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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Aug 05. 2020

artsy


   언젠가 수용할  있는 예술을 펼쳐 놓고  바깥에 동그라미를 그려놓아 향유하는 예술을 표현한다고 말한  있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동그라미를 점점 조이는 것은 아닌지 렵더라.




   예술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고, 그만큼 많이 알아서 그런지 더 섬세하게 취향을 정하게 되더라고. 누구든 내가 사랑하는 예술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편이다. 타인에게 소중한 것들을 존중해주는 만큼 그들도 내가 소중히 하는 것을 소중하게 다뤄줬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예전에는 자주 봤지만 지금은 구독 취소한 유튜버 중에 artsy fartsy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유튜버가 있었다. 저 유튜버를 좋아할 때도 네이밍이 구리고 웃기다고 생각했다. 케이팝을 일단 예술의 영역으로 포함시키고 싶지 않아 하는 그들의 태도와 예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어색하다는 선입견이 깔려있는 것 같아서 들을 때마다 불편했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우습게 볼 이유는 없는데 말이지.




  얼마 전에 나와 어울리는 예@술가 테@스트를 (검색어 유입 방지를 위한 써방) 했는데 나는 마크 로스코가 나왔다. 마크 로스코가 누구야? 했더니 레드를 그린 사람이더라고. 레드 미술관 어디선가 분명히 봤을 거다. 보자마자 아! 했다.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찾아보니까 심지어 유작이네.. 유작이라는 말은 언제나 슬프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도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란 대체로 예전에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아우라에 압도당해 느끼는 감정과 갤러리라는 특수한 공간이 연출하는 기분 그 날 나의 기분 그리고 그림이 주는 기분이 합쳐져 나오는 것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고등학교 때 오르세에서 모네의 그림 앞에 벅차오른 채로 멍하니 서있었던 나는 성인이 되고 다시 오르세에 가서 심드렁하게 모네의 그림을 보다가 아니 어떻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더 이상 서양미술을 사랑하지 않는데도 그의 그림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 보고 여전히 모네의 그림은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 순수 회화 미술을 좋아하다 성인이 된 후로 서양 미술은 좋아하지 않지만 현대 미술은 그래도 꽤 좋아하게 되었고 여전히 케이팝을 사랑하고 아끼며 그중에서도 좋아하지 않는 가수 취향이 뚜렷한 편이다. 클래식은 즐겨 듣지 않으나 좋아하는 작가가 조성진 피아니스트를 좋아해서 그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클래식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페라는 내게 낯선 장르지만 뮤지컬을 사랑하고. 모든 뮤지컬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웨스트엔드에서 보고 왔던 뮤지컬 한국에서 봤던 인 더 하이츠는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이다. 한국 대중 영화나 예술 영화를 못 본다. 한국 대중 영화는 한국 특유의 개그코드가 잘 안 맞거나 헤테로 연애 서사가 흥미롭지 않아서 잘 안 보게 되고 예술 영화는 호흡이 길어서 그렇다.




   와중에 좋아하고 즐겨보는 영화는 1 여성 서사 2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 3 마블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 4 퀴어 영화 5 그리고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지만 삘이 꽂히는 영화 다. 대중음악에서 비트가 세고 랩을 꽂는 노래를 좋아하지만 국힙은 싫어하고 edm이나 락 요소가 많이 들어간 노래를 좋아한다. 킥을 세게 넣거나 드럼&기타 사운드가 있는 노래를 좋아한다.




   글은 이런 종류의 글을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작가들 마다 모두 다른 문체를 써서 같은 종류로 묶을 수 있는 게 잘 없기 때문이다. 글은 언제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품이라고 생각한다. 원 앤 온리. 가장 많이 향유하는 분야라서 그런지 이건 거의 감에 의해 결정된다.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결정된다. 읽다 보면 나 이 작가 좋아하네. 이렇게.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글의 분위기가 보이는데 너무 우울한 경우 글에 잡아먹힐 것 같아서 도망칠 때도 있다.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단단한 마음이 준비됐다고 생각할 때 다시 읽는다.




   어떤 글을 좋아하는가?라고 물어보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왜냐면 나도 모른다. 미친 듯이 읽다가 아 여기네 하면 그 작가 작품만 쭉 보는 거다. 그렇게 보면 글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복잡하고도 간단한 예술 같다. 가장 철저하게 취향의 영역이기도 하고.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n명이 n개의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전부 다 다를 수 있다. 심지어 내용 구성을 같게 하더라도 내용은 다를 수 있다. 언제나 과제 표절도 그렇고 글 표절도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내 것도 아닌 글을 내가 가져서 무엇에 쓴단 말인가? 글을 가지고 그것이 의미 있는 순간은 작가의 책을 사서 소장하고 그것을 읽는 순간이 아닌가. 그걸 왜 훔치지.. 자존심도 안 상하나




   여튼 그렇다. 끔찍하게 사랑하는 예술 분야들. 엄청난 영향을 주는 내가 사랑하는 음악 미술 글 춤 영화 뮤지컬 종합예술들. 언제까지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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