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먼저 찾아가는 행정

2부. 공공부조로 본 K-복지 20년의 성과

by 햇살마루

복지는 오랫동안 ‘신청하는 사람의 몫’이었다.

제도는 존재했지만, 그것을 알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만이 복지를 만날 수 있었다. 동주민센터는 늘 열려 있었지만, 그 문을 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행정의 시야 밖에 머물렀다.

시간이 흐르며 문제는 점점 분명해졌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몸이 아프고, 관계가 끊기고, 삶이 무너질수록 행정은 더 멀어졌다. 기다리는 복지는 결국 가장 취약한 사람을 놓치는 복지였다.

복지 수요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동주민센터의 사회복지 인력은 이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현장을 직접 살피고 싶어도 각종 신청, 조사, 보고, 전산 처리에 묶여 책상 앞을 떠나기 어려웠다. 서류는 쌓여갔지만, 정작 사람의 삶을 만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 결과는 누적되었다.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제도는 뒤늦게 도착했고, 때로는 아예 도착하지 못했다.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원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 지점에서 서울시는 방향을 다시 묻기 시작했다.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행정 단위인 동주민센터를, 단순한 민원 처리 공간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먼저 살피는 거점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15년 7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이 시작되었다.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웃을 복지공무원이 보건소 방문간호사와 함께 직접 찾아가 건강을 살피고 필요시 공적 급여, 통합사례관리, 민간 자원 연계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소득·재산 기준을 초과해 제도권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실제 생활의 어려움이 확인되면 지역 내 자원을 연계해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처음에는 서울시 80개 동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었다.

핵심은 단순했다. 주민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행정이 먼저 주민을 찾아가자는 것이었다.

이는 복지 전달 방식의 전환을 의미했다.

책상 너머에서 신청서를 받던 행정에서, 주민의 집과 동네로 직접 찾아가는 행정으로의 변화였다. 단순히 업무 장소를 바꾼 것이 아니라, 복지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는 시도였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만들어낸 가장 큰 변화는 ‘발견’이었다.

이전에는 신청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는 행정의 시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문 상담을 통해 위기 신호가 포착되었고,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 관계망의 단절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드러났다.

특히 저소득가정, 1인 가구 어르신, 장애인 가구처럼 기존 제도만으로는 놓치기 쉬웠던 대상들이 주요 방문 대상이 되었다. 단순한 제도 안내를 넘어, 건강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며, 지역 자원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역할로까지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동주민센터는 행정기관을 넘어 지역 복지의 허브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을 연결하고, 개인의 어려움을 지역의 문제로 함께 다루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찾아가는 복지는 건강 관리, 돌봄 연계, 정서적 지지까지 영역을 넓히며 주민의 삶을 단편이 아닌 ‘일상 전체’로 바라보는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관계였다.

방문을 통해 쌓인 신뢰는 주민과 행정 사이의 거리를 좁혔고, 단절되었던 이웃 관계를 다시 잇는 계기가 되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 공동체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었고, 복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 함께 책임지는 일이라는 인식도 점차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시범 운영 이후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인원이 확충되고 이 사업은 빠르게 확대되었다.

2017년까지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되며, ‘찾아가는 복지’는 서울형 복지 전달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동주민센터는 이제 민원만 처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위기 가구를 조기에 발견하고 복지 서비스로 연결하는 첫 관문이 되었다.

물론 인력과 시간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모든 위기를 다 찾아낼 수는 없고, 현장의 부담 또한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다. 복지가 더 이상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찾아가는 복지는 복지의 철학을 바꾸었다.

‘필요하면 오라’는 메시지에서, ‘우리가 먼저 찾아가 삶의 위기를 살피겠다’는 메시지로의 전환이다. 이는 복지가 시혜가 아니라 권리라는 인식을 더욱 분명히 한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받을 수 있는 제도에서, 국가가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개입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찾아가는 복지는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직접 만나지 않으면, 행정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그 사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 제도는 기다리는 행정에서 움직이는 행정으로의 전환이다. 주민의 삶 가까이로 다가간 이 변화는, 한국 복지가 제도의 확장에 그치지 않고 전달 방식과 철학까지 함께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점에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K-복지가 제도에 머물지 않고, 주민의 삶 속으로 실제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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