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는 아껴 아껴 읽고 싶을 정도로 좋다.
내가 찾고 있던, 수수하고 별스럽지 않은 한국어가 고소하게 살아있는 문장들.
그 문장들을 따라 걷고 있으면 마음이 깨끗하고 맑아지는 것 같다.
며칠 전 비가 왔을 때
한밤중에 노릇노릇한 전구를 켜 놓고 빗소리를 들으며 소설을 읽는 것이 미치도록 좋아서
어떻게든 저장해 두고 싶었다. 마음이 힘들 때마가 찾아가 쉬고 싶은 순간이었다.
요새 드는 생각이지만 왜 책을 읽는가, 그 문제는 간단하다.
그냥 내가 좋아하니까. 책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저 내가 읽는 것이 좋다.
읽고 나서 소설의 문장이 모두 휘발돼도, 읽는 순간 좋으면 그뿐.
다른 이유로 책을 열면 그때부터 괴로워진다.
호기심과 애정. 애독의 비밀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