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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Jul 23. 2024

2010년의 작업노트 1

보물창고 오픈 (2)









2010년에 첫 조춘도 임모를 하며 

과제로 작성했던 작업노트



문법 등 손봐주고 싶은 것 천지고

좀 많이 오글거리긴 하지만

이 또한 추억이니까.
















조춘도 : 임모를 통한 그림의 분석과, 그림에 임하는 태도     

             

    조춘도를 임모하며 매 순간 느낀 점이 매우 많기 때문에, 한 주제를 가지고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규칙적으로 작성하려 노력했던 작업일지를 바탕으로 조춘도를 분석하고, 조춘도를 통해 그림에 임하는 방법을 배운 것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스케치     


  서양식으로 스케치를 시작했다. 명암을 넣다 보니 덩어리감은 나오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동양 그림은 명암을 통한 덩어리보다 선을 중심으로 하는 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지우고 선 중심으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습관처럼 명암을 넣고 싶기도 했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평소에 그림을 그릴 때 부분을 그려서 전체를 맞췄었는데 윗부분을 다 그리고 나서 밑을 시작하려니 본 그림보다 작아지고, 형태가 으스러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전체를 생각하여 머릿속에서 가상의 자리를 정한 후 그림에 옮기고, 중심을 잡고 하나하나 그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희가 그림을 그릴 적에도 이런 밑그림이 있었을까? 실제로 이런 산이 존재했을까, 이와 비슷한 산을 짜깁기하여 맞춘 것일까? 집은 왜 기와집이 다수에 빽빽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고 초가집이 하나 트인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뭔가 말하는 것 같지만 아직도 잘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다 그린 후에도 여전히 부족함이 있었는데 소나무 잎을 그리지 않으니 그림의 중심이 서지 않았다. 먹으로 그릴 때, 보면서 그리면 되겠단 생각을 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에는 중심이 서야 한다. 중심이 서야 다른 부분을 맞춰나갈 수 있다.          

















- 밑그림에 먹     


  이 즈음, 취화선이라는 영화를 봤다. 붓은 미는 게 아니라 끌고 가는 것이며 밀쳐 내거나 비벼 표현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조춘도의 표현방법은 매우 은은하고 붓질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어떻게 붓을 끌고 가면서 붓 자국을 내지 않는다는 것일까? 고민에 빠졌다.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붓을 살포시 떼는 것이 나름대로 찾은 방법이었는데 붓질 한 번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매우 그림에 공을 들여야 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희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공을 들였을까? 


  첫 수업때 교수님께 들었던 "목적을 위한 그림"이었음을 생각하며, 주문받은 그림이고 곽희가 직업 화가였던 점, 그림이 완성되어 사람들에게 어떠한 효과를 주기 위해 제작했던 점을 생각하니 왜 그렇게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리 주문받은 그림이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이렇게 정성을 쏟아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곽희의 정치적 입장도 살짝 엿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왜 조춘도는 한 붓에 농담을 표현한 것이 보이지 않느냐? 였다. 


  한 붓에 농담을 표현해 그리는 것은 조춘도에는 부적합하다. 추상적이고 순간적인 표현은 굉장히 속도감이 있고 일필휘지의 천재성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매우 신중하게, 꼼꼼히 공들여 한 붓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의도에는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일단 취화선을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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