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 한 편의 영화라면
이 세상 사람들은 자기 캐릭터와 기막히게 들어맞는 소품들을 준비할 줄 아는 프로 배우들이다.
사람들의 겉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그의 별것 아닌 소품들이 굉장히 일관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처 투성이 핸드폰을 가진 사람은 유행에 뒤떨어진 허름한 신발을 신고 있고
디테일이 괜찮은 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은 목도리에도 일관된 안목이 보인다.
가끔 전체 컨셉과 맞지 않게 가방만 명품이거나 괴상한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도 보이는데
그것 역시 그 성격의 일면을 상징하는 것이다.
사소한 소품 하나에서 사람의 정신분석이 가능하다는 말은 억지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내 처지와 비슷해 보이는 내 지저분한 신발을 보고 나면 가끔 섬뜩해지기도 한다.
화려한 액세서리에서는 외로움이 보이고 아이폰과 맥북의 콤비에서는 애처로움이 보인다.
두꺼운 잠바에서는 연약함이, 묵직하고 커다란 가방에서는 고달픔과 사랑이 보인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의 아픔과 상처를 짐작할 수 있다.
나를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이 온몸으로 자신을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 해석해버릴까 봐 두려워하면서, 그리고 아무도 해석해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