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법(法)을 무시하는 국회와 법원

by 배광효



해운대 주간일기 83. 법(法)을 무시하는 헌법기관, 국회와 법원


1.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년 전에 선거구를 확정하도록 한다. 그러나 국회는 위원회를 만들고, 여야 간 협의와 국회 의결을 거치는 과정을 질질 끌다가 선거일 얼마 남겨두지 않고 확정한다. 공직 출마를 희망하는 신입에는 매우 불리하다. 국회는 이 규정을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이 법규는 그냥 선언적 의미밖에 없게 되었다.

* 공직선거법 제24조의2(국회의원 지역구 확정)①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


2. 또 공직선거와 관련하여 선거위반을 한 경우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여 유권자의 권리를 보존하고자 한다.

선거위반이 확정되는 경우 당선자를 조속히 배제하고 적임자를 재선출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그러나 법원과 판사는 재판을 엿장수 마음대로 빨리하기도 하고, 질질 늘어뜨리기도 한다. 심지어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도 재판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법원과 판사가 공직선거법을 무시하고 있다.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

*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


3. 헌법은 국회가 매년 12월 1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어김없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제출하나, 우리 국회는 기한 내에 의결하는 경우가 없다.

헌법의 이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국회가 헌법의 규정을 무시하고 위반하고 있다.

* 헌법 제54조 ①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 ②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


4. 최근에 문제가 된 헌재재판관 임명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재판관의 임명은 재판관의 임기 만료일 또는 정년 도래일 까지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국회나 대법원이 후임자를 적기에 추천하지 않거나 인사 청문하지 않는 경우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


작년에 선임자가 임기 만료로 퇴임하였으나 국회가 추천하지 않아 헌법재판소가 구성되지 못해 탄핵 심사 및 의결을 할 수 없었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헌법기관이 구성되지 못하여 기능이 마비되었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국회는 헌재재판관의 인사 청문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임명 압박을 한다.

* 헌법재판소법 제6조(재판관의 임명) ③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 만료일 또는 정년 도래일 까지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④임기 중 재판관이 결원된 경우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


5. 정보통신위원회 법은 상임위원 중 3명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 하지만 국회가 추천하지 않으면 임명할 수가 없다.


정보통신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위원회인 정부 기관이 작동할 수 없다. 정부 기관의 구성을 방해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위반이 될 것이다.


지금 KBS, MBC 등 지상파방송국들이 작년 연말까지 재허가를 받아야 하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재허가를 받지 않은 채 방송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재허가를 받지 않은 방송은 ‘무허가 불법 방송’일까, ‘합법’의 방송일까.

*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임명 등) ②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임명을 한다. 이 경우 국회는 위원을 추천할 때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


우리는 법을 만들 때, “할 수 있다”와 “하여야 한다”를 특별히 구분한다.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상황을 고려하여 가능한 한 하기를 바라는 의미이지만, “하여야 한다”는 강제 규정으로 예외를 두지 않는 한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하지 않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 처분을 받게 된다. 법규가 “하여야 한다”라고 했는데, 행정공무원이 이를 하지 않는 경우 직무 유기로 중징계 처분을 받거나 탄핵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국회와 법원 등의 헌법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 헌법기관 및 정부기관이 적기에 구성되지 못하고, 공직선거 재판이 지연되어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나 법원은 위와 같은 헌법과 법률 위반에 어떤 처벌을 받는가. 이들이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을 때는 행정공무원의 직무 유기보다 심각하게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도 국민은 속수무책이다. 국회의원과 판사들의 나라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다시금 ‘헌법’ 책을 끄집어낸다.

법대생들은 처음 법학개론과 민법개론을 배우고 나면 헌법을 시작으로 민법, 형법 등 6법과 기타 법들을 배운다. 이를 보면 ‘헌법’은 법학의 출발점이다. 헌법에는 그 국가의 정체성, 정치체계, 의사결정 구조 등 기본적인 질서가 담겨 있다.


우리 헌법도 제헌헌법부터 87체제 헌법까지 변천을 거듭하면서 우리 몸에 맞게 수정되었으나, 역사적 사건들을 반영하다 보니 성장하는 우리 몸의 크기를 고려하지 못했던 측면이 많았다.


최근에 그 부작용들이 불거져 타협과 설득이 없는 국회, 다수당이 모든 걸 지배하는 국회와 힘없는 정부는 상호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장치가 없는 의사결정 체계로 인하여 입법 난발과 거부권 행사 그리고 장관, 위원장, 검사 등 정부 인사의 탄핵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현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부는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되었거나 마비 일보 직전이다.


이런 의사결정 구조로는 정부와 국회가 같은 정당이 아닌 경우 국가의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쪽은 평등과 규제를 주장하고, 한쪽은 성장과 자율을 주장하면 어디쯤에서 타협할 수 있을까. 아주 합리적 이성을 갖는 선지자들은 절묘한 솔로몬의 지혜를 찾을 것이지만, 지금처럼 좌우 대립이 극심한 우리 현실은 피투성이 투쟁만을 낳고 있다.


지금 정부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을 길이 없다. 입법 독점에 이어 행정권까지 가진다고 생각하면, 히틀러 시대의 독일의 수권법(Ermächtigungsgesetz)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무서운 일이 이 국가에서 일어날까 두렵다.


갈 길이 안 보이는 캄캄한 현실에 올해의 내 할 일도 설계하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마음만 겨우 붙잡고 있다. (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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