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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Aug 07. 2020

K-예능식 유머 감수성

이제 그만

   



   미디어에서 무엇을 보여주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대세 예능의 유머 감수성이 어떤지, 어떤 것을 용인하고 어떤 것을 거부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평론가가 말했던 - 1인 미디어 시대가 된 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역으로 TV에 나옴으로써 브라운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다시 증명하는 - 것처럼 TV는 아직 사회 전반에 큰 역할을 끼치기 때문이다. 놀면 뭐 하니에서 이효리가 커버했다는 이유로 2017년의 노래가 갑자기 차트 상위권에 자리하는 것으로 증명되고도 남았다. 뉴스든 예능이든 드라마든 뭐든. 대부분의 메이저 예능을 싫어하는 와중에 반말컨셉의 그 프로그램을 끝에서 끝까지 싫어하는 이유는 거기에 훗날 아이들이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101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 등장하면 물어뜯고 여성이 등장하면 치켜세우거나 좋아하는 식의 문법이 발전해서 남성들의 약점을 말하고 여성 연예인을 물어뜯으면서 여성이 하지 못할 법한 것들을 역설적으로 다시 확인시켜준다. 여성 연예인들에게 담배 드립을 치는 것은 담배가 여성 연예인에게 금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남성 연예인들은 나 담배 끊었어.라고 말해도 기사가 나지 않지만 여성 연예인이 그랬다간 온 동네 검색에 오를 것이다. 남자 연예인이 패널로 가득한 곳에서 남돌이 애교를 자기의 장점이라고 보여줬을 때 어떤 남연예인이 뚝배기를 던져도 되냐고 물어본 것처럼 그 예능은 끊임없이 조롱으로 인한 유머를 학습시킨다. 다른 산업의 다른 문법을 아예 이해 못하는 것도 참 예의 없어 보인다. 남돌에게 애교를 잘한다는 건 아이덴티티가 됨과 동시에 팬들에게 예쁨 받는 일인데 꼭 누굴 헐뜯어서 웃겨야 하나? 그들에게 잘 보이거나 알랑거리면 예뻐하고 아니면 물어뜯고.. 원시시대야 뭐야



   반말을 컨셉으로 잡는 그 프로그램은 교실 내에 명백한 서열화가 존재한다. 혼자만 다른 옷을 입고 앉아있는 연장자, 자꾸 몰리는 맨 앞사람. 반말을 하더라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거나 본인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윽박지르는 모습들. 모든 갈등을 고성으로 끝낼 필요는 없지 않나? 특히 그들이 학교와 교실을 모티브로 예능을 만들었다면 좀 더 신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늘 생각한다. 물론 시청자들이 당연히 그대로 행동을 따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예능에서 어떤 행동이 유머로 소비된다면 그건 사회에서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회상이 바뀔수록 TV에 등장하는 내용이 변하긴 한다. 쌍욕을 하는 여주 민낯으로 티비에 등장하는 여성 연예인을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근데 두 시간 반 동안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 꾸준히 반복되는 프로그램이 이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예능 중 하나라면 그건 이 세상이 문제든지 기획자가 문제든지 수용자들이 문제든지 그중에 무엇인가는 분명히 잘못 돌아가는 거다. 이 예능은 이 시대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 흑역사를 들추는 것, 서로를 물어뜯어야만 유머가 되는 시대는 이제 보내줘도 되지 않을까?



   웃음을 만들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문명특급같이 아무도 불편하지 않고 편하게 방송하면서 웃길  있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방송이 끝나기만 하면 방송 기획자는 멀쩡히 광고 수익 먹고사는 동안 사람들끼리 싸우게 되는 프로그램이라면 그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아닐까. 4 산업혁명시대의 예능이라면,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방송 날로 먹거나 남을 비하하거나 꼽주는 방식으로 예능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게 가다가는 망할 거다. 그게 지금이 아닐 뿐이지. 살아남고 싶으면 변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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