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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Aug 05. 2020

뮤지컬 제이미 후기

200724 공연



    극을 처음 만난 건 재작년 웨스트엔드에서였다. 원래 보려고 했던 뮤지컬이 시간이 안 맞아서 같이 간 지인이 이거 볼래? 이거 재밌는데! 해서 보러 간 공연이었다. 그때는 그 공연장에 동양인이 우리 밖에 없었고(추정) 극이 좀 어려운데 넘버가 너무 좋았고 후반부에는 오열했던 기억만 선명하다. 그때 흥분해서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려놨더라고.


Apollo 극장에서 본 제이미. 엠디 구성이 한국이랑 달랐다.




   제이미가 좋았던 건 레이디 가가가 언젠가 썼던 노래가 가사처럼 Don't be a drag just be a queen을 말하는 극이었기 때문이다. 드랙퀸이 되기 위해서는 거창한 메이크업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이 되어도 드랙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서 좋았다.




   아무리 낙담해도 주변인 모두가 제이미에게 너는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외쳐서 자존감 올라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동양인이 우리밖에 없던 공연장에서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추정)인 게 그냥 혼자 계속 벅참 포인트였다. 동양인이 우리 밖에 없던 데서 보던 극을 모국에서 모국어로 하는 뮤지컬 보니까 정말 좋더라고. 넘버도 좋다. Everyone's talking about Jamie랑 And you don't even know it 제일 좋아한다.




내가 봤던 총캐스트는 이렇다.





   뉴이스트 렌 캐스팅으로 봤는데 이건 상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만 웨스트엔드에서 봤던 배우분 보다 노래를 잘하는 것 같았다. 키가 정말 컸고 캐릭터가 본인이랑 정말 잘 어울렸다. 캐스트 단체로 금발로 탈색하고 공연하는 것 같던데 언젠가 흑발 제이미도 보고 싶다. 그렇다면 흑발 드랙퀸에게 정말 큰 용기가 되지 않을까?




   번안도 잘 된 것 같고 매끄럽게 잘 들렸다. 내한이 제일 좋았던 건 웃긴 드립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어를 하긴 하지만 뮤지컬은 인사이드 조크가 많아서 간혹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았는데 제이미는 웃긴 포인트가 많아서 이번에 다 알아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까 말했듯이 배우 관객 모두 다 동양인인 것도 좋았다. 내 홈그라운드에서 뮤지컬을 보는 거랑 이방인으로서 뮤지컬 보는 경험은 정말 다르다. 이번에는 그래도 내용을 아니까 안 울겠지는 무슨 마가렛이 내 아들-할 때 오열했다..




    젖꼭지 드립은 자기 전에 가끔씩 생각날 것 같다. 렌씨가 정말 잘 살리셔서. 영국에서 봤던 것보다 딘이 너무; 양아치 같아서 깜짝 놀랐다. 제이미 아빠도 한국 패치돼서 소름 끼치는 고증력이라고 생각했다. 완전 소중은 처음에 듣고 이게..? 뭐지 싶었는데 결국에 이 극은 당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 달려오는 거라 그렇게 번역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가끔은 어른들이 고등학생 말투 내는 거 흉내 내는 것 같았지만 번역가분들이 고딩 말투 재연하려는 노력이 보여.. 즐겁게 봤다. 엠디도 예쁘던데. 홍보도 온 강남에 제이미 포스터 붙어있고 유튜브 연습 영상도 올라오고 화보도 찍고 다들 정말 열심히 하신 것 같아서 보러 가기 전에도 극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LG 아트센터 시설도 웨스트엔드보다 좋았던 것 같다.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은 아닌 게 엘아센 좌석 간격 시야 음향이 정말 다 좋았다. 1층 8열에 앉아서 봤는데 단차 덕분에 시야 방해 없었고 음향 거슬리는 거 전혀 없었고 좌석 간격도 괜찮았다.




   제이미 내한하면 종교단체의 반대가 있을 줄 알았는데 뮤지컬 쪽에서 드랙퀸 얘기는 이미 많이 다뤄져서 다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게 신기했다. 한국은 생각보다 열려있는 걸까? 사실 열림교회 닫힘이 아닐까?




   코** 시대에 뮤지컬 관람이란 열 체크하고 문진표 작성하고 마스크 끼고 관람하는 거더라고. 어느새 너무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어버린 것들. 좀 더 나아져서 오프라인 콘서트도 가능해졌으면 한다. 제발.




#GOJAMIE 우리 모두 완전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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