가고 싶다



   내 여름의 낙은 페스티벌이다. 여름이면 페스티벌이랑 콘서트 가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놈에 코세글자 때문에 올해는 아예 아무것도 못하게 됐다. 분기에 한 번씩 콘서트 가는 사람인데 코**가 심해진 이후에 페스티벌은커녕 올림픽 경기장 입구도 밟아보지 못했다. 이게 사람 사는 건가? 너무 슬프고.. 슬프다..



락페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쓰는,

왜 락페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혹은 락페에서 뭐가 재밌는지 설명하는 글이다.



16 17 지산 락페




1 음악을 좋아하는 자에게 천국



    락페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짐 검사를 하는데, 아주 덥고 습한 날 그걸 기다리면서 짜증이 나기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훨씬 크다. 입구에서부터 음악 소리, 함성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음악이 나를 부르는 느낌. 얼른 짐 놓고 살 거 사고 슬렁슬렁 돌아다니면서 오늘은 어디 어디를 갈지 친구와 얘기한다. 내가 꼭 봐야 하는 가수 친구가 꼭 봐야 되는 가수가 다르기 때문에 갈라져서 보기도 하고 같이 보기도 한다. 체력이 될 때는 펜스도 잡았지만 안 되면 뒤에서 봐도 재밌다. 아는 노래 나오면 미친 듯이 따라 부르고 소리 지르고 뛰고 춤추고 돌아다니고 힘들면 잠시 앉아서 쉬었다가 뛰고 싶을 때 또 뛰고 이걸 하루 종일 할 수 있다. 그냥.. 천국임.



   보통 3일권 끊어서 2시쯤 아레나에 도착해서 밤 12시까지 놀다가 집에 가서 기절잠자고 다시 아침에 일어나서 도시락 싸와서 에어컨 나오는 실내에서 도시락 까먹고 덜 더워지면 밖에 나가서 구경하고 한참 놀다가 배고프면 저녁 먹고 또 놀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천국인 곳이 또 없을 거다. 캠핑하거나 주변에 숙소 있는 사람들은 새벽 시간대도 즐기던데 나는 3일을 놀아야 하고 내 체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벽에는 거의 놀아본 적 없다. 만약에 1일권 끊었으면 나도 한 번쯤은 그렇게 놀았을 것 같다. 락페나 이디엠 페스티벌이나 비슷하긴 한데 락페는 라이브 공연을 듣는 거니까 훨씬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 현장에서 함성과 함께 듣는 보컬+드럼+기타 조합이 기가 막힌다. 아 쓰다 보니까 락페 너무 가고 싶다 제발 락페에.. 보내줘...



17 지산과 18 움프





2 딱히 나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락페에 갈 때 입고 싶은 거 맘대로 입고 다니는 사람인데, 거긴 그러고 와도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딱히 사람한테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고 공연을 즐기는 관객으로 참여한 거니까 포커스가 무대에 가있는 느낌. 내가 뭘 하고 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어서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머리에 꽃을 얹고 가도, 양갈래를 하고 가도, 거긴 원래 그런데다. EDM 페스티벌은 훨씬 더 세게 꾸미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상탈은 기본이고 와 나 이렇게까지 입는 건 오바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고 가도 절 대 오바가 아니다. 나보다 200배 오바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인데 뭐.



   그렇다고 빡세게 꾸미고 가야 하나? 그건 아니다. 나도 보통 1일 차에 제일 빡세게 꾸미고 3일 차쯤 가면 아무거나 편한 거 입고 다녔다. 예쁘게 입고 다니면 기분이 좋으니까 꾸미고 다니는 거지. 누구 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만족이다. 내가 오늘 세상에서 제일 즐겁게 놀 것이기 때문에 내 외관부터 세상에서 제일 즐겁게 놀 것 같은 사람으로 준비하고 가겠다는 느낌. 나름 스스로가 정한 TPO를 맞춰보는 거다.



