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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광효 Mar 21. 2022

5. 금융혁신도시는 쉬운 길이 아니다.

해운대 주간일기 5 - 금융혁신도시는 쉬운 길이 아니다.


설 명절 연휴를 보낸다.

너무나 조용하다. 움직이지 않으니 흔들림도 없다.

코로나가 확산되니 고향 가는 일도 접고, 자식도 미리 발걸음을 해 부부가 각자의 시간을 소비한다. 하긴 연휴라는 게 크게 의미가 없다. 연휴가 끝나도 출근을 하는 등 시간에 쫒기는 일이 없기에 하던 그대로의 패턴을 유지한다. 은퇴 이후의 일상이다. 처음 겪는 일이 하나 또 늘었다.


베이징 2022 동계올림픽이 2. 4일 개막했다.

개막식의 경기장 성화 봉송 주자로 연대순으로 스포츠스타를 선정했고, 2000년대는 유망주를 골랐다. 마지막주자가 들고 온 성화봉이 바로 이번 올림픽의 성화가 되었다. 역사상 가장 작은 성화가 탄생했다. 환경적 측면을 고려했다고 하나 아쉬운 마음은 든다. 선수들의 건투를 빌고, 공정이 통하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이번 주 지역뉴스의 핵심은 한국예탁결제원의 공공기관 해제다.

기재부는 지난달 2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법 개정 등으로 전자등록업무가 법상 독점 업무에서 제외됨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요건(정부 지원액 비중 50% 이상)을 더 이상 충족하지 못해 지정 해제했다”고 밝혔다. ‘독점 업무 제외’로 민간 증권사 등과 동등한 경쟁 체제가 갖춰졌으니 정부 지원액 비중이 줄어 지정 해제된 것이다. 앞으로 경영공시, 경영평가 등 공공기관의 경영과 인사를 관리, 감독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다른 규제 법률들이 있기에 정부의 감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또 부산 본사를 타지로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90년대 말 선물거래소 유치를 시발로 한국거래소의 부산 정착까지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 선물거래소 유치를 위해 조례 개정과 시비지원, 이전장소와 이전비 지원 등 안상영시장과 강병중상의회장이 커나 큰 결단을 하셨다. 이것이 부산 금융산업의 출발점이다. 


금융혁신도시 조성의 시작은 참 어려웠다. 

부산시는 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개 이전 금융기관과 이미 부산에 정착한 한국거래소, 기술보증기금 등을 중심으로 문현 금융 혁신도시를 추진했다.


혁신도시 이전계획 발표 후에 4개 이전 금융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문전박대에 출입구 봉쇄도 있었다. 지방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부산시가 굳이 방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호된 신고식이었다. 마음을 열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또 하나는 이전 금융기관의 통합개발이었다. 허남식 시장님께서 검토를 해 보라고 하셨다. 김정훈 국회의원님이 적극 지원해 주셨다. 그러나 국토부, 타 부서, 관련기관들이 어렵다고 했다. 먼저 여의도 금융지구를 가 보았다. 넓은 부지에 낮은 독립건물들이 썰렁했다. 밤에는 더 했다. 해외의 사례도 살폈다. 일본과 유럽의 금융지구를 이전 금융기관의 관계자와 다녀와서 통합개발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독립청사를 원하는 기관을 설득하는 과정은 반전과 반전을 거듭했다. 시장님 주재 이전금융기관장 간담회 자리에서 이전기관의 노동조합장이 부산시를 비난하는 열변을 토하는 바람에 내 목가지가 날아갈 뻔 했다.  많은 이해관계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는 전국 최고의 건물로 우뚝 섰다. 


최근에 “한국산업은행의 부산유치”가 대선공약으로 나온다. 

산업은행의 규모나 인력을 감안하면 부산유치는 좋은 일이다. 특히 산업동향에 민감해질 수 있어 산업 트렌드에 한 발 앞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부산의 준비다.


처음 부산에는 부산은행과 몇 개의 제2금융권 은행밖에 없었다. 동남은행의 설립은 단비였고, 금융의 지역혁신을 이끄는 선봉장이었다. 동남은행에서 혁신 제품 「하나로카드」가 탄생했었다. 아쉽게도 IMF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동남은행과 4대 종금사 등이 퇴출되었다. 이후에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의 지역본부들이 설립되었으나 잠깐의 눈요기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졌다. 


한국거래소도 2015년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되었다. 부산은 공공기관의 해제보다 금융기관의 지역정착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이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정부지원을 이끌어내는 일에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 정부를 찾지 않고도 신사업을 자주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방만 경영, 관피아, 금피아를 걱정하기보다 부산에 뿌리내리는 일에 힘을 함께 모았으면 한다.


금융은 어렵다. 부산지역의 각종 세미나, 연구보고서를 봐도 부산에서 금융산업을 일으키는 방향과 대안을 찾기 어렵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를 적극 모셔오던지 지역의 금융전문가 양성에 크게 투자를 해야 한다. 그 창구로 ‘부산국제금융추진센터’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떠돌이 신세다. 투자 없이 자산은 없다. 금융은 리스크가 커서 투자를 주저한다. 부산의 전략산업인 금융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자.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200&key=20220105.3300100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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