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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Nov 22. 2021

신랄한 비평에 대한 비판적 시각

조중걸 작가의 <러브온톨로지>에 대해

최근 조중걸 작가의 <러브온톨로지>를 읽었다. 놀랍도록 비판적이고 작가 본인이 말한 대로 ‘차가운 탐구’를 위한 실천이 그대로 느껴져 흥미로웠다. 물론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종종 차별적으로 느껴져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 날카로움이 몇몇 진부한 관념들을 '터트리고' '재해석'한다는데 있어 신선하다고 느꼈다. 책을 읽은 뒤 조중걸 작가에 대한 흥미가 생겨 그에 대해 더 알아보던 중 누군가 블로그에 같은 책을 보고 쓴 비평을 읽게 되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구시대적이고 차별적인, 마치 뭐라도 잘 아는 양 쓴 작가 본인은 창피해해야 한다’는 작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그 블로그의 글을 찬찬히 정독하고 나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자 흥미로운 시각으로 다가온 책이 누군가에게는 불쾌하고 무의미하게 다가왔다는 것. 물론 문학계 아니 문화 분야 전반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 비평에 대해 되려 내가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 생겼다. 앞서 말했듯이 나 또한 그 책을 읽으며 불편한 지점이 종종 등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리고 작가의 글은 직접적으로 해를 가하는, 이를테면 언어적 폭력의 수준이 사회적으로 작용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데 언제나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딸기 아이스크림 하나를 샀다고 하자. 대부분은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퍼먹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는 엉뚱하게도 핀셋을 가지고 와 그 안에 들은 딸기 씨앗 개수를 셀지도 모른다. 그러곤 말한다 “딸기 씨앗이 총 128개가 나왔는데 저번에 산 아이스크림보다 현저히 적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 제조과정에서 딸기 배분이 잘못된 것 같으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누군가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과하다 생각할 것이다. 딸기 아이스크림은 맛있다. 숟가락으로 퍼먹던 핀셋으로 분해하던,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먹던 사실 상관없다. 결국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싶은 사람은 사 먹으면 되고, 그게 잠깐이나마 행복을 가져다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난 다른 생각,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창의성이라 간주하고 그에 대한 제한적 태도는 거두려 노력한다.


숟가락처럼 뭉툭한 시각은 편안함을 주지만, 날카로운 시각은 불편함을 주는 만큼 새로운 공간을 열어주기도 한다. 나는 그 가능성의 공간을 여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시도하고,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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