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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광효 Jun 21. 2023

62. 故 유곡(柳谷) 박원영 스승님을 기리며

해운대 주간 일기 62 – 故 유곡(柳谷) 박원영 스승님을 기리며


  요즘에는 멘토, 멘티가 대세이다. 멘토링(mentoring)이란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멘토)이 가르치는 스승의 역할을 하여 누군가(멘티)를 돕는 것이 멘토링이다. 주로 기업에서 개인의 역량을 높이고 상호 간의 소통을 통한 사회성 계발에 활용되고 있다.


  스승은 어떤 의미일까. 사전적 의미는 “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멘토와 어떻게 다를까. 


  지난 6.2에 양재생 동아대 법대 동문회장님과 함께 ‘유곡 박원영교수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서 모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방문했다. 본 장학금은 교수님이 동문들의 화합과 유대를 위해 동문회에 기증한 재산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마련되었다. 평소 교수님의 모교 및 제자 사랑을 기리고자 모교 출신의 로스쿨 신입생에게 주는 것으로 하였다.


유곡 박원영 교수님은 나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이자 스승님이다.

사무관 시절인 94년에 독일의 지방자치를 연구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 갈 때 몸소 김해공항까지 나오셔서 제자의 장도를 격려해 주셨다. 처음 보는 독일의 지폐를 주시면서 긴급할 때 쓰라고 하시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현지에 잘 정착해서 학문 연구에 소홀하지 않기를 당부도 하셨다. 사제동행(師弟同行)의 길이 보였다.


그러나 세월이 야속한 건지, 세상이 야속한 건지 스승님은 96년 내가 귀국하기도 전에 세상을 하직하셨다. 제자에게 해 주실 말들이 태산 같을 텐데, 일언반구도 없이 가버렸으니 황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뒤로 나는 학교와 담을 높이 쌓은 듯하다.


모교 법대 동문회장을 맡고 난 이후 코로나로 인하여 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동문들의 뜻을 모아 ‘유곡 박원영교수 장학금’을 만들었다. 첫 장학금 수혜를 받는 2명의 신입생에게 축하의 인사를 하고, 스승님의 제자 사랑을 이야기해 주었다. 하나의 작은 소임을 수행한 보람을 느꼈다.


지난주에 법대에서 동문수학 했고, 독일 유학 시에는 베를린(Berlin)과 할레(Halle)를 오고 가면서 교류를 하고, 지금은 모교에 근무하는 하태영 교수와 스승님의 묘소를 찾아 인사를 드렸다. 마침 스승님이 돌아가신 기일(忌日)과 근접한 날짜라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교수가 준비한 차 한 잔을 올리고, 하얀 수건으로 묘비를 닦으면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


모교 교수를 지내시고 수필가이신 현석(玄石) 김병규 교수님은 묘비에 “보편적(普遍的)으로 사고(思考)하고 근원(根源)에까지 이르면 거긴 슬픔도 괴로움도 없을지니 우리 거기서 다시 만나리”라고 적고 있다. 스승님의 내면세계 일면을 드러내 주셨다.


“그분은 법학자(法學者) 답게 정의감(正義感)에 투철하였다. 원리(原理) 원칙(原則)을 존중하여 의연(毅然)하며 직언(直言)을 위한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분은 정감(情感)이 섬세하여 따뜻한 마음을 아낌없이 나누어 왔다. 그분은 인내심(忍耐心)에도 남다른 데가 있었으니 자신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토로(吐露)하는 일을 듣지 못하였다. 특히 기억되는 것은 그분이 중용(中庸)의 길을 잊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다.” 스승님과 늘 산행을 함께 하시면서 생각을 교류한 조무제 대법관님이 추모 논문집에 쓴 말씀이다.


스승님이 학문연구의 주안점에 두셨던 ‘지방자치 분야와 환경문제’에 여태껏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스승님이 지켜온 가치와 삶에 발끝만이라도 다가간다면 나름 괜찮은 인생이지 않을까. 스승은 제자의 거울이다. 스승과 멘토가 다른 점일 것이다. (23.6.21)


#유곡박원영 #동아대법대  #지방자치  #동아대  #스승과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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