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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광효 May 13. 2023

59. 부산시민이 나서 BIFF를 지켜야 한다.

해운대 주간 일기 59 – 부산시민이 나서 BIFF를 지켜야 한다.


어느 날 부산시 공공기관장으로 대기업 출신이 오셨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와 서울의 대기업에 입사하여 임원까지 하신 분을 부산시가 모셔왔다. 그분은 부산지역의 기업을 찾아다니면서 글로벌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호수의 메기처럼 열과 성을 다하셨다. 늘 한 치 앞을 보고, 세상의 변화에 앞서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배 과장, 이제 내가 할 역할은 다한 것 같고 더 이상 내가 부산시의 월급을 받으면서 해야 할 일이 없네. 미안하구려”. 그분은 그렇게 임기를 채우지 않고 다시 서울로 가셨다. 자리를 탐하지 않으셨고, 월급에 연연하지 않으셨다.


부산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또 시끄럽다.

1996년 영화제가 시작된 이후 부산의 자부심이었고, 새로운 국제행사를 세계 속에 브랜딩 하고 론칭했다고 자랑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옛 영화가 된 기분이다.


부산 국제영화제 하면 제일 먼저 문정수 시장이 떠오른다. 내가 본 문 시장은 유연하다. 남의 말을 잘 듣고 헤아린다. 영화제를 하자고 주변의 사람들이 말을 할 때도 잘 들었고, 실행에 옮겼다. 지금은 사라진 행사지만 그 당시에 ‘Asian Week’라는 국제행사도 그렇게 탄생했다가 시장이 바뀌면서 사라졌다. 

또 한 분, 김동호 위원장이다. 첫 씨앗을 뿌리고, 밭을 갈고, 거름을 주고 잎을 틔우는 일에 온몸으로 부딪혔다. 영화제가 열릴 때면 오토바이를 타고 동분서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고군분투하던 그 대열에 힘을 보탠 분들이 이용관, 김지석 등 영화전문가와 김지미, 강수연 등의 영화배우들이다. 우리는 그들의 공을 잊지 않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김동호 위원장이 부산을 떠나 서울로 가셨다. 

보통 이런 조직위원회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전임자에게 그 예우를 다함에 소홀함이 없다. 그러나 부산에서 김동호 위원장을 보는 일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당신이 가꾸어 온 세월이 생각나서도 오고 싶을 텐데. 누군가가 그를 멀리하는 모양이구나,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수연이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그녀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족을 당한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영화제에 진심이었고, 어려울 때에는 집행위원장을 맡아 굿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으나 조직위원회 직원들로부터 사퇴를 강요받았었다. BIFF는 그녀의 1주년에 알량한 추모의 말도 없다. 그러니 폐족을 당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표를 냈다.

운영위원장을 두어 양대 위원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는 모양인데,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반대했던 모양이다. 언론은 이용관 조직위원장의 “BIFF 사유화 논란”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김동호, 강수연 등 부산국제영화제를 진정으로 사랑한 분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리를 탐하지도, 보수에 연연하지도 않고 오로지 BIFF의 성공만을 위해 뛰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논리를 앞세워 인사 및 조직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조직위원회가 민간 위원장 체제로 가고, 집행위원장 선임 및 직원인사에서 자리다툼이 일어났다. 점차 “그들만의 리그”로 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지난 시간을 횡축으로 세워보면 ‘사유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고 있음이 보인다.


BIFF를 정말 되살리고 싶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먼저 조직위원장이 결단해야 한다. 왜냐면 이 모든 분란의 시발점이 지금의 조직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조직위원장은 부산을 버릴 수 있을지 몰라도 부산시민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BIFF다. 부산시가 BIFF를 다시 들여다보고 부산시민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조직위원회에 맡겨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5.14)


#BIFF  #부산국제영화제  #문정수 #김동호 #강수연  #허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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