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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뒤끝은 없는가

뒤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인맥과 뒤끝은 매우 긴밀한 유기체와 같다.
인맥을 넓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뒤끝이 깨끗해야 하기 때문이다.
뒤끝,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다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



세상에 어느 누가 뒤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뒤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라가 좁은 까닭에 언제 어디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날지 모를 그 다음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뒤끝이 발현되는 극단적인 예는 아마도 컴플레인을 걸었을 때이지 않나 싶다. 요즘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자신이 하는 컴플레인의 척도가 곧 자신의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컴플레인의 기승전결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며 자신의 성공담을 수많은 sns나 블로그를 통해 천명한다. 그리고 그것은 수많은 불특정 사람들에게 정보가 되고 때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꿀팁(!)이 되기도 한다.


컴플레인은 기대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에 취하는 행동인데 컴플레인을 성공적으로, 깔끔하게 내가 하고자 또는 얻고자 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기본적으로 논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객관적인 지표 혹은 자료가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나만 겪고 있는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보편적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피접수자의 어떠한 응대에도 흥분하지 않는 태도이다. 앞선 세 가지를 모두 충족했더라도 이 마지막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을 뿐 아니라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뒤처리 하지 않은 것 마냥 찜찜함과 함께 뒤끝이 작렬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뒤끝을 결정하는 건 내가 그 대상을 다루는 데 있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느냐 마느냐다. 흥분하면 이미 반은 진 셈이다. 본질과 상관없는 것으로 자신의 페이스(pace)를 유지하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개 얻게 되는 것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내 기분은 잡칠 대로 잡치게 된다. 뒤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분노케 한 것의 존재가 전복되는 시점이다. 이제는 객관적 대상에 대해 컴플레인을 거는 것이 아니라 컴플레인 대상을 공유하고 있는 나와 상대방의 감정을 두고 분노와 흥분이 복잡하게 얽키게 되고 결국 뒤끝은 그렇게 화산처럼 내 마음에서 흘러넘친다.

인간은 타고 나기를 부족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늘 자신이 부족할 것을 메우기 위해 즉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이용한다. 나에게는 없는 것이 타인에게는 희한하게도 있단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잘 이용하는 사람을 대개 인맥이 넓다 혹은 인맥이 좋다고 표현한다.
단언컨대 뒤끝 없는 사람은 없다고 장담한다. 부처님도 공자도 장자도 뒤끝을 여과없이 표출하셨다. 인간인 이상, 신이 아닌 이상 뒤끝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남걱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뒤끝을 표출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봐왔다. 결국 이 뒤끝이라는 감정의 문제는 이 뒤끝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없던 뒤끝도 작렬하게 되게 되고 이런 뒤끝이 귀찮아 사람들을 새로 만나고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비공식적 정설이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10대 20대보다 인간 관계 형성에 있어 수동적인 것에 기인하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한살씩 늘어가면서 새로운 인간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관계의 지속가능성(혹 일회성이 될 것이라는 촉이 오면 대개 상대를 대하는 포즈가 달라지게 된다)과 자신과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수준의 척도를 가늠하는 과정을 우선한다. 즉 통밥을 뽑아봐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인맥을 새로 형성하는 것만큼이나 누군가와 교류했을 때 뒤끝을 남기지 않은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더 진짜 문제는 원치 않는 인맥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으로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곱 명만 지나면 아는 사람이 나온다는 이 좁은 한국 사회에서 괜히 뒤끝을 길게 남겼다간 남걱정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질겅질겅 씹힐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자기와 다르면 과감히 죽이는 대신 살벌하게 씹는 것이다. 그리고 말은 그렇게 사람의 입을 타고 한 사람의 뒤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나비효과는 감히 댈 것도 아니다. )

좋은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많은 시간과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맥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요즘처럼 이력서 한 장도 들이밀기 어려운 시대에 인맥이라도 있으면 비빌 구녕(!)이라고 만들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인맥 쌓기에 스팩 쌓기만큼이나 공을 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가성비 좋은 인맥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 썩 좋아 보이지많은 않는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장 좋은 미덕은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우리는 자본이 아니라 인간이지 않는가.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는 없지만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더 없다. 지나친 욕망을 위해 인맥을 늘리려다 본전도 못찾는 경우가 훨씬 많다. 타인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늘 나보다 한 수 다음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가장 약한 부분은 늘 보이지 않는 뒤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자고로 사람은 뒤가 깨끗해야 한다.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자신이 영 없는 사람이라면 뒤끝을 최대한 깔끔하게 포장하는 방법도 그만큼이나 필요하다.


자! 좋은 인맥을 유지할 수 없다면 뒤끝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법을 강구해보도록.




<뒤끝 포장에 실패한 예 1. 난 자식으로 대하지만 이 자식은 나를 컴플레인의 대상이자 컴플레인에 응대하는피접수자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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