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없는 답장을 받고, 나는 다시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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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답장이 도착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굳이 답장하지 않아도 좋다고,
정말로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다면
내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화면에 빨간 원이 깜박였다.
새 메시지 하나.
이제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이제는 상상도 멈춘 지 오래였다.
그런데도 나는 창을 열었고, 숨을 고르며 읽었다.
나는 41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돌아온 건 딱 한 문장,
짧은 한 줄,
편지는 빠진 빈 봉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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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공손한 사과와
속이 빈 문장이 있었다.
“Thanks my friend!
I apologize for the late response.”
생각보다 더 단순했고,
내가 상상한 것보다 짧았고,
내 마음엔 너무 무거웠다.
‘이게 전부야?’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걸까?’
나는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고 있는 그의 이모지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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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로 이런 답장을 받았다면
이렇게 오래 울리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41일이나 지난 뒤에야,
그것도 이렇게 공허하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는 모를까. 아니 어쩌면 알까.
내가 보낸 게 그냥 엽서 한 장이 아니라는 걸.
나는 마지막 용기,
내 마음 한 조각을 곱게 싸서 보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부탁했던 사진들을 넣었다.
사진 뒷면에는 조그맣게 적었다.
‘With love, Haeun.’
그리고 짧은 책 한 권,
보이지 않는 실로 엮인 이야기 하나.
밤이면 그 책을,
이제 그를 ‘아빠’라 부르는 아이에게
작게 읽어주길 바랐다.
후회는 없다.
다만 아프다.
이렇게 많이 주고도
이렇게 차갑게 돌아오다니.
차라리 답장이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비어 있진 않았을까.
그의 침묵이,
어쩌면 이 짧은 문장보다 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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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고 싶었다 — 그리고 아직도 가끔은 믿고 싶다.
그가 내 편지를 받았을 때,
아주 잠깐이라도 떨렸을 거라고.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나를 떠올렸을 거라고.
가슴 어딘가가 조금은 아팠을 거라고.
하지만 모른다.
영원히 모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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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끝나지 않는 겨울의 해처럼
나는 그를 그리워한다.
매일 떠오른다.
작은 웃음들,
평범한 이야기들.
답장을 다시 보낸 그날,
내 마음 한쪽은
‘어쩌면…’을 바랐다.
‘어떻게 지냈어?’
‘너는 괜찮아?’
조금이라도 더 이어질 뭔가를.
하지만 돌아온 건
빈 메시지 하나와
늦은 사과뿐이었다.
그는 ‘해야 할 예의’로 답장을 보냈겠지.
그런데 내게 ‘예의’란,
마음을 담는 것이다.
의무로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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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고통이 사라질까.
잘 모르겠다.
그때까지 나는 쓸 것이다.
쓰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
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명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록한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그에게 닿지 않아도,
괜찮다.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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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은 왔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다.
—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