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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Nov 30. 2021

우울한 날이라는 직감이 와서 노트북을 켰다.

단순한 호르몬의 영향인지, 아니면 내가 외면하던 어떤 감정이 있었던 건지, 어쩌면 그냥 오늘 날씨가 꿀꿀해서 그런 건지. 하여간 이런 날은 아침부터 느낌이 온다. 

'오늘은 쉽지 않은 날이 되겠다.'

'오늘은 조금 우울한 날이구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항상 그렇듯 거실로 나가 커피를 내렸다.

창문 밖을 보는데 안개는 자욱하게 끼고 기온은 뚝 떨어져 우중충한 날씨 그 자체였다. 

평소에 먹던 바게트 하나 꺼내는 것도 너무 귀찮고, 식탁에서 냉장고까지 가는 그 몇 걸음에 드는 중력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다니. 그렇다. 이런 날들이 종종 있었다. 에너지 칸이 딱 한 칸인 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그냥 다 외면하고 싶은 날. 괜히 스스로의 미운 점을 들춰내게 되는 날. 방전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날. 


처음이 아니니까, 이런 오늘을 조금은 능숙하게 보내보려 한다. 조금 덜 넘어지는 하루가 되어보려 한다. 

그런 우울한 날에 대한 대처, 나만의 방식을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비슷한 우울을 마주칠 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보며. 


첫째,

핸드폰, 아니 정확히는 메신저와 sns를 잠시 꺼둔다. 

밝은 모습들만 올라가는 공간에 반대로 비치는 내 우울한 모습이 좋을 리가 없다. 상처가 되지 않을 리가 없다. 내가 유난히 약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내 연약함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오늘 같은 날은 작은 말 한마디에도 흔들린다. 굳이 메신저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감정이 웅덩이들을 파 놓을 필요는 없다.


둘째, 

따뜻하게 입고 근처 공원으로 나간다. 공원이 아니라도 상관없으니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나간다. 걸으며 들을 노래가 있다면 더 도움이 된다. 그냥 지금 듣고 싶은 노래를 하나 틀고,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본다. 


셋째, 

글을 쓴다. 투박한 몇 마디 던 주저리주저리 긴 넋두리든 상관없다. 노트던 노트북이던 가져와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내 경우에는 노트북으로 글을 남기는 편이라, 노트북을 켠다. 그냥 쓰면 적적하니 조용한 노래도 하나 틀어준다. 어떤 생각이던 어떤 마음이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든 걸 써 내려가 본다. 마음을 환기시켜 본다. 


난 누구나 우울한 날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외로운 날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약해지는 날이 있다. 

평소에 쿨한 척하고 사는 나도 이런 우울을 마주할 때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리 자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한해 한해 지나며 조금은 달라지고 싶었다. 조금 더 능숙하게, 조금 더 어른스럽게, 조금은 더 현명하게 날 배려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해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내 고민을 나누며, 내 방식이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우리 다 내일은 더 밝은 하루를 기대해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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