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구 평범하게 살라 하고선,
평범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줬어야지.
아침부터 여간 견디기 힘든 날은 무척이나 불안하다. 나를 쥐 파먹는 생각들은 쭉 뻗은 대로로 내달려 거기까지 나를 잡아채 간다.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한번 가본 길을 다시 못 가겠나. 오히려 원치 않을 적에도 순탄하게 내려앉는다. 처음에는 불시착인 것만 같더니, 그렇게 뜨겁고 따갑고 하더니, 이것도 수십 번 반복한 지금은 그곳에 내려앉아도 정신만 또렷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인생의 커다란 행운이 아닌 것 같다. 내일 당장 큰 행운이 찾아오길 비는 간절함에도, 지나온 시간이 아무리 쌓여가도 한결같은 조바심에게도 매정하기만 하다. 나한테 필요한 건 행운이 아니다.
그냥 기분전환이면 되었다고 한다. 그깟 기분전환. 그런데 그깟 것을 할 재주가 없다. '고지식해가지고.'
어릴 적 딱 한번 들었던 아빠의 푸념이 돌덩이가 되어 박힌다.
내 아이가 나처럼 엎어져 울고 있을 적에는 행운 따위를 빌고 있을 시간이 없다. 저거 저거 옮아지면 안 되는데, 속수무책 피를 타고 흘러버리는 거라면 저거 불쌍해서 안되는데. 사랑하는 우리 아빠 며칠씩 방문 닫고 누워있을 적에 무서워서 말도 못 붙여보고 피아노를 치다 말다 한 그 시간이 또 내 눈앞에 다가와 선다. 그러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속이 차갑게 가라앉으며 그제야 겨우 아이 방문을 열어본다. 눈이 벌게진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랑 산책 가자.'
다행히 아직 어린아이는 그러자고 하고, 나는 아이 손을 붙잡고 문밖을 나선다. 아직 괜찮은 거지. 아이에게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