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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Oct 26. 2021

옳은 결정이라는 것

"내 결정이 옳았다고 말해달라는 건
스스로는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
500번을 말해달라는 건
500번을 생각해도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


- 드라마 <너는 나의 봄> 6화 다정의 대사 -


나는 <너는 나의 봄>이라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는 않았다. 서정적인 분위기와 서글서글한 결의 대사는 좋았지만, 하나하나 챙겨볼 정도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박혀 잊히지 않는 대사가 하나 있어 기록해두려 한다. 


극 중 다정의 친구는 다정에게 전화를 걸어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묻는다. 그리고 다정은 몇 번이고 같은 대답을 한다. 마치 그러기로 약속한 것처럼, 그리고 그래야 하는 것처럼.

"네 잘못 아니야."


그리고 이어지는 다정의 독백

"내 결정이 옳았다고 말해달라는 건, 스스로는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

500번을 말해달라는 건, 500번을 생각해도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


나는 이 대사를 듣자마자 저 아래 숨겨둔 작은 심장 하나가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비밀을 들킨 것 같기도 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 하나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다정의 친구인 은하가 끊임없이 확인하듯,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믿어야만 오늘 하루를 간신히 넘어갈 수 있다. 더더군다나 내가 손에서 놓은 게 사랑이라면, 그렇게 믿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나의 최선과는 별개로, 옳은 선택이란 건 뭘까. 종종 내 마음이 가는 길과 내가 선택하는 길이 다름을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날 불안하게 한다. '최선'과 내 '마음'이 같은 곳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내가 최선의 무언가를 데려온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버려두고 온 거면 어떡하나. 


은하처럼 다른 사람에 기대서라도 내 선택을 수만 번 다시 다져보지만, 어떤 선택은 수만 번 다져도 응어리가 져있다. 그 응어리 진 기억에 마침 드라마에 대사가 와서 부딪혔고, 그래서 용기를 내 다시 질문해본다.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내 답은 '그렇다'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 않은 말을 하고, 가지 않은 곳을 갔을 것이다. 질문에 답해보면서야 비로소 옳은 선택이란 게 없다는 생각이 어렴풋 든 것 같다. 옳다는 게 결국 내가 더 행복해지는 걸 의미한다면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러니 내게 다음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선택해보지 않은 걸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최선을 다했다는 건 내 마음에 옳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고, 그렇게 애썼으면 충분한 거다. 그럼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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