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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Sep 16. 2020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핑계입니다


핑계입니다. 네 핑계예요.


다독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긴 그렇지만 한국인 평균 독서량이 1년에 8권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한 달에 한두권 정도 읽기 때문에 평균 이상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가끔 주변에 보면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는 친구들이 많다. 학교 다니기도 바쁘고 취업한 사람들은 회사 다니느라 바쁜데 책을 읽을 여유가 어디 있어요~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핑계입니다.


책은 시간을 만들어서 읽는다기 보다는 그냥 남는 시간에 조금씩 읽으면 된다. 내가 책을 제일 많이 읽는 시간은 자기 전과 버스 안에서다. 대중교통을 탄다면 이동하는 시간에 인스타그램 돋보기 보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관심 있는 분야의 이북을 사서 폰으로 읽으면 시간이 훨씬 빨리 가고 시간을 유용한 곳에다가 썼다는 뿌듯함을 남길 수 있다.


책 읽는 사람 중에서 지적 허영 없는 사람이 아마 없을 것 같은데, 나도 지적 허영이 있다. 내가 이런 책을 읽었다는 걸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이북으로 읽다가 하이라이트 찍어서 스토리에 올리면 된다. 종이책으로 읽으면 인상 깊은 구절 찍어놓고 감성샷할 수도 있고. 뭐 감성팔이로 책을 읽는 게 뭐가 나쁜가. 단 한 권도 안 읽는 것보다는 어떤 동기에서라도 몇 권이라도 읽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이북이 거슬리면 교보 같은데 들어가서 들고 다니면서 읽을 만한 작은 책을 사서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된다. 요즘에는 고전을 미니로 만들어서 휴대용 책도 판다. 이북리더기를 사기 전까지는 그런 책을 들고 다녔다. 이북이 읽기 편하다 싶으면 이북리더기 사는 것도 강력 추천합니다.


이북리더기 사기 전과 후의 삶이 나뉜다고 생각할 정도로 리더기 사고 난 뒤에 그걸로 책을 많이 읽었다. 1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하던걸 2020년에만 10권을 시작했고 6-7권을 완독했으니 말 다했지.


카페를 가서 음료를 시켜놓고 각 잡고 읽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읽었다. 버스에서 에어팟으로는 노래 틀어놓고 타고 가는 시간 3/4는 책 읽고 나머지는 친구랑 카톡 하면서 그렇게 2020년 1월부터 9월 16일까지 6권을 읽었다. 책 읽는 시간이 없다는 건 지금 시대에서는 정말로 핑계가 맞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야 할 필요도 없고 사실 책을 정말 많이 읽을 의무는 없지만 책을 많이 읽어두면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듣고 읽는 모든 언어를 바탕으로 대화를 재구성하기 때문에 어휘력도 많이 늘고, 특히 글 쓸 때 뭔가 달라진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글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글은 많이 다르다. 읽히는 속도부터 다르다. 글은 거짓말을 못하니까요. 실제 대화를 할 때도 친구들과 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는 민음사에서 나온 인문 잡지 <한편> 인플루언서 호가 있는데, 거기에 보면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우리 세대와 후 세대가 유튜브를 바라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과연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지 않아야 한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문제로도 친구들과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내가 이런 식으로 주제를 들고 가면 친구들은 평소 교육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자기가 본 건 어떤 것이 있는지 얘기를 해 나가기 때문에 조금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냥 책이 그렇게 어려운 매체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뭔가 장황하거나 지적 허영만을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읽어놓으면 친구들과 대화할 때 더 재밌게 이야기할만한 주제를 많이 찾을 수 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도 나오는 걸 보면 그런 것도 사람들이 책을 읽는 동기 중에 하나 같아 보인다. 사람들이 읽으라는 책, 유명하다는 책, 어디에 나온 책 보다 그냥 인터넷 서점 돌아다니면서 취향에 맞는 책 읽는 게 훨씬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는 주로 사회학 책을 읽는다. 사회과학분야와 인문서적을 제일 많이 읽는 것 같다. 소설은 웬만해서는 잘 읽지 않고, 시도 잘 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몇 권 읽다 보면 취향이라고 부를만한 것도 생긴다. 스무 살 때는 맥주 맛을 구분 못하다가 나중에는 맥주 맛을 구분할 줄 알게 되는 것과 똑같다. 많이 경험하면 할수록 세심하게 취향을 정할 수 있고, 그 과정이 꽤 즐겁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대세로 여겨지는 시대에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게 아이러니 해 보일 수 있지만 사람들이 글을 많이 읽고 쓰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당신도 될 수 있다 다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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