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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아끼는 나만의 소비 원칙

10만 원. 무엇을 소비하기 위한 액수라고 치면 적으면 적고 많으면 많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소비 원칙 중 하나는 물건 값이 10만 원 이상일 경우 다음의 3가지를 고려하여 살지 말지를 결정한다.


1. 지금 반드시 필요한 물건인가.

2.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대체할 만한 것이 없는가.

3. 일시불로 사도 현재 경제 상황에 부담이 되지 않는가.



나는 아직까지 아이 옷 한벌에 십만 원을 넘게 주고 사 본 적이 없다. 감사하게 주변에서 물려준 옷 덕분에 구입할 일이 크게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매년 커가는 아이인데 고가의 옷이 아직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 고집 때문이기도 하다.

비싼 옷이 상대적으로 좋은 질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질과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옷들은 얼마든지 있다.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조건 하나만 제외해도 가격은 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질까지 반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다.


주변에서는 내 나이 정도가 되면 명품 가죽 가방 하나는 있어야 하고 돈이 부담된다면 작은 지갑이라도 있어여 한다고 조언한다. 동물 털로 만든 코트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있어야 하고 돈이 부담된다면 구스다운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디 가서 기죽지 않으려면 옷이든 가방이든 하나 정도는 누가 봐도 어디 브랜드인지 다 알만한 "좋은 것"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브랜드 알못'에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일희일비할 만큼 그닥 예민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남들이 말하는 고가의 명품이나 동물의 피부, 동물의 털을 사용한 고가의 옷들이 나의 소비 원칙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현실적인 조언들은 나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소비 원칙의 이유는 이렇다.


1.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인가

-예뻐서, 싸서, 혹시 몰라서 사는 물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막상 그런 것들은 결국 써먹지도 못하고 서랍 구석에서 고이고이 모시어져 있다가 퇴출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1으로 샀다가 음식물 쓰레기가 된 야채, 예뻐서 샀지만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관중인 액세서리,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택도 떼지 않은 옷 등. ‘다, 갖고 있다 보면 언젠간 쓰게 마련이다.’라는 말은 사용 빈도가 높은 생활용품들에나 통하는 진리다. 지금 필요 없는 물건은 나중에도 필요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이란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 과소비와 시발 비용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2. 대체할 만한 것이 없는가

- 입을 옷이 없어 옷을 사놓고 막상 옷장을 보면 스타일이나 색상이 비슷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저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란 거의 정해져 있고 그 스타일은 최소 년 단위로 유지된다. 그리고 자신의 패션에 새로운 도전 정신을 발휘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개는 포인트가 다르다거나, 소매 끝 모양이 다르다거나 하는 명분으로 새로운 옷을 사는 경우가 많다. 결국 뭐가 없어서 산다는 말, 즉 이것이 아니면 입을 만한 게 없다는 말은 저 옷을 사고 싶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사고 마는데 집에 가면 똑같은 물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또 택도 떼지 않을 옷이 늘어나는 셈이다. 중복되는 것만 사지 않아도 소비에 드는 비용은 훨씬 줄어든다.


또 하나, 동물의 털, 가죽 등을 소재로 하는 옷이나 가방 등의 경우 나는 우선적으로 배제한다. 굳이 동물의 가죽이나 털이 아니어도 그것을 충분히 대체할 만큼 버금가는 기능의 신소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대체할 만한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 알면서도 죄 없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털을 뽑아서 내 몸을 따뜻하게 할 마음은 없다. 이것만 따져보아도 나는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동물들을 헤치지 않은 좋은 물건들을 선택할 수 있다.


3. 일시불로 사도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가

- 만약 이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경제적 부담을 견딜 만한 각오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서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당장엔 덜 부담이 되는 방식인 할부를 사용하여 사게 되면 결국 그 물건은 기억나지 않고 할부금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부담은 액수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하는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딱히 필요 없는 물건을 샀을 경우, 게다가 그것을 일시불로 사게 될 경우 진짜 써야 할 부분의 돈을 땡겨쓰는 불상사가 생기거나 진짜 필요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괴로움에 빠질 수도 있다.


소비는 선택이자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행위이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욕망 충족은 있어도 현명한 욕망 충족이란 말은 어색하듯 만족스러운 소비는 있을지 몰라도 현명한 소비는 어렵고 주관적이다. 각자 사람마다 생각하는 소비의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명품을 구입하는 데 쓰는 소비와 오천 원짜리 티셔츠 열 장을 사는데 쓰는 소비는 둘 모두 현명할 수도 있고 반대로 둘 모두 바보 같은 소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각자 자신만의 소비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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