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세종도서관

지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창의성은....

1. ‘국립’ 타이틀을 가진 세 번째 도서관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도서관은 총 3개인데요, 국립중앙도서관(서초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역삼동), 그리고 국립세종도서관입니다. 오늘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국립세종도서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소개하기 전에 먼저 간단한 설명을 해드리자면 먼저 서초동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자료 보존을 주요 역할로 하는 도서관입니다. 그래서 최신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책은 신청 후에 빌려볼 수 있는 방식인 폐가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역할만 생각한다면 폐가식이 맞지만 이용자 측면에서 보자면 폐가식은 사실 편리한 시스템은 아닙니다.


또 하나 만 16세 미만일 경우는 원칙적으로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단 자가 조사나 연구 목적이 있을 경우에는 ‘청소년자료 신청서’를 작성한 후 출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슬퍼하지 마세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지어진 국립어린이청소년 도서관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2013년에 지어진 국립세종도서관은 세종시에 위치하여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종시가 국가 주도로 이루어진 행정복합도시만큼 도서관은 국가 행정과 관련된 자료, 도서, 각부처들의 정보를 비치하고 있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도서관과 달리 원하는 도서를 직접 찾아 빌릴 수 있는 개가식으로 서가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어린이자료실은 지하 1층, 일반 열람실은 1~2층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5층엔 누구나 사용 가능한 저렴한 구내식당이 있고, 도서관 바로 옆에는 호수공원이 있어서 주변 시설이나 환경은 매우 쾌적합니다.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비교적 신간 도서도 많이 있고, 서가 진열 방식이나 좌석 배치 등을 봤을 때 매우 세련된 도서관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각 층 안내도

2. 독립된 도서관에 뒤지지 않는 어린이자료실


제가 세종도서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어린이자료실입니다.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어린이자료실은 전혀 답답하지 않습니다. 천고가 3층까지 연결되어 있어 자료실 전체가 자연광으로도 충분히 밝습니다. 대개 어린이 도서관이나 어린이자료실은 1층에 위치한 경우는 많지만 지하에 위치한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채광 등의 문제 때문이라고 짐작이 되는데요, 세종도서관의 경우 어린이자료실은 지하 1층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천고와 채광 덕분에 하루 종일 자연을 옆에 두고 책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어린이자료실 바로 옆에는 작은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어 미취학 아이들의 경우 책을 보다 지루할 때쯤 밖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아도 될 듯합니다.


어린이자료실 출입구


어린이자료실 바로 앞에 마련된 놀이터

또 하나 놀란 건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의 양입니다. 정말 많더라고요. 분야별, 학년별, 외서 별 등등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독립된 일반 도서관에 못지않는 방대한 양의 아동도서관 관련 서적들은 가히 국립도서관이라고 할만한 수준이라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여유 있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린이자료실 안쪽에 비치된 서가


자료실 오른쪽에는 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야기방과 그림책방입니다. 주로 유아들을 위한 방인데요 엄마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소곤소곤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입니다.

도서관에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엄숙해야 하지만 사실 아이들에게 말 하지 않고 책만 본다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일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겠죠. 이 공간에서만큼은 신발을 벗고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보고 작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세계 그림책이 비치된 그림책방

자료실 가운데에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검색 컴퓨터 4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도서 분류는 일반 도서관과 같이 십진분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면 도서관에서 책 찾는 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요. 하지만 사실 십진분류법으로 책을 찾는다는 건 아이들에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개 아이들은 특정한 책을 찾기보다 지나가다, 스치다 표지나 제목을 보고 우연히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하는 책을 검색하고 찾는 과정은 대개 부모님들이 해주시는데 아이들이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시고 기다려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놀이가 숨바꼭질인데요, 책을 찾는 과정을 생각보다 즐거워하고 책을 찾으면 뭔가 해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도서 검색을 하기 위해 마련된 컴퓨터



3. 개인 공간이 많은 자료실


1층에는 인문 예술과 관련된 자료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어린이자료실에 비해 서가의 조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도서관 전체가 어둡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는데요. 아마도 도서 보존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대신 각 서가에는 부분 조명이 잘 되어 있어 책을 찾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각각 비치된 책상 위에도 스탠드가 마련되어 있어 낮은 조도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책 상태는 양호합니다. 아무래도 개관한 지 십 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도서 관리는 다른 도서관에 비교했을 때 양호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린이 자료실은 인기도서의 경우 그렇지 않은 책도 많지만요.)


1층 자료실에 마련된 독서공간

밖으로 나가지 않고 1층 오른쪽에 마련된 계단을 이용하면 2층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2층 오른쪽에는 미디어 열람실이 있어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고, 왼쪽에는 일반 자료 및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열람석, 세미나실이 있습니다. 복사기도 있어서 자유롭게 복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열람실 곳곳에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2층 열람실로 연결된 계단을 올라가면 마루가 마련되어 있어 신발을 벗고 책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통화할 수 있는 부스
2층 서가 왼쪽 꼭대기에 마련된 계단

4. 지식을 얻을 수는 있지만 상상의 날개는 어디로?


도서관 전체 공간은 매우 넓지만 각 열람실에 배치된 좌석 배치나 독서를 위해 마련된 공간은 다소 좁게 느껴집니다. 곳곳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독서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소수를 위한 공간이라고 느껴집니다. 또한 테이블은 넓지만 그만큼 의자의 수도 많아 개인당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은 넓지 않아 보입니다.(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이라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도서관 자체만 보면 매우 쾌적하고 모던하지만 전체 분위기를 본다면 다소 차갑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아쉬운 점입니다. 어린이자료실과 위층에 마련된 작은 독서 공간을 제외하면 자연 채광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넓지 않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어린이자료실과 일반 자료실은 one-way system이 아니라서 책을 대출하기 않고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볼 수 없습니다.

다른 공공도서관의 경우 도난 방지 시스템을 출입구 쪽에 배치하여 도서관 내부에서는 책을 대출하지 않고서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해 놓는 경우도 있는데 세종도서관은 각 층이 서로 분리되어 있어서 다소 불편합니다. 워낙 도서 양이 방대하고 큰 규모 때문에 아무래도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공공도서관은 아무래도 목적이나 그 이용에 있어 특수성보다 보편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보편성이나 편리성에 염두하다 보면 창의적인 사고나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건 상대적으로 어려워집니다. 아이들이 도서관을 즐겨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책이 재미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경직되고 엄숙한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세종도서관에 방문하면서 느낀 건 웅장함, 그리고 첨단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대식 도서관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늑하거나 편안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약간 삭막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요.


어린이자료실은 따로 독립된 공간을 가져도 충분할 만큼 방대한 양의 도서, 그리고 깔끔하고 찾기 쉽게 배치된 서가는 훌륭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책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기엔 다소 삭막하고 딱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효율성은 높지만 창의성은 아쉽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세종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과는 또 다른 형태의 국립도서관으로서 허브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도서관인 것은 분명합니다.



미리 알고 가셔야 하는 건 도서관 자체에 마련된 주차공간이 매우 협소합니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제외하고 다른 주차 가능 자리가 없을 경우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다가 빈자리가 생기면 대기 순대로 입차가 가능합니다. 대기 시간이 짧지는 않은 듯합니다. 물론 주변에 공터에 주차를 해도 되긴 하지만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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