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일기 101
상처도, 화해도 빛났던 2026 밀라노 올림픽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우리 선수들이 금 3, 은 4, 동 3이라는 멋진 성적을 올렸고,
특히 최가온의 하프파이프 금메달과 유승은의 빅에어 동메달은
설원의 공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봅슬레이 출신 원윤종 선수의 IOC 선수위원 당선은 올림픽이 남긴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보며 나는 이상하리만큼 ‘사연’이 더 떠올랐다. 밝은 조명 아래 숨겨졌던 상처들, 그 상처를 안고도 끝까지 걸어온 선수들, 그리고 아주 조용하지만 분명히 있었던 화해의 장면들.
이혜인 – 멈춰버린 시간 위에서 다시 서다
이혜인 선수는 8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그 성적보다 마음이 먼저 떠올랐다.
성추행 혐의로 고발되고 3년 자격정지까지 받았던 시간, 결국 법원은 “연인관계였고 성추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무죄 판결로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지만, 그 잃어버린 시간과 마음의 무게는 누가 대신 져줄 수 있었을까.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얼음 위로 다시 나아갔다.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임효준과 황대헌 – 갈라진 두 사람의 시간
임효준(중국명, 리샤오쥔)과 황대헌. 한때 함께 미래를 그리던 유망주였지만 동성 간 신체 접촉 사건 이후, 모든 것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법원은 임효준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때는 이미 중국 귀화 후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임효준은 메달을 따지 못했고 중국 팬들의 비난까지 받았다. 반면 황대헌은 은메달 두 개를 목에 걸고 한국 선수단의 기수로 폐막식에 섰다.
선수로서의 인생이 이렇게 다르게 흘러가도 되는 걸까.
임효준의 “2030년 다시 도전하겠다”는 말이 조금은 먹먹하게 들렸다. 그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상처로 남은 두 사람의 거리가 언젠가는 좁혀질 수 있기를.
최민정과 심석희 – 결국 서로를 밀어준 두 사람
2018 평창에서 함께 금메달을 따고, 그 뒤로는 깊은 오해와 불신 속에서
서로 등을 돌렸던 두 사람.
고의 충돌 의혹, 유출된 메시지, 가혹했던 여론…
쉽게 지울 수 없는 상처들 이었다.
그런데 이번 밀라노에서는 마치 다시 한 팀이 된 것처럼 완벽한 호흡으로 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화해라는 단어는 너무 가벼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날의 질주는, 그냥 서로를 믿고 달리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게 이번 밀라노 올림픽은…
화려한 조명보다 조용한 상처와 작은 용기가 더 기억나는 올림픽.
다투고 멀어지고 오해하고 비난받았던 사람들이 그래도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어떤 이들은 서로를 향해 한 걸음은 내디뎠던 올림픽.
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을 “상처와 화해의 올림픽”으로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바란다.
누구보다도 자신과 싸워온 이 선수들이 앞으로는 더 평온한 길 위에서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사람으로 멋지게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