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뭐든지 쓸데없이 열심히 한다는 거다.
잘하는 것은 더 잘하고 싶고, 못하는 것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한다.
그러다 보니 힘 조절을 못한다. 굳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 힘을 쓰고, 열심히 해야 할 것들에는 영혼을 갈아 넣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한다고 해도 결과는 별 차이가 없다는 거다. 그런데 더 문제는 결과가 좋지 못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했을 때 오는 실망감과 만신창이 된 내 몸이다. 그나마 결과나 좋을 때는 고생 좀 해서 아프다고 생색이라도 낼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힘들다는 말은커녕 돈지랄 헛지랄했다는 눈치나 안 받으면 다행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하는 사람이란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실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지구력이라는 뜻일 테다. 왜 나는 지구력이 부족할까를 생각해보면 뭐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끝에 필요한 힘까지 미리 다 써버려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뭐든 시작은 좋고 설렌다. 의욕도 넘치고, 촉도 좋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책상을 봐도, 주방을 봐도, 책장을 봐도 읽다 만 책, 쓰다 만 글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독학하다 포기한 컴퓨터 기술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걸 보면, 한심해도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또 실력을 쌓는다는 핑계로 또 책을 사고, 아이디어를 메모한다고 쓸데없이 노트를 사고, 새로운 기술을 배워보겠다고 학원을 기웃거리는 나라니, 아효.
신은 인간에게 단 한 가지의 능력만 주셨다고, 나머지는 죽어라 노력해서 얻는 거라고 하던데 나는 아직 능력을 찾지 못했다는 핑계로 나 스스로를 모든 곳에 갈아 넣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을 잘할 수 없고 잘할 필요도 없지만 타인의 기대, 칭찬과 보상만이 나의 유일한 아이덴티티라 믿으며 애를 쓰고, 힘을 쏟고, 영혼을 갈아 넣는 지치는 생활을 오랫동안 반복해왔다. 그나마 젊었을 때는 열정과 체력이 이 무모함을 가려준 덕분에 힘든 줄도 모르고 버텨왔는데 이제 열정도 체력도 사라진 지금, 남은 것이라곤 여전히 내 전부를 갈아 넣고 지쳐서 완성도 못하고 포기를 선언하며 또 한 번 ‘내 능력이 그렇지, 뭐.’을 확인하며 골골대는 ‘나’만 남아 있다.
잘하기 위해,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태도가 훌륭한 것은 맞지만 덜 잘해도 좋으니 힘을 빼고 오래 지속하는 것도 못지않게 훌륭한 태도다. 잘 못해도 오래 지속하려는 태도와 마음, 마흔이 넘은 나에게 필요한 모드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어제까지만 해도 토할 만큼 열심히 했던 운동이 하기 싫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