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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무게

가난이 가진 무게가 예전보다 가벼워지면서

누구나 쉽게 가난을 말한다.

가난해서 남들 하나씩 있는 명품이 없고

가난해서 좋은 차을 못 산다고 말한다.

가난해서 남들 다하는 연애도 못 한다 말하고

가난해서 그냥 술이나 마신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데다 쓰라고 있는 가난이란 말이

있는 건 아닐 텐데

가난이란 말이 너무 쉽게 쓰이면서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수사 하나를 빼앗겼다.


그래서

가난해서 끼니를 건너뛰고

가난해서 웅크린 몸을 더 조이고

가난해서 차라리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난보다 훨씬 빈곤한 말로 표현되지 않으면

깊이 와 닿지 않게 되었다.


단지 갖다 쓰기 쉽다는 핑계로

가난의 무게를

우리 마음대로

덜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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