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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Sep 17. 2020

그냥 내가 호구더라

Helper(도우미)가 익숙해진 이 시대 호구들이여, 일어나라. 

사람을 지극히 이분법적 사고로, “남을 잘 챙겨주는 사람”과 “챙김을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 이렇게 두 분류로 나눈다면, 나는 단연 전자에 속할 것이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과 남들이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남들에게 베풀고, 나누고,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남에게 챙김을 받는 어떠한 행동들이 때로는 나에게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 사람이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유명하다.


물질적인 도움이던, 정신적인 도움이던…. 나는 항상 주변을 챙기고, 돕는 사람이고 또한 그런 나 자신에 너무도 익숙하다. 


나는 “Helper (도우미)”인 것이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 또한 힘들을 겪고, 도움이 필요할 때가 되니, “도와달라”라는 말 자체를 누군가에게 꺼내기가 힘들더라. "Helper (도우미)"인 게 너무 싫더라. 


나는 “Helper (도우미)”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도움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 챙김을 받는 게 익숙하지가 않은 사람이다. 대체적으로 나 같은 “Helper(도우미)”인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혼자 삭히고, 혼자 해결책을 찾으려 아등바등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에, 내 정신에 멍이 생기더라. 


“나는 나밖에 의지할 곳이 없구나”라는 씁쓸한 외로움과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선물할 때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할 정도의 선물을 하자”라는 개인적인 철칙이 있다. 언젠가 정말 친하다고 생각한 지인의 생일에 명품 지갑을 선물한 적이 있다. 그 지인은 당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꾸준히 연락을 하며 이것저것 자문을 구하곤 했다. 나 역시,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지인이 안쓰럽고 기특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 내 생일이 다가왔다. 물론, 내가 지인에게 명품 선물을 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바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밥 한 끼, 혹은 카카오톡 기프티콘 하나 정도는 솔직히 바랬다.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보다는 서로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이 친구로서, 지인으로써의 예의이자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누구보다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던 그 지인은, 내 생일이 다 지나가는 자정쯤에 연락이 왔고, 

“조만간 밥 한번 하자”라는 상투적인 말을 던지고선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이러한 상황들이 되풀이가 되면 이것이 ‘나의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맞다. 


맞더라. 


이 모든 것은 '나의 문제'가 맞더라.


이것은 내가 ‘Helper (도우미)’를 자청해서, 

나의 도움을, 호의를 받을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들에게 자꾸 나누려고 드니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이 모든 근본적인 문제는 나에게 있더라. 


위에 언급한 지인처럼, 내가 챙겨주는 것에 있어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 것보다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 


“우린 친하니까” 혹은 “넌 착하니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라고, 친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나의 베풂과 나눔을 당연시하게 느끼고 합리화를 하는 사람이 주위에 생각보다 많다는 게 너무 씁쓸하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호의가 크던 작던, 보답은 못할지언정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요즘 많은 사람들을 보면 나의 챙김과 배려는 당연시 여기거나 고마워할 줄 모르더라. 더 나아가서는 나의 챙김의 크기를 따져가며 불만을 내뱉는, 생각 없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되도록 빨리 손을 놓아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10을 베푼다면 1은 돌아와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이치’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1조차 돌려받지 못한다면 과연 그 관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관계에 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최대한 빨리 놓아줘야 한다. 그래야 내가 마음 편히, 편하게 살 수 있다. 


가치 없는 사람들은 빨리 놓아주고, 가치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시간과 사랑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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