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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광효 Apr 29. 2023

해운대 주간 일기 58 – 전세제도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해운대 주간 일기 58 – 전세제도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전세 사기’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내 기억은 가끔 한 번씩 소규모로 전세 사기로 인하여 길거리에 나앉는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기사를 봐 왔다. 이번엔 전세 사기의 규모가 대형이다. 수십 명, 수백 명이 동시에 전세보증금을 못 받는 사태를 겪고 있다. 이는 19년의 임대차법 개정으로 인한 영향과 부동산 값 상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책의 영향에 기인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은행들도 한 사람이 수백 채의 빌라를 소유할 수 있는 대출을 해 줄 때 미래에 전세 임차인에게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 일말의 책임이 있다. 지금은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 입법을 보완하고 서민이 갑자기 집을 잃어버리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그래서 기존 정책들을 점검해 정책의 실패를 찾아 제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발생한 사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세제도는 전세보증금을 내고 일정기간 남의 집을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그 보증금이 1억 원이 되고, 5억 원, 10억 원이 되기도 한다. 임대인은 그 돈을 활용하여 집을 소유하면서 드는 비용을 지불하고 일정 부분의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그 돈을 안전한 투자처인 은행에 맡겨서는 오르는 세금과 제반비용을 감당하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정부가 부동산 관련세금을 대폭 인상하자 더욱더 수익이 악화되었다. 그래서 위험한 투자에 대한 유혹을 이길 수 없었다. ‘high Risk, high Return’에 빠졌다. 그 위험을 임차인도 동시에 안게 된다는데 전세제도의 약점이 있다. 임대인이 갖고 있어야 하는 전세보증금이 사라지는 경우 임차인은 제때에 그 돈을 받을 수 없다. 이때부터 임차인은 월세를 내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월세를 낼 걸”. 하지만 때는 늦었다.


전세와 월세를 비교하면 월세가 집 사용료가 저렴하다. 전세는 전세보증금이 갖는 이자, 즉 은행 대출이자에 가까운 사용료를 내지만, 월세는 은행 대출이자에 2 내지 3%의 이자가 더 붙어 사용료로 책정된다. 하지만 전세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에 맡겨서 그 돈의 위험을 안고 있어야 한다. 물론 전세 임차인을 위한 보증보험 등 보호 장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라 당장 전세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임차인은 손해를 감수할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다. 또 경제가 복잡 다양하다. 투자의 방식도 나날이 새로워지고 위험도 커진다. 아울러 임대인이 수백 채의 집을 갖고 임대하거나, 갭 투자로 전세 임대를 하는 경우 임차인이 맡겨 둔 전세보증금의 위험은 나도 모르는 사이 커져 돌려받는데 어려움이 높아진다. 이번에도 전세보증금을 받아 신규 투자로 돈을 날리거나, 아예 착복해 버리거나, 깡통 전세가 되어 다수의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동시다발로 일어났다. 그래서 이젠 서민에게 월세보다 전세가 이익이 된다고 말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전세보증금을 오롯이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도 좋은 정책이 아니다.


전세제도를 월세제도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시점이다.

서민들이 갖는 전세보증금의 위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평생 모은 재산이 한방에 연기처럼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꼭 전세제도가 필요하다면 LH공사 등 공공기관이 전세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재정적인 한계, 사회경제적인 한계 등이 있어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월세제도도 약점이 있다. 서민들의 집 사용료가 인상된다.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맡기고 나오는 이자에 더 보태어 월세를 내야 한다. 또 전세보증금으로 낼 돈을 본인의 책임 하에 투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위험은 본인의 책임이다.


국가가 월세의 인상을 적절히 관리하고, 서민들의 월세 부담을 감경하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서민들이 소위 “길을 가다가 날벼락을 맞는 경우”는 막을 수 있다. 선진국의 대부분이 월세제도를 운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과거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 준 전세제도가 종말을 고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23.4.29)


#전세사기  #월세  #전세  #전세보증금  #깡통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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