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해도 멈추지 않는 아픔.
내 가치가 당신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걸 알아요.
알아요.
수없이 되뇌었고,
이제는 조금은 믿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
이 침대 위에서,
젖은 얼굴로 깨어나는 이 순간에도,
음악이 끝난 후 남은 이 침묵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 무언가가 당신에게 남아 있음을 느껴요.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고, 그 사람이 그녀라고.
그 말, 존중해요.
하지만 그렇다면 왜
나를 볼 때 사랑을 느꼈다고 했나요?
왜 또다시 나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를 바라봤나요?
왜 내 손을 놓지 않으려는 듯 꽉 잡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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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인생을 바꾸길 바라지 않아요.
당신이 나를 선택하길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솔직함을 원했을 뿐이에요.
내게 진실을 말해주길 원했어요.
당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한다고 믿는 말이 아니라,
눈빛 속에 스며 나오는 진실,
너무 오래 침묵할 때 숨기길 잊는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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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신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걸 알아요.
알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픔이 덜해지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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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고 해서 그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아요.
내 가치가 당신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걸 알아요.
당신의 모순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내가 살아가는데 당신의 명확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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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느껴요.
내 무언가를 당신 손에 남겨두었다는 걸.
이 이야기에 당당한 끝맺음이 없다는 걸.
불가능한 무언가를 아직도 원하고 있다는 걸.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해도, 똑같이 아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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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픔은 논리로 해결되지 않아요.
시간으로 다스려지고,
내가 내게 주는 다정함으로,
무게를 비우기 위해 쓰는 글로,
마음이 즉시 놓아주지 못하는 것을 몸이 다 울도록 내버려 두면서.
때론 “당신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이
더 큰 아픔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기다릴 것도 없고,
당신의 사과도, 사랑도, 인정도 없거든요.
그건 너무도 결정적이고, 메마르고, 잔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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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어서 아픈 게 아니에요.
쉽게 놓고 가버린 당신이 아파요.
내가 ‘친구’라 부를 수 없는 사람에게 친구라 불린 게 아파요.
별 의미 없던 ‘고마워’라는 작별 인사가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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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을 편지를 썼고,
당신이 편히 잘 때 나는 밤마다 울었어요.
끝내 오지 않을 이유를 천 번도 더 찾으려 했죠.
그리고 알아요, 오지 않을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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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결말을 바라지 않아요.
정의를 바라지 않아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런데도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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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난 여기 있어요.
살고 있어요.
쓰고 있어요.
숨 쉬고 있어요.
아픔이 계속돼도, 나도 계속 있어요.
당신이 없어도,
당신이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 Ha Eun Marel