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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Sep 05. 2020

생각의 고리

점심 먹다 한 이야기



   우리 집에는 라면이 엄청 많다. 엄청. 다들 취향이 다르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걸 5 묶음으로  다음에 라면을   끓여 먹어서 식량창고? 같은데 라면이   서있는데 오늘 짜파게티를 먹는다고  개를 꺼내고 창고 문을  닫았더니 라면이 보이는  웃기더라고. 라면 말고도 저장식품이  많은 편이라 짜파게티를 먹으면서 엄빠에게 우리는 전쟁 나도 진짜 2주는 끄떡없겠네! 했는데 엄마가 진지하게 아니라고 전쟁 나면 전기와 수도가 끊길 테니까 라면 많은  아무 소용없다고 대답했다. 듣던 나는 .. 하고 수긍했다. 우리 집은 정수기를  쓰고 물을  먹는데 그래서 물을 집에 두는 거라고 농담 식으로 얘기하다가 전쟁 나면 물이  나오니까 설거지도 못해서 즉석식품위주로 먹어야 한다면서.. 갑자기 이야기가 실질적인 전쟁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이어졌다. 아마 엄빠는 전쟁  대처법 같은걸 아봤나보다. 농담으로  이야기가  심각해져서 나도 진짜로 전쟁이 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 나면 안 되겠네! 했더니 아빠가 사실 전쟁은 일반 민중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며 권력자들에 의해서 민중들이 동원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빠는 넷플릭스로 삼국지를 보면서 위촉오 세 나라의 영역다툼에 오만이 넘는 군사병력이 동원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도 맞장구치면서 세계 2차 대전만 봐도 파시즘이 일반 민중들에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대답했다. 권력자가 누가 되든 세금을 내는 것은 똑같고 사실 그냥 잘 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우리의 결론은 절대로 전쟁이 나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이념이 가끔은 중요하기도 하지만 실생활로 끌어오면 사실 내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아닌 이상 이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신념은 중요하겠지만 실생활을 개선하기만 한다면 이념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성폭력 관련 자문을 하기 위해 이수정 교수님이 미통당(현재 이름 모름)에 들어가신 게 합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내거나 들을 때는 이념을 내려놓고 가끔은 경청할 필요도 있다.



  삼국지 얘기를 해서 생각난 건데 위촉오가 세력 확장을 위해서 수만의 군사를 희생시킬 동안 권력자들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다. 군주제가 사라진 시대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당연해진 시대니 최고 권력자 한 명의 의사에 수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게 부당하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다. 하물며 대통령도 바꿀 수 있는 세상인데. 한국은 대통령제를 도입한 나라 중에서도 행정부의 영향이 비대한 나라인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그 세상에 살고 있기에 군주제로 인한 민중의 희생은 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짜파게티를 먹다가 든 생각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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