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일기 100,
“부산시장이 한 일이 없다”는 세간의 여론이 왜 나왔을까.
- 포럼은 많았지만, 조정은 없었다
부산시가 최근 수년간 겪은 구덕운동장 재개발, 구치소 통합 이전, 생곡지역 소각장과 기장 산폐장 건설, 풍산금속 공장 이전 논란을 지켜보며, 한 가지 공통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책의 옳고 그름 이전에, 시정을 이끄는 리더십의 방식이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가덕도신공항 공사도 법적 절차에 맡겨두고, 현실적으로 한 개 컨소시엄만 입찰할 것이 예측됨에도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 언제 계약되어 공사가 착공될지 걱정이다.
박형준 시장의 시정은 흔히 ‘비전 중심’, ‘담론 중심’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부산미래혁신회의, 비상경제대책회의, 각종 포럼과 위원회, 정책 선언은 풍부했다.
문제는 이 리더십이 결단과 조정의 영역이 아니라, 공론과 제안의 영역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이는 행정 책임자라기보다 NGO형, 포럼형 리더십에 가깝다.
NGO형 리더십은 문제를 제기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데는 능하지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안에서 책임을 지고 결론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부산시의 갈등 사례들은 대부분 “의견을 들었다”는 설명은 있었지만, “누가 무엇을 양보했고, 그 결과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불분명했다. 포럼은 열렸지만, 조정의 결과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시장이 “한 일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특히 문제였던 것은 같은 정당 소속의 구청장과 국회의원조차 조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부산시가 생각한 구덕운동장 재개발, 구치소 통합이전 등 현안사업이 멈추었다.
이는 정치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를 당내 조정자이자 최종 책임자로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행정적 합리성과 제도적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지역 정치가 요구한 것은 담론이 아니라 조정과 책임이였다.
행정 경험상, 갈등이 큰 정책일수록 발표는 늦어져도 무방하다. 대신 사전 협의와 정치적 책임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부산시정은 발표 이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시민과 기초자치단체는 동의의 주체가 아니라 설득의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퐁피두 부산 분관을 반대하면서 '퐁`반500'전을 펼치는 지역예술계도 그런 입장일 것이다.
도시는 포럼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포럼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갈등을 종결할 수는 없다.
도시는 결국 결정과 책임, 그리고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리더십으로 움직인다. 박형준 시정이 남긴 여러 갈등은 정책 실패라기보다, 결단을 유보한 리더십의 결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선언이나 담론이 아니라, 갈등의 한가운데서 책임을 끌어안는 리더십이다.
포럼의 시장이 아니라, 조정하고 결정하는 시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