    한국은 보통 떼창 포인트가 암묵적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가보면 안다 이걸 다들 떼창 할 건지 말 건지. 그렇게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거 말고 너무 좋아하는 노래는 나도 모르게 단전에서부터 노래가 나온다. 막 흥분해서 소리 지르고 뛰다 보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도 나랑 비슷하게 그러고 있다. 이상하게 춤춰도 뭘 해도 범법행위만 아니면 뭐든 다 괜찮은 곳.. 락페.. 온몸으로 노래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3 뭘 먹어도 얼추 다 맛있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면 정말 흥겨운 것처럼, 술 마시고 락페 들어가면 그것도 그거대로 재밌다. 락페에서는 너무 뛰고 골 아파서 술 마셔본 적이 많이 없는데, 이디엠 페스티벌에서는 보드카 마시고 뛰었더니 두배로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과음하면 절대 안 된다. 탈수로 실려갈 수도 있음. 이디엠 페스티벌은 물을 파는 데를 찾기 어렵고 대신에 술 파는데 밖에 없더라고? 가격이 싸진 않았는데 그래도 맛있었다. 좀 덜 날뛰어서 술 마시니까 재밌었던 것 같다. 락페는 음악 들으면서 날뛰느라 술 마실 틈도 없었다. 50분 공연 보고 앉아서 쉬다가 또 보러 가고 3일 차 헤드 나올 때쯤에는 기진맥진해서 돗자리에 누워서 자고.. ㅋㅋㅋㅋㅋㅋ 오죽하면 락페 시즌 오기 전에 체력 기른다고 운동하고 그랬으니까. 내가 이렇게 락페에 진심인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아 펜타포트에 들어와서 유명해진 김치말이 국수가 내가 다닐 때 즈음에는 모든 페스티벌에 다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뛰다가 김말국 먹으면 진짜 말도 안 되게 맛있다. 더울 때는 시원한 국물에 국수죠. 페스티벌 가서 먹는 김치말이 국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김치 말이국수 이틀 연달아 먹어도 맛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조작된 건가? 근데 진짜 맛있었어. 움프에서 먹은 김말국도 맛있었어.



17 지산과 18 움프에서 먹은 김말국






*나름의 락 페스티벌 팁



가기 전에 오늘 나올 라인업 노래를 다 들어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모르는 밴드라도 듣다 보면 좋은 노래가 많은 경우가 꽤 많다. 그리고 그렇게 노래를 다 아는 채로 페스티벌에 가면 두배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원래 내가 아는 노래가 많을수록 즐거우니까요?



옷은 아무거나 입어도 상관없는데 아무 데나 앉아야 될 상황이나 뛸 일이 많이 생기니까 앉는데 불편한 짧은 치마나 너무 긴 바지는 피하는 게 좋다. 신발은 웬만하면 편한걸 신길 추천한다. 슬리퍼도 하나쯤 가져가면 좋다. 더운데 땀 흘리면서 뛰다가 쉴 때도 신발이랑 양말 계속 신고 있는 거 답답하다.



물은 반입 여부를 살펴본 다음에 하나쯤 들고 들어가는 게 좋다. 얼음물으로. 쿨링 시트, 손풍기, 쿨링팩 같은 건 많이 챙길수록 좋다. 잘못하면 더위 먹음. (처음 락페 갔다가 더위 먹고 온 사람) 선크림 선스틱 챙겨가서 자주 바르고, 선글라스 필수다.



자기 체력은 자기가 제일 잘 알 테니 체력 조절해가면서 뛰는 게 중요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데 억지로 펜스 잡고 있으면 실려나갈 수도 있음. 콘서트에서 펜스 잡고 버티다가 뽑혀나가는 사람 여럿 봤다. 적당히 앉아서 볼 때는 앉아서 보고 서서보기도 하고 괜찮으면 좀 더 앞으로 가보고 그럼 된다. 페이스는 본인이 조절해야 됨. 과음 절대 금지.. 땀 많이 흘리는데 술도 많이 마시면 황천길 직행 버스 타고 가는 거다.



에너지바 같은  한두  챙겨가면 중간에 배고플  요긴함. 보조배터리 필수품이고, 락페에 사물함이 있으면 사물함에  두면 되니까 이것저것 들고 다닐  있지만 이디엠 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보통 그런 시설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짐을 최소한으로 들고 다니는  좋다.  틴트  핸드폰 이어폰 보조배터리  정도만 들고 갔다. 웨이스트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락페는   많이 챙겨도 된다. 체감상  하드코어니까.





 

좋아하는 밴드 노래 목 터지도록 따라 부르고 흥겹게 뛰다가 땀나면 잠깐 쉬었다가 친구랑 노가리도 까고 해지기 시작하면 노을도 봐주고 모기 퇴치 스프레이 뿌리고 돗자리에 앉아서 저녁 먹고 해지면 더 쟁쟁한 밴드 노래 들으면서 뛰고 난리 치다가 난리 난 목소리로 저기 가자고 말해서 옆 아레나로 넘어가고 내한한 아티스트 노래도 따라서 보다가 힘들다고 다시 돗자리 가자고 하면 돗자리 가서 누워서 자다가 헤드 끝날 때쯤 깨서 잠깐 보고 집에 갈 준비 하고 내일은 또 누구 볼 지 생각하면서 집에 가고 싶다. 좋아하는 헤드면 조금씩 앞으로 가서 인트로 나오기 전까지 세상에서 제일 긴 10분 보낸 다음에 미친 듯이 뛰고 즐기는 한 시간 보낸 다음에 터덜터덜 쑤시는 다리랑 허리 붙잡고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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