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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서 할머니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새벽에 눈이 떠져 멀뚱멀뚱 있는데 저 멀찍이 방에서 신음 소리가 난다.


“아이고, 아이고.”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았을 적 밤마다 들었던 신음 소리.


아, 우리 엄마도 할머니가 된 지 오래지. 내 새끼가 크는 것만 알았지 엄마가 늙어가는 건 자꾸 까먹는다.


그 까랑까랑하고 당찬 엄마의 목소리는  어느 시절에 두고 왔는지 이제는 손녀에 대한 애틋함과 노파심만  담긴 가느다란 목소리만 들린다. 그리고 그 노파심의 목소리가 잠이 들어서는 “아이고 아이고” 하는 앓는 소리로 변한다 . 그마저도 낼 힘이 부족한 지 잦아들다 말다를 몇번하다 이내 조용해진다. 자신이 밤새 앓는 소리를 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고통이라 그러려니 한 건지 두 어번 입으로 통증을 내뱉다 잠이 드신 모양이다. 그렇게 앓다 잠들다를 몇번 반복하다보면 아침을 맞이할 엄마를 멀찍이 누워서 바라보니 착찹해진다.


앞으로 앓아야 할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이 남은 엄마의 날을 조금이라도 나눠 갖고 싶은 아픈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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