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의 입원(1)
나의 슈퍼맨이었던 아빠의 입원기
아빠란 존재에 대한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흔히 아빠는 슈퍼맨으로 묘사된다.
어린 나를 번쩍번쩍 업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뭐든지 물어보면 아빠는 다 알고 있었다.
비는 왜 오는지, 차는 어떻게 달리는지 세상에 있는 모든 일들은 아빠는 알고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건 물론,
엄마의 기분까지 알고 있는 아빠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존재였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람.
어린 자녀들에게 아빠란 그런 존재다. 슈퍼맨 같은 존재.
그렇다. 그 시절 우리에겐 슈퍼맨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가장 가까웠던 부모님과 가장 멀어졌다.
나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평생을 부모님하고 셋이 살았는데, 대학을 멀리 가게 되면서 독립을 하게 되었고
4년 만에 다시 살기 시작하고서는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삐져나왔다.
혼자 사는 게 익숙해지고, 집 떠난 지 10년이 넘어가고
주변 친구들은 결혼하다 못해 아이를 키우는 시점에 결혼하지 않은 과년한 딸은 마치
부모에게 풀지 못한 숙제, 혹은 실패한 자식농사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부모님과는 한 달에 한번 보면 가장 좋은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아빠가 조금씩 늙고 있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느꼈지만,
이렇게 빨리 쇠약해지고 병원신세를 질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