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사랑을 원하나요?
사랑을 찾으면서도 절대로 찾지 못할 것 같다면 당신은 이미 넘치도록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그는 당신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영감을 주고 다시 기운을 차리게 해 준다. 당신이 울면 안아주고 당신이 행복해하면 축하해주고 당신이 취하면 같이 노래를 불러줄 것이다. 당신은 이런 사랑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운다. 이런 사랑이라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 최대한 곁에 두기를.
-돌리 앨더튼,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A는 누굴 만나도 3개월을 넘지 못하는 자신이 연애가 늘 불만스럽다. 먼저 이별을 통보하기도 했고 때로는 차이기도 했다. 물론 먼저 차였을 때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이 먼저 연애 종료를 선언했다고 해서 상처를 덜 받은 건 아니다. 진짜 A를 주눅 들게 하는 건 연애를 지속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자괴감이다.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들은 A를 금사빠라고 놀리거나, 연애를 지속시키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니 성격을 개조하라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 맞는 말도 아니다. 금사빠여도 한 사람과 오랫동안 연애를 하는 사람도 많고, A보다 성격이 300배는 더 이상해도 연애만 잘하는 사람은 널렸다. 그렇다고 A의 연애 상대들이 별로였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외모가 괜찮은 사람도 있었고, 성격이 좋은 사람도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A 역시 뛰어난 외모를 가진 건 아니지만 평균에 속했고, 성격도 특별히 모나지 않아 누군가와 지내는 데 문제 될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지인이나 친구들과는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도 이상하게 연애만큼은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를 딱히 찾지 못하는 A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지금도 A는 ‘오늘내일’ 하는 연애의 끝을 답답해하며 핸드폰에 데이팅 앱을 켜고 괜찮은 이성이 없는지 써칭 중이다.
연애를 하고 있으면서도 뭔가 만족스럽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다른 연애 대상을 찾아 끊임없이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다. 대답을 들어보면 더 재밌는, 더 즐거운, 더 생산적인(?) 연애를 하고 싶어서란다. 또는 지금 만나는 사람과는 또 다른 연애, 더 나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란다. 이런 생각은 도덕적으로는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사실 본능일 수도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내 몸에 있는 이상 최고의 상대 유전자를 찾아 헤매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자 권리라면 말이다. 물론 결혼이란 제도 안에 놓여 있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단기 연애가 나쁘고 장기 연애가 좋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또 단기 연애하는 사람이 성격에 문제가 있다거나 장기 연애하는 사람들이 훨씬 진실하다는 객관적 연구 결과 역시 없다. A의 고민은 심각한 수준도 아니고 A에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과 잘 맞는 짝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짧지만 많은 사람들과 해 온 연애는 잘 맞는 짝을 찾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 과정일 뿐이다.
지금의 연애가 아쉽다고 생각하는 마음, 혹시 더 나은 사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탐구심의 이면에는 내가 도덕적으로 불순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연애에 있어 서로 주고받는 긍정적인 연애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둘 중 하나만 죽어라 헌신하거나, 둘 다 바라기만 하는 연애는 제로 아니면 마이너스다. 그러나 연애는 제로나 마이너스 상태로는 오래 유지되기가 어렵다. 혼자서 죽자고 좋아하는 연애는 절대 성립 불가하기 때문이다.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희생이나 헌신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으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다. 그 시너지가 누구에게는 육체적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정신적인 안락이 될 수도 있다. 누구에게는 인류애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에너지의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에너지와 상대의 에너지가 추구하는 바가 일치하고 그것이 고갈되지 않도록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겁다면 연애는 자연스럽게 길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기 빨리는 연애는 절대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연애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의 에너지를 통해 내가 나은 사람으로 변하고, 나를 통해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변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연애는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서로에게 주고받는 에너지는 실로 엄청나다. 이 에너지가 둘의 관계를 오래 지속시켜주는 것이다. 짧은 연애는 내가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고 개선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연애의 과정일 뿐이다.
이 글은 네이버 <연애&결혼> 판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