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또 종료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결정은 안 내리고 뒤에 서서 간만 열심히 보고 있다가 문제 해결에 고지가 보이는 듯할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교묘히 등장해서는 이익은 혼자 다 챙기고 책임은 공동에게 전가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다.
대개 이런 사람들의 유형은 비슷한데 자신의 것은 단 하나도 잃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타인에게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거나 부정적 평판을 받는 것을 못 견뎌한다. 그들은 좋은 사람 모드를 유지하기 위해 세상 친절하게 웃으면서 아무렇게나 결정해도 자기는 상관없으니 편하실 대로 하라는 말로 타인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척한다.
결국 남은 사람들은 죽어라 눈치 보고 견제하며 최종 해결책을 제시하기 직전까지 쥐어짜는 수고를 한다. 고지가 보일 그때쯤 슬그머니 결정자는 등장한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겨우겨우 이끌어낸 결과를 냉큼 주워 들고는 급마무리 지으면서 결론을 내려버린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이후에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남은 사람들을 잠재적 공범으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본인은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물론 아무것도 잃지 않으면서도 모든 이익까지 다 챙긴다.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비슷한 경우를 반복하고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똑같은 일을 겪고 후회한 뒤에야 아직도 나는 왜 사람 보는 눈이 여전히 바닥인가를 반성한다.
이게 인간관계의 보편성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직까지 나는 이런 사람들을 오래 곁에 둔 적이 없어서 그런가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다가도 내가 나쁜 년 모드를 선택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또 한 번 좌절하는 밤이다.
나쁜 년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