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나를 할퀴고 핥아주는 사람들
나는 천천히 마모되어 가고
오늘 새벽 희뿌연 안개는
모두 깎아진 내 살들이다.
양손에 사포를 들고 내 얼굴을 연마하는 사람들,
나는 그저 태어났고
낯선 사람들에게 조각되길 바랐다.
나는 모든 우연의 결과물.
어떤 완성작품을 바라는 것은 아니고
최후의 가루가 될 때까지
누군가의 손길을 받고 싶다.
나를 만지는 낯선 사람의 의중은 끝내 알 수 없겠지만
나 역시 낯선 사람의 어딘가를
미세하게 조각하고 있으므로
세계는 너와 나의 부딪침이다.
찰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