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가비 (Gaby)라는 친구가 있었다.
가비는 얼굴도 예쁘고, 똑 부러졌으며,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자유로운 친구였다. 공부도 굉장히 잘했다. 가비는 만 열세 살 때부터 사귄 키런 (Keiran)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양아치”같은 친구였다. 성적은 바닥이었고, 허구한 날 사고를 쳐서 교무실에 끌려가기 일쑤였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는 가비가 왜 키런을 만나는지 의아했다. 가비는 고등학교 졸업 후 법대에 입학했고, 나도 한국에 오게 되어 그 이후에는 소식이 끊겼다.
얼마 전, SNS를 통해서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된 가비는 여전히 키런과 만나고 있었고, 그와 동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법대 졸업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가비는, 얼마 전부터 키런과 둘이서 뉴질랜드 웰링턴 시내에 작은 베이커리를 열어 함께 주문 케이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나로서는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녀는 “Everything is perfect, (모든 것이 완벽해)”라고 자신의 삶을 표현했다. 완벽이라.... 그날, 내 친구의 이야기는 나에게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이야기를 우리 엄마한테 전했더니, 엄마는 가비가 자기 딸이었으면 호적에서 팠을 거라며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조차 자신의 삶을 ‘완벽’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가 감히 뭐라고 그녀의 삶을 평가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가 생각했던 ‘성공’한 삶과는 너무나 다른 내 친구의 ‘성공’한 삶이 너무 달라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성공"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그 “성공”의 기준은 항상 “돈”이다. 그래서 나에겐, 돈보다 가치를 중요시 생각하는 내 친구의 ‘성공’과, 거기에 뒤 따라오는 ‘행복’이 낯설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가비의 “성공”의 기준과 나의 “성공”의 기준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성공할 수 있어, " "성공하면 인생의 질이 달라져, ""좋은 대학 나오는 것만이 성공의 길이야.." 등등, 아마 대한민국에서 자랐다면 한 번쯤은(아니, 사실은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많이) 들어본 부모님 단골 멘트 일 것이다. 학창 시절의 "성공"은 성적을 잘 받는 것, 그래서 인 서울 대학을 가는 것. 이후는 대기업, 공기업 등 이름 있는 기업에 취직을 하거나, 소위 "사"자 직업을 가져야 우리는 인생을 “성공했다”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이토록 죽어라, “성공”을 갈망하는 것일까?
우리는 “성공”을 해야만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된 무렵, 나는 내 인생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것은 KPOP 쇼핑몰 및 커뮤니티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 SNS가 이렇게 활발하지 않았고 KPOP이라는 장르는 매니아층들을 위한 비주류
장르였다. 그렇기에 전 세계 팬들이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콘텐츠를 보고, 굿즈를 구매하는 시장이
굉장히 작았다. 나는 외국에서 15년을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쇼핑몰 겸 커뮤니티를 열게 되었고,
3개월 만에 소위 대박이 났다. 나는 스무 살, 첫 사업으로 인해 한 달에 8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에게 난생처음 우울증과 불안증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매일 혼자 10평 남짓의 오피스텔에서 노트북 앞에서 일만 하며 살았다. CS를 하고, 포장을 하고, 주문을 하고… 나를 도와줄 직원을 뽑아볼까도 했지만, 내 노하우를 뺏어갈 까 봐 불안했고, 신경은 끝도 없이 날카로워졌다.
본래의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이었는데……
일만 하며 폐쇄적인 삶을 사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큰 우울감으로 다가왔다. 어느 순간 통장에 쌓이는 돈도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일 년 만에 나는 쇼핑몰을 접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시작해보고 싶었다.
돈을 좇지 않고, 나의 행복을 찾아 좇고 싶었다. 내 친구 가비처럼 '성공'이 아닌, '가치'에 눈을 뜬것이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직장과 명품가방과 옷가지들. 물론 인생에 편리함을 주고, 여유를 주고, 즐거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것들만 누리는 삶이 과연 진정한 ‘성공’한 삶일까?
'돈'은 분명 우리를 편리하게 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돈'만으로는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돈'만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Try not to become a man of success. Rather become a man of value”-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한 사람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다.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성공”을 좇아 정말 필요한 “가치”를 잊고 산다.
나의 가치가 무엇인지, 나의 성공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부디 사회적 기준의 “성공”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 좇